김학범 올림픽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학범 올림픽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 연합뉴스

 
지난 유로2020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프랑스 축구대표팀은 16강에서 복병 스위스에게 덜미를 잡혀 탈락했다. 프랑스는 이미 대회 기간내내 선수단 내분설에 휩싸이며 지난 월드컵 우승국다운 압도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선수단 내부의 융화에 실패했다는 점이었다.

범죄 혐의로 한동안 배제되었던 벤제마의 대표팀 복귀, 음바페-지루의 신경전, 포그바-라비오의 공개 설전 등 잇단 악재속에 선수들의 가족까지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지며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스타들을 보유한 프랑스도 '원 팀'이 되지못하면 그저 콩가루 집안에 불과하다는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장면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최근 와일드카드를 포함한 최종엔트리 22명을 확정하고 2일부터 소집되어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돌입한다. 김학범호는 지난 2012년 홍명보호의 런던 대회 동메달을 뛰어넘는 역대 올림픽 최고성적을 노릴만큼 기대가 높다.

하지만 김학범호는 최종명단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혼란을 겪었다. 가능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기 위하여 불가피했던 부분도 있지만, 미숙한 행정과 감독의 무리수로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혼란을 주는 꼴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올림픽 축구 엔트리를 기존의 18명에서 22명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등으로 각국 대표팀이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고려해 FIFA가 한시적으로 예외 규정을 적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국제축구연맹이 좀더 일찍 결정을 내렸어야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김학범호는 국제축구연맹의 엔트리 확대 결정을 통보받기 하루전에 이미 올림픽 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행사에서 18명의 태극전사를 공개한바 있다.

김학범 감독은 최종엔트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승우-백승호-정우영같은 이름값있는 유럽파는 물론, 이상민-김진규-김대원-오세훈-조규성-조영욱 등 예상을 깨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애제자'들까지 대거 탈락시키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하루만에 최종명단이 확대되면서 김학범 감독은 졸지에 머쓱한 입장이 되어버렸다.

김 감독은 이상민, 강윤성, 김진규, 안찬기의 4인을 추가 발탁했다. 올림픽팀 주장이었던 이상민은 다시 주장 완장까지 돌려받게 됐다. 올림픽의 꿈이 좌절될뻔했던 선수들은 기사회생했고, 대표팀도 가용자원이 넓어진 것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김학범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화합과 단결'에도 반드시 호재로만 작용할지는 지켜봐야한다. 18인과 22인은 최종엔트리 구성의 기준이 아예 달라진다. 엔트리 확대가 일찍 공지되었다면 김학범 감독도 와일드카드나 포지션 밸런스에서 전혀 다른 구성이 나올수도 있었다. 한번 탈락시킨 선수들과 감독간 '마음의 빚'이 남았다는 것도 꺼림칙한 대목이다.

엔트리가 22인으로 확대되었더라도 경기당 출전명단은 기존과 같은 18인이다. 매경기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선수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만큼 코칭스태프가 경기에 나서지못하는 선수들의 사기와 팀분위기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됐다.

김학범 감독도 큰 실책을 저질렀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3인) 발탁을 둘러싼 혼란이 대표적이다. 김학범 감독은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와일드카드에는 고심끝에 황의조-권창훈-김민재를 발탁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던 손흥민은 제외됐다.

이번에 와일드카드로 꼽힌 3인도 모두 실력과 자격이 모두 충분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한국축구의 간판이었던 손흥민의 명단 제외는 많은 의구심을 낳았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소속팀 토트넘으로부터 이미 올림픽 차출에 대한 동의까지 얻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혼란을 부채질했다. 그동안 손흥민의 올림픽 출전에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것이 소속팀의 반대였다. 최고의 선수를 '뽑고싶은데도 못뽑은'게 아니라 '뽑을수 있는데 안뽑은' 것은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을 제외한 이유에 대하여 '부상과 혹사' 우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손흥민은 올시즌만 51경기, 3천996분을 뛰었다"고 구체적인 기록까지 나열하며 설명했다.

"손흥민은 EPL 무대에서도 약간의 이상 징후들이 감지됐다. 손흥민처럼 스프린트를 주로 하는 선수는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부상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고 밝혔다. 명분 자체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사실 손흥민의 올림픽 출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팬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었다.

다만 김학범 감독의 해명에 아쉬운 부분은 '굳이 이제와서?'라는데 있다. 사실 애초에 김학범 감독이 손흥민을 와일드카드 발탁을 기대한 것이나 후보군에 포함되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부터가 무리수였다. 가뜩이나 토트넘과 재계약 협상중인 손흥민은 이미 병역문제를 해결한데다 의무차출도 아닌 올림픽 출전을 놓고 소속팀을 설득하는게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선수에게 그렇게 부담을 주고서는 기껏 어렵게 소속팀의 동의를 받아왔더니 정작 이번에는 김학범 감독이 퇴짜를 놓은 꼴이 됐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허탈하고 맥이 빠질만한 상황이다.

김학범 감독이 그렇게 손흥민의 몸상태를 걱정했다면 애초에 와일드카드 이야기를 꺼내기전에 충분히 입장을 정리할수 있었다. 그러나 최종명단이 확정되기 하루전까지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김 감독도 끝까지 손흥민의 발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제와서야 뒤늦게 손흥민의 몸상태를 걱정해주는 것이 어쩐지 궁색한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 이유다.

더구나 손흥민의 명단 제외는 또다른 와일드카드 권창훈에게도 부담을 주는 불똥으로 튈수 있다. 원톱 황의조와 수비수 김민재는 어차피 포지션과 역할이 전혀 다르다. 손흥민이 와일드카드로 합류했다면 누가봐도 권창훈이 탈락할 가능성이 높았다.

권창훈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부상으로 지난 시즌까지 부상으로 경기에 많지 뛰지못했다는 점. 병역문제를 해결하지못했다는 점에서 발탁 기준에 의구심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여기에 '손흥민 거르고 권창훈'이라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면서 가뜩이나 와일드카드라는 부담에 더하여, 만일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못한다면 바로 손흥민과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압박감까지 안겨준 꼴이 됐다.

더구나 수비수 김민재는 아직 소속팀 베이징의 동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재는 올해를 끝으로 소속팀과 계약이 만료되기는 하지만 엄연히 아직은 베이징 선수다. 김민재가 소속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전을 강행하는 것이라면 도의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될수 있다. 또한 이미 김민재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해놓고 올림픽 출전이 불발되기라도 한다면 대표팀은 선수구성에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오롯이 김학범 감독에게 돌아갈수 밖에 없다.

올림픽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김학범호는 선수구성 단계에서부터 너무 많은 잡음에 휘말렸다. 이제부터라도 더 이상의 혼란없이 모두 함께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는 진정한 '원 팀'으로 거듭나야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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