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대한민국 남자축구가 험난한 최종예선 조편성을 받아들여야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 추첨을 진행했다. H조 1위로 최종예선에 진출한 대한민국은 최종예선 A조에 편성됐다.

호주와 함께 2포트에 속한 대한민국은 A조에 속해 톱시드인 이란을 비롯하여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과 한 조가 돼 중동팀에 홀로 포위된 형국이 됐다. B조에는 일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오만, 베트남이 편성됐다.

한국축구로서는 최종예선에서 가능했던 '경우의 수' 중에서는 가장 최악의 조편성에 가깝다. 중동팀만 존재했던 포트3에서 한국에 강했던 사우디를 피한 것을 제외하면, 우리가 기대했던 최상의 대진표가 모두 B조로 몰린 셈이다. 중동 원정경기는 한국 입장에서는 상대팀과의 전력차를 떠나 항상 껄끄러웠다. 긴 이동시간과 상대국의 홈 텃세, 비매너플레이같이 극복해야 할 변수가 많다.

피파랭킹에서 앞선 일본(27위)과 이란(31위)이 모두 최종예선에 안착하면서 39위였던 한국은 호주(41위)와 함께 톱시드 자리를 놓치는 불운을 겪으며 상황이 꼬였다. 일본과 이란 두 팀 모두 난적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상대전적, 이동거리, 원정 환경, 축구 스타일의 상성 등을 두루 고려하면 이란이 좀더 껄끄러운 상대다.

한국은 이란과의 역대전적에서 한국이 9승 9무 13패로 열세다. 2011년 아시안컵 8강전 이후로는 무려 10년째 승리가 없다. 특히 한국은 이란 테헤란 원정에서 역사적으로 47년간 단 2무 5패에 그치며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 두 번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 킬러'로 명성을 떨쳤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더 이상 없지만, 유럽파들이 대거 포진한 이란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상대다. 아시아 경쟁팀중에서는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라고 할 만하다.

이란을 제외하면 한국축구가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팀은 없다. 아랍에미리트(UAE)에는 12승5무2패로 확실한 우위를 점했고, 2006년 두바이서 열린 친선전서 0-1로 패한 뒤 최근 5경기에서는 모두 전승을 거뒀다. 이라크와는 7승11무2패, 시리아와는 4승3무1패, 레바논에게는 10승3무1패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이라크-시리아와는 무승부가 유독 많았고 이긴 경기도 대부분 접전이었을만큼 상당히 고전했다. 레바논과는 지난 2차예선에 이어 또다시 한조에 편성됐다. 벤투호는 레바논에 1승1무로 우세를 점했지만 원정에서 무승부에 그치고 지난 6월에는 홈에서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가 간신히 역전승을 거두는 등 고전을 면치못했다.

순수하게 축구팬들의 입장에서봐도 그리 반가운 대진표는 아니다. 두 조로 나뉘어져 치러지는 아시아 최종예선은 벌써 10여 년이 넘도록 '만나는 팀들만 또 만나는' 다소 지겨운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과 이란은 남아공월드컵 이후 최종예선에서만 벌써 4회 연속으로 한 조에 편성되는 지독한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B조의 일본과 호주 등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축구의 최대 라이벌이자 흥행매치로 꼽히는 한일전은 이번에도 성사되지 못했다. 호주 역시 2006년 AFC 가맹국으로 합류한 이후 유독 한국과는 월드컵 예선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다.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있는 베트남과의 '코리아 더비' 대결이나, '공한증'에 시달리고있는 중국과의 대결이 성사되었더라도 여러모로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반면 중동팀들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침대축구로 대표되는 비매너플레이와 원정 텃세로 승패를 떠나 재미없는 '안티풋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무엇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점유율 축구'가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시험무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중동 국가를 상대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동팀들과 총 7차례 만나서 3승3무1패, 원정만 놓고보면 1승2무1패로 부진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서 벤투호에 첫 좌절을 안긴 카타르(0-1)역시 중동팀이었다.

벤투호가 중동팀들에게 유독 고전하는 이유는 빌드업과 점유율을 강조하는 그의 축구스타일이 중동팀과 상성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점유율에 연연하지않고 견고한 밀집수비와 역습을 바탕으로 맞서는 중동팀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지난 레바논전에서 벤투 감독이 레바논의 침대축구에 골탕을 먹고 격분하던 장면들이 최종예선에서는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

바로 벤투 감독의 전임자였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비슷한 점유율축구를 추구했으나 세밀한 부분전술과 맞춤형 대응의 부재로 이란, 카타르, 시리아 등 중동팀들에게 부진을 거듭하다가 결국 최종예선에서 경질당한 바있다. 난적 이란을 비롯하여 중동팀들에게 완전히 포위당한 벤투호의 최종예선 대진운은 어쩌면 슈틸리케 감독 시절보다 더욱 험난해졌다고도 볼수 있다. 벤투 감독만의 세밀하고 차별화된 빌드업 전술이나 밀집수비에 대한 플랜B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예선 통과가 쉽지만은 않아보인다는 게 걱정거리다.

한국은 오는 9월 2일 이라크와의 홈 경기를 시작으로 시작해 내년 3월까지 최종예선 일정을 소화한다. 일단은 기존의 홈앤드 어웨이 방식이 유지될 전망이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방역문제, 시리아같이 국내 상황이 불안정한 국가들로 인하여 일정과 방식에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국축구의 역대 월드컵 도전사중에서도 손꼽힐 만한 난이도가 될 것으로 보이는 '중동대첩'에서 벤투호는 최후의 생존자가 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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