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조정석이 부른 '아로하'가 아직도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는 가운데, 같은 드라마 시즌2의 OST들이 속속 '아로하'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바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야기다.

시즌2 역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미 이전 시즌부터 OST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드라마 속 99즈(의과대학 99학번 동기 조정석, 정경호, 김대명, 유연석, 전미도)의 마음을 대변했던 그때 그 시절의 노래는 현실에 존재하는 99즈들과 그 언저리 세대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시즌2의 OST로 이무진이 부른 '비와 당신', 김대명이 부른 '가을 우체국 앞에서' 가 공개됐는데, 역시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며 두루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 시즌1에서 '아로하'뿐 아니라 전미도가 부른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조이가 부른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등 과거의 곡들이 트렌디하게 재해석 돼 드라마 못지않은 큰 인기를 얻은 것처럼, 이번 시즌도 OST 맛집임을 제대로 인증하는 모양새다. 

이무진 '비와 당신'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OST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OST ⓒ 스튜디오 마음C

 
JTBC <싱어게인>에 출연해 독보적 목소리로 귀를 사로잡았던 가수 이무진이 첫 회에 삽입된 '비와 당신'을 가창했다. '비와 당신'은 지난 2006년 개봉한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주연배우 박중훈이 불러 알려진 노래인데 이번에 현대적 감각으로 편곡됐다.

원곡과 달리 어쿠스틱 밴드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이무진 버전의 '비와 당신'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더욱 담백하고 부드럽다. 원곡 가창을 들어보면 거친 남성미가 느껴지는 반면, 이무진 버전은 보다 담담하고 차분하고 섬세한 톤이다. 특히 이무진이 직접 연주한 기타 솔로 구간이 매력적이다.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사랑한 것도 잊혀 가네요/ 조용하게

알 수 없는 건 그런 내 맘이/ 비가 오면 눈물이 나요/ 아주 오래 전 당신 떠나던/ 그날처럼/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난 눈물이 날까"


이제는 네가 그립지 않고 보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지만, 비가 오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는 노랫말에서 화자의 진심은 상대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강한 척 허세부리는 이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몸을 떨 때, 본인은 당황스럽고 보는 이는 인간미에 미소짓게 될 것이다. 그런 것처럼, 정말 괜찮은데 눈물이 난다는 화자를 보며 리스너는 그를 향한 연민과 인간미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아마도 이 감정은 공감으로 이어질 테다. 누구나 그런 그리움을 겪었을 테니.  

김대명 '가을 우체국 앞에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OST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OST ⓒ 스튜디오 마음C

 
'비와 당신'을 잇는 이번 시즌 두 번째 OST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다. 산부인과 전문의 양석형 역을 맡은, 99즈의 한 명인 배우 김대명이 직접 불러서 더욱 특별하다. 이 노래의 원곡은 지난 1994년 발표한 가수 윤도현의 솔로 데뷔앨범에 실린 동명의 타이틀곡이다. 김대명 버전은 원곡의 포크 사운드를 피아노와 관현악 위주로 편곡했고, 따라서 발라드로 리메이크됐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같이/ 하늘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앞선 '비와 당신'이 인간 99즈의 웃고 우는 사랑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면, 이 곡은 의사로서의 삶을 사는 99즈가 생과 사의 최전선에서 겪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라는 구절에서 특히 삶의 유한함과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병원이라는 장소에서, 사그라드는 유약하고 유한한 생명들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안간힘 쓰는 의사들이 아마도 혼자 사색에 잠긴다면 이 노래를 듣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그러나 사랑노래로 봐도 무관하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삶과 죽음 사이에서 분투하는 환자들도 모두 떠나는 이로서 남는 자들을 안타까워하는, 결국은 사랑에 아픈 사람들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극중 엉뚱하면서도 따뜻하고 섬세한 마음결을 가진 인물 양석형을 김대명은 고스란히 노래 속에서도 이어서 연기하는 듯하다. 그만큼 자연스럽고 담백한 가창으로 이 곡을 훌륭히 소화했다. 출연 배우가 직접 부른 만큼 드라마의 감동이 더욱 살아나는 듯하다. 

드라마 속에서 김대명이 산과 교과서의 책장을 열 때 이런 내레이션이 흐른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등장하는 신이다.  

"산과 교과서의 첫 장에 이런 글이 있네요. '때때로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다.'" 

이 구절을 읽으며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들으니 온갖 감상에 마음이 혼란해진다. 아마도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하면서도 서늘한 냉기를 풍기는 게 이 곡의 매력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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