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축구영웅 안드레이 셰브첸코가 감독이 되어서도 새로운 역사를 썼다.

우크라이나는 30일 새벽(한국시각)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위치한 햄던 파크에서 열린 'UEFA EURO 2020' 16강 토너먼트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연장전 승부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유로 역사상 처음으로 8강진출에 성공해 잉글랜드와 준결승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스웨덴은 연이은 골대불운에 발목이 잡혀 충격패를 당했다.

 
 1골 1어시스트로 팀 승리 이끈 진첸코.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가 됐다.

1골 1어시스트로 팀 승리 이끈 진첸코.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가 됐다. ⓒ 유로2020 공식 트위터

 
1골 1어시스트 진첸코, 승리의 영웅되다

우크라이나는 3-5-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부슈찬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마트비옌코-크리브소프-자바르니가 3백을 구성했다. 진첸코-샤파렌코-스테파넨코-시도르추크-카라바예프가 중원에, 야렘추크와 야르몰렌코가 공격에 포진했다.

조별리그에서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던 우크라이나에겐 파격적인 변화였다. 수비시엔 양쪽 윙백 진첸코와 카라바예프가 수비로 내려와 5백을 형성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배치하는 등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 

그러나 마냥 수비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공격시엔 야르몰렌코와 야렘추크를 중심으로 빠른 역습을 진행했고 빠른 좌우측면전환을 통해 스웨덴을 공략해 나갔다.

이를 바탕으로 전반 11분 야르몰렌코의 패스를 받은 야렘추크의 슛이 스웨덴 로빈 올센 골키퍼에게 막히며 첫 기회를 잡은 우크라이나는 전반 27분 진첸코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샤파렌코에서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공격에서 야르몰렌코의 크로스를 받은 진첸코가 왼발 발리슛으로 득점을 터뜨린 것.

불의의 일격을 당한 스웨덴이 반격에 나섰다. 에밀 포르스베리를 중심으로 클루세프스키, 라르손이 공격 기회를 만들어간 스웨덴은 전반 17분 이삭의 슈팅을 시작으로 전반 29분 라르손의 프리킥이 부슈찬 골키퍼에게 막히는 등 차츰 기회를 만들어갔다.

결국 전반 41분 동점골이 나왔다. 포르스베리가 중원에서 이삭의 패스를 받은 뒤 공간이 생긴 틈을 놓치지 않고 중거리슛을 시도했다. 이것이 수비를 맞고 굴절돼 골로 연결되었다. 

전반을 1-1로 마친 스웨덴은 후반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9분 세바스티안 라르손의 슈팅이 골대를 빗나간 데 이어 21분 클루세프스키의 슈팅은 부슈찬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후반 11분과 23분에 나온 포르스베리의 두 차례의 슈팅은 모두 골대를 맞고 나오는등 많은 기회를 얻었음에도 경기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다. 

연장전에 접어들자 우크라이나에게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루즈볼 상황에서 스웨덴 마르쿠스 다니엘손이 태클로 베세딘의 무릎을 가격한 것. 베세딘의 무릎이 꺾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심한 태클에 주심은 VAR 판독을 했고, 다니엘손에게 퇴장을 지시했다.

숫적우위를 잡은 우크라이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연장후반 16분 왼쪽 측면에서 진첸코가 올린 크로스를 아르템 도브비크가 헤더골로 연결시키며 경기를 역전시켰다. 승부차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터진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우크라이나는 스웨덴을 물리치고 사상 최초로 유로 8강진출에 성공했다.

이날의 영웅은 진첸코였다. 이전 3경기에서 4-3-3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으나 스웨덴전에선 3-5-2 포메이션의 왼쪽 윙백으로 출전한 그는 공수를 넘나들며 맹활약했다.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앞세워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까지 침투하기도 한 진첸코는 전반 27분 선제골을 기록한 데 이어 연장후반 16분에는 도브비크의 결승골을 어시스하는 등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7번의 크로스중 3개를 성공시킨 데 이어 2번의 찬스메이킹을 비롯해 7번의 볼경합 승리, 3번의 태클 성공으로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성공횟수를 기록했다. 여기에 4차례 걷어내기와 3차례 헤더 클리어, 7번의 볼 탈취 기록까지 수비에서도 그의 영향력이 엄청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감독 셰브첸코, 9년 전 기억을 되살리다

이날 승리는 셰브첸코 감독이 만들어낸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별리그 1승 2패로 3위를 기록해 간신히 16강에 오른 우크라이나는 E조 1위로 올라온 스웨덴과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험난한 일정이었다. 전력의 열세가 뚜렷했기에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수비를 두텁게 해 최대한 버텨내다 한 방을 노려야 했다. 

이를 위해 셰브첸코 감독은 그간 활용했던 4-3-3 포메이션대신 3-5-2 포메이션으로의 변화를 줬다. 수비시엔 5백으로 내려앉음과 동시에 중원에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등 수비에 중점을 뒀다.

그렇다고 마냥 수비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었다. 공격시엔 야르몰렌코와 야렘추크를 활용한 역습으로 상대 배후공간을 노리고자 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실제 두 선수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각각 2골씩 터뜨리며 우크라이나가 기록한 4골을 책임졌다. 이와 함께 활동량이 뛰어난 진첸코의 능력까지 극대화시킨 덕에 우크라이나의 역습은 그 날카로움이 더했다.

이는 경기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수비에 많은 숫자를 둔 탓에 스웨덴은 높이를 활용한 포스트플레이와 세트피스 공격에서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클루세프스키와 이삭이 페널티박스 바깥쪽으로 내려와 기회를 만들고자 했지만 대부분의 공격은 포르스베리의 한 방과 개인기량에 의존하는 모습이었다.

공격에서도 야르몰렌코-야렘추크의 투톱과 진첸코의 능력이 그대로 나타났다. 전반 11분 우크라이나의 첫 득점기회도 야르몰렌코-야렘추크가 만들어냈으며 선제골 역시 야르몰렌코-진첸코가 만들어냈다. 여기에 진첸코는 연장후반 16분 천금같은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며 승리에 일등공신으로 올라섰다.

교체카드 역시 보기좋게 성공했다. 우크라이나는 연장시작과 함께 야렘추크 대신 베세린을 교체투입했으나 베세린이 투입 10분 만에 스웨덴 다니엘손의 거친태클에 부상을 입어 아웃되는 악재가 발생했다. 자칫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셰브첸코 감독은 연장후반 1분 야르몰렌코대신 도브비크를 투입해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었다.

그리고 이는 경기막판 결실을 맺었다. 스웨덴의 센터백들이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을 놓치지 않고 빈 공간으로 침투한 도브비크는 진첸코의 크로스를 받아 다이빙 헤더슛을 성공시키면서 승부차기까지 갈 것 같았던 경기를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도브비크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셰브첸코 감독의 전술운영은 경기시작부터 끝까지 보기좋게 적중했다.

스웨덴전 승리로 셰브첸코 감독은 지난 스웨덴과의 유로2012 조별리그 1차전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오른 우크라이나는 스웨덴을 2-1로 물리치고 유로 역사상 첫 승을 거뒀다.

그 중심에는 안드레이 셰브첸코가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그는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0-1로 뒤진 후반 10분 헤더골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7분뒤에도 역시 헤더골을 기록해 멀티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앞세워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감독이 되어 9년 만에 다시 스웨덴을 만난 셰브첸코 감독은 뛰어난 전술운영을 앞세워 승리를 거둬 전력의 열세를 극복했다. 선수시절 우크라이나 축구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셰브첸코는 우크라이나를 유로2020 8강으로 이끌면서 또 한번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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