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진출에 도전장을 던졌다. 대표팀은 7월 1일부터 리투아니아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에 출전하여 한 수 위로 평가되는 베네수엘라(20위), 리투아니아(8위)를 차례로 만난다.

두 팀 상대로 1승 이상을 따내면 준결승에 오르고, 2패를 당하면 그대로 올림픽 진출이 좌절된다 2위 안에 들면 폴란드(13위), 슬로베니아(16위), 앙골라(33위)가 속한 B조 상위 두 팀과 4강 크로스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가히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난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남자농구는 역대 올림픽 본선에 총 6번 출전했고 8승 39패를 기록했다. 최고성적은 첫 출전이었던 1948년 런던 대회에서 기록한 8강(3승5패)이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를 마지막으로는 더 이상 본선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이 13년 만에 올림픽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데 이어 남자농구는 25년 만의 남녀 동반 올림픽본선행이라는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보면 올림픽 본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올림픽 본선에는 최종 12개 팀이 참가하는데 개최국 일본과 디펜딩챔피언 미국을 비롯하여 이미 8개국이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남은 4장의 티켓을 놓고 무려 24개팀이 도전장을 던진다. 모두 각 지역을 대표하는 강호들로 올림픽 본선무대에 나서도 손색없는 팀들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농구는 24개팀 중 최약체급에 해당한다.

조상현호는 베네수엘라, 리투아니아를 상대로 1승을 따낼 경우 준결승에 오르고, 2패를 당하면 그대로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된다. 현실적인 목표는 본선보다는 1승에 가깝다.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아직 승리를 거둔 경험이 없다.

김남기 감독이 이끌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캐나다-슬로베니아), 이상범 감독이 이끌던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러시아-도미니카)에서 모두 전패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대회인 리우올림픽의 경우, 대회 출전권이 걸려 있던 2015 FIBA 아시아컵에서 김동광호가 8강탈락의 수모를 당하며 상위 4위까지 주어지던 본선 직행-최종예선 티켓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농구가 최종예선에서 1승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은 2008년 캐나다전이었다. 당시 최초의 전임감독이던 김남기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선수들의 폭발적인 야투 감각과 활동량을 앞세운 더블팀 수비가 위력을 발휘하며 3쿼터 초반까지 51-33, 무려 18점차까지 크게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들어 고질적인 리바운드 열세와 실책으로 경기 흐름을 내줬고, 종료 34초를 남기고 역전을 허용하며 77-79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한국농구의 역대 국제대회 도전사를 돌아봐도 손에 꼽힐만한 통한의 역전패였다.

캐나다전 외에도 아쉬운 경기가 많았다. 2008년 김남기호는 캐나다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사 더 앞섰던 슬로베니아를 상대로도 76-88으로 패했지만 내용상으로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이상범호는 강호 러시아에게는 56-91로 완패했지만, 도미니카 공화국을 상대로 접전 끝에 85-95로 석패했다. 슬로베니아나 도미니카 공화국은 NBA(미국프로농구) 현역 선수들까지 포진한 팀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조직력으로 맞선 한국농구는 예상보다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았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만나게 된 리투아니아와 베네수엘라도 전력에서 한국에 크게 앞서는 강팀들이다. 특히 리투아니아는 홈팀이자 도만타스 사보니스(인디애나), 요나스 발란슈나스(멤피스) 등 NBA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서 버거운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베네수엘라도 그레고리 바르가스, 마이클 카레라 등 아시아보다 수준높은 남미와 유럽무대에서 올스타급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즐비하다. 상대팀들 역시 한국농구를 가장 만만한 1승 제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농구는 사실 이번에 다소 운좋게 최종예선 티켓을 획득했다. 대표팀은 김상식 전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에서 1승 4패를 기록했다. 최종전이었던 코트디부아르를 꺾으며 1994 캐나다세계농구선수권대회 이후 25년 만에 1승을 차지했다. 이란이 올림픽 진출을 확정하고 중국이 순위결정전에서 한국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한 가운데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경쟁자인 필리핀이 5전 전패 수모를 당하면서 국제농구연맹 랭킹이 뒤집히며 한국에 올림픽 최종예선 티켓이 돌아갔다. 단 1승이 양팀의 운명을 가른 셈이었다. 어렵게 얻은 소중한 기회이니만큼 헛되게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아쉬운 부분은 이번에도 한국농구가 최상의 전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역대 최종예선마다 한국은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며 최정예 멤버를 가동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역시 허훈, 송교창, 이정현, 김종규, 김선형, 오세근 등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대신 이현중, 하윤기, 여준석, 김낙현 등 젊은 선수들이 대거 가세하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조상현호는 첫 워밍업의 무대였던 지난 아시아컵 예선에서 절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표팀은 아시아컵 잔여일정에서 2승 2패, A조 최종성적은 4승2패로 마감하여 목표했던 아시아컵 본선진출을 이뤄냈다. 필리핀전에서 두 번 모두 석패한 것이 아쉬웠지만, A대표팀 데뷔무대에서 평균 17.3점을 올리며 단숨에 주포로 떠오른 이현중의 활약을 앞세워 젊은 선수들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게 큰 위안이었다.

관건은 경쟁국들의 수준이 더 높아진 최종예선에서 높이 열세와 경험부족을 어떻게 만회하느냐는 것이다. 조상현호는 지난 아시아컵 예선에서 아시아권 팀들을 상대로도 리바운드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필리전과의 최종전에서는 공격리바운드를 20개나 허용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국제무대에서는 이런 식으로 제공권을 내주면 어떤 팀도 이길 수 없다.

조상현호는 라건아라는 부동의 에이스가 있지만 국제무대에서 언더사이즈 빅맨인 라건아에게만 골밑을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라건아는 소속팀이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여 유독 늦게 시즌을 끝내고 대표팀에 합류하여 휴식기간이 부족했던 데다 무릎부상에 대한 우려까지 안고 있다.

대표팀에 대한 열악한 지원 환경도 여전했다. 조상현 감독은 대표팀 소집 이후 연습 경기도 하지 못했고 짧은 소집 기간만에 대회에 나서야했던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현중-이대성-김낙현-이승현 등이 공수에서 라건아의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수 있느냐가 최종예선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조상현 감독은 아시아컵에서 이어지는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서는 물론이고 성인팀 감독으로서의 데뷔 무대이기도 했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 감독으로서 시행착오도 많을 수밖에 없다.

비록 올림픽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세계무대에 나설 기회가 많지 않은 한국농구로서는 올림픽 본선 수준에 준하는 강호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기회다. 본격적인 출항에 나선 조상현호가 최종예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언더독의 기적을 만들어낸다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어도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표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건질수 있는 농구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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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감독 농구대표팀 도쿄올림픽최종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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