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2-0으로 물리치고 8강에 오른 잉글랜드.

독일을 2-0으로 물리치고 8강에 오른 잉글랜드. ⓒ 유로2020 공식 트위터

   '유로 2020'을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했던 요아힘 뢰브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끝내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못했다. 

독일은 30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UEFA EURO 2020' 16강 토너먼트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후반종료 15분을 남기고 연거푸 2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다.

1966년 월드컵 이후 55년 만에 웸블리에서 잉글랜드에 패한 독일은 16강에서 탈락했고 잉글랜드는 8강에 진출하며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나갔다.

기회 놓친 독일, '투샷 투킬'에 당하다

이날 경기는 라이벌전답게 팽팽한 양상을 띠었다. 전반전 기록만봐도 볼 점유율 52대48, 슈팅수 3대3, 유효슈팅 2대2를 기록하는 등 두 팀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두 팀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15분 라힘 스털링의 중거리슛이 독일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에게 막혔고, 독일 역시 전반 32분 티모 베르너의 슈팅이 잉글랜드 조던 픽포드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희비는 후반전 골 결정력 차이에서 갈렸다. 독일은 후반 1분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카이 하베르츠의 기습적인 왼발 발리슛이 잉글랜드 픽포드 골키퍼 선방에 막힌 것을 시작으로 후반 35분 역습 기회에서도 하베르츠의 스루패스를 받은 토마스 뮐러가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이했지만 슛이 골문을 벗어나는 등 결정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독일은 후반전 6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유효슈팅이 1개에 그치는 등 슈팅 정확도도 떨어졌다.

이에 반해 잉글랜드는 두 차례의 기회를 모두 살렸다. 후반 30분 스털링에게서 시작된 잉글랜드의 공격에서 케인-그릴리쉬-루크 쇼로 이어진 패스플레이 이후 루크 쇼의 크로스를 받은 스털링이 득점을 터뜨려 1-0으로 앞서나갔다. 이 장면을 살펴보면 페널티박스 부근에 독일의 수비수 6명이 있었지만 맨마킹, 수비 위치 선정 등 모든 면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독일의 실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39분 루크 쇼에서 시작된 잉글랜드의 역습에서 쇼의 패스를 받은 그릴리쉬가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케인이 마무리했다. 이 득점으로 케인은 메이저대회 통산 7호골을 기록해 웨인 루니와 함께 잉글랜드의 메이저대회 본선 최다골 기록 공동 3위에 올랐다(1위 게리 리네커 10골).

독일은 정확히 '투샷 투킬'에 무너졌다. 이날 후반전 슈팅수만 봐도 6대2로 독일이 앞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이 6개의 슈팅 중 유효슈팅이 1개에 그친 반면 잉글랜드는 2개의 슈팅을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 원동력에는 교체작전을 빼놓을 수 없다. 잉글랜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후반 24분 사카 대신 잭 그릴리쉬를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줬는데, 그는 21분 동안 2번의 찬스 메이킹을 기록하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후반 30분 스털링의 득점상황에선 직접 관여한 데 이어 후반 39분 케인의 득점을 어시스트하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에 반해 독일의 뢰브 감독의 교체작전은 경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후반 24분 극도로 부진했던 티모 베르너대신 세르쥬 그나브리를 투입했지만, 긍정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독일은 0-2로 뒤진 후반 43분 토마스 뮐러와 마티아스 긴터대신 엠레 찬과 르로이 사네를 투입하는 등 무의미하게 교체카드를 소진하며 타이밍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자존심까지 꺾었지만... 해피엔딩 되지못한 뢰브의 마지막

2006년 독일 감독으로 부임한 요아힘 뢰브는 15년간 독일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화려한 시간을 보냈다.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바탕으로 스쿼드의 뎁스를 두텁게 만들었고, 선수들의 기량을 잘 활용하면서 10년 넘게 팀 전력을 유지해왔다. 이를 통해 유로2008 준우승, 2010 남아공 월드컵 3위, 유로2012와 유로2016 4강,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등 메이저대회에서 최소 4강에 오르는 등의 결과를 냈다. 

그러나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고착화된 전술과 선수 기용에 발목이 잡힌 뢰브 감독은 필립 람, 페어 메르데사커, 미로슬라프 클로제 등 베테랑들의 은퇴 이후 발생한 팀 정신적 지주의 부재, 클로제가 떠난 이후 발생한 최전방 공격수 부재에 대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독일은 러시아 월드컵에선 대한민국에 패하며 1승 2패 조 꼴찌로 16강에도 오르지 못했고, 이후 메수트 외질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9년 3월 뢰브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실패를 이유로 토마스 뮐러, 마츠 후멜스 등을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로인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계속된 공격진의 부재속에 오히려 수비불안까지 가중되며 독일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 여기에 정체된 세대교체는 독일의 하향세를 더욱 부추겼다.

이런 하락세는 최근에도 이어졌다. 독일은 두 차례의 네이션스리그에선 프랑스, 스페인 등과 같은 라이벌팀들을 상대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카타르 월드컵 유럽예선에선 북마케도니아에게 덜미를 잡혀 20년만에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패하는 치욕을 맛봤다.

하향세가 지속되자 뢰브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로2020 후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자신이 내친 마츠 후멜스, 토마스 뮐러를 다시 대표팀에 복귀시키면서 자존심을 꺾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요슈아 키미히를 오른쪽 윙백에 배치해 측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김과 동시에 포메이션도 3-4-2-1로 변화를 줬다. 뢰브의 절실함이 느껴진 대목이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토니 크로스-일카이 귄도안(잉글랜드전은 레온 고레츠카 선발)이 포진한 중원은 기동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조합에 문제를 드러냈다. 또 그나브리, 하베르츠, 뮐러가 포진한 공격진 역시 상대에게 어떤 위협도 주지 못했다. 특히 최근 들어 가동한 그나브리 제로톱은 유로 본선에서 그 한계에 봉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팀 전술이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인상이었다.

자연스레 공격은 측면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루트로 이어졌다. 이것이 제대로 통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2차전은 상대 자책골까지 더해 4골을 터뜨려 승리를 거뒀지만 이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3경기(프랑스-헝가리-잉글랜드)에선 졸전을 거듭했다. 특히 헝가리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선 질질 끌려간 끝에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전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단 한 차례도 선제골을 터뜨린 적이 없다는 점이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3경기 내내 한 번도 리드를 잡은 적이 없었던 독일은 이번 유로 본선 4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차례도 선제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독일이 메이저대회에서 4연속 선제실점을 허용한 것은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뢰브 감독은 상대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도 밀리는 모습이었다. 고젠스-키미히를 활용한 측면공격 외엔 또 다른 공격루트를 전혀 만들지 못했으며 교체카드를 통한 경기 흐름을 바꾸지도 못했다. 

결국 뢰브 감독은 화려했던 과거에 비하면 꽤 초라하게 '국가대표팀 감독 15년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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