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화) 오후 11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I조 유나이티드 시티 FC(필리핀)와 대구FC의 경기 모습.

29일(화) 오후 11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I조 유나이티드 시티 FC(필리핀)와 대구FC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아무리 아시아권이라고 해도 챔피언스리그는 아무나 뛸 수 없는 무대다. 상대가 필리핀에서 온 약체라고 해도 7-0이라는 점수판, 그것도 모자라 유효 슛 7개를 모두 골로 성공시킨 결과는 다른 참고 자료를 살펴도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대구 FC의 멋진 골 선물들은 우리 K리그 팬들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병근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29일(화) 오후 11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I조 유나이티드 시티 FC(필리핀)와의 두 번째 게임에서 7개의 유효 슛 모두를 골로 연결하는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며 7-0 대승을 거뒀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대구 FC'

축구를 가볍게만 보는 사람들은 7-0이라는 최종 결과만 두고 대구 FC의 상대 팀 유나이티드 시티 FC가 형편없는 팀, 한국 축구에서 흔히 쓰는 말로 조기축구회 수준의 팀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필리핀 풋볼 리그를 대표하여 나온 그 나라 최고의 클럽이다. 

마침 유나이티드 시티 FC에는 이번 시즌부터 우리 K리그 팬들에게도 낯익은 수비수 정다훤이 이름을 올렸다. 경남 FC, 제주 유나이티드, 안산, 아산 등에서 꽤 많은 기록을 남겨 233게임 7득점 8도움을 찍은 베테랑 수비수라 할 수 있다. 마침 대구 FC와의 이 게임에도 유나이티드 시티 FC를 위해 수비수로 헌신했지만 팀이 크게 패하는 바람에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일본 J리그 현재 최강의 팀이라 불리는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첫 게임에서 아쉽게도 2-3 역전패를 당한 대구 FC는 이 두 번째 게임에서 승점 3점이 절실했기에 필드 플레이어 모두가 단단한 각오로 높은 수위의 압박 축구를 펼쳤다.

게임 시작 후 23분 만에 이 완벽한 축구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대구 FC를 상징하는 세징야가 빠른 움직임으로 가로채기를 성공한 뒤 곧바로 오른발 감아차기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42분에는 또 하나의 압박 플레이로 이근호가 공을 가로채 에드가의 멋진 추가골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전반전 끝나기 전 추가 시간에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를 살려 이 게임에 수비수로 나온 김진혁의 시원한 헤더 추가골을 뽑아냈다.

전반전 3골도 모자라 후반전에 4골을 더 넣을 줄은 대구 FC 선수들도 몰랐을 것이다. 이병근 감독이 교체 선수로 들여보낸 멤버들이 이토록 멋진 추가골들을 합작해냈기에 더 뜻깊은 결과로 보였다.

62분, 이근호가 얻어낸 직접 프리킥 기회를 후반전 교체 선수 안용우가 아름다운 왼발 감아차기 궤적으로 꽂아넣었다. 유나이티드 시티 FC 골키퍼 안소니 핀투스가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오른쪽 기둥을 스치며 빨려들어가는 안용우의 왼발 프리킥은 일품이었다.

그로부터 10분 뒤에는 대구 FC 특산품 중 하나인 역습 작품이 아름답게 맞아떨어졌다. 역시 후반전 교체 선수 정치인이 오른쪽 옆줄을 따라 공을 몰고 들어간 뒤 정확도 높은 크로스로 반대쪽을 겨냥했고, 이 크로스를 이근호가 헤더 어시스트로 연결하여 안용우가 오른발 발리슛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대구 FC의 특산품 바로 그것이었다. 베테랑 날개공격수 이근호의 헤더 어시스트 순간도 놀라웠지만 안용우가 발리슛으로 꽂아넣은 마무리 순간은 지금 한창인 EURO 2020이나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보기 드문 골이었다.

축구장 점수판이 5-0 정도 되면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구 FC 선수들은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어느 팀보다 성실하게 게임을 존중했다. 90분에 세징야의 절묘한 로빙 패스를 받은 교체 선수 정치인이 골 욕심을 버리고 또 다른 교체 선수 박한빈을 빛내기 위해 완벽한 어시스트로 여섯 번째 골을 합작했다. 동료를 더 반짝반짝 빛내는 대구 FC의 이러한 콤비 플레이는 기술적 완성도를 뛰어넘어 많은 축구 꿈나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자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다 되어 대구 FC는 페널티킥까지 얻어냈다. 교체 선수 정치인이 재치있게 터닝 드리블을 시도할 때 유나이티드 시티 FC 수비수 아담 리드가 약간 위험한 백 태클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정치인은 이 기회를 왼발로 직접 차 넣으며 7-0 점수판을 만들어 게임을 끝냈다.

상대가 약체라 쉬워 보이는 7골이지만 같은 조 1위 자리를 노리는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2군 멤버로 이번 대회에 임하고 있는 베이징 궈안(중국)을 상대로 똑같은 7-0 대승을 거둔 기록과 비교해 보면 대구 FC의 유효 슛 적중률 100%(가와사키 프론탈레 유효 슛 적중률 53.8%, 7골/유효 슛 13개)는 다시 봐도 놀라운 결과다.

이제 대구 FC는 오는 2일(금) 오후 11시 같은 장소에서 베이징 궈안(중국)과 세 번째 게임을 펼치게 된다.

2021 AFC 챔피언스리그 I조 결과(29일 오후 11시, 타슈켄트)

대구 FC 7-0 유나이티드 시티 FC [득점 : 세징야(23분), 에드가(42분,도움-이근호), 김진혁(45+3분,도움-세징야), 안용우(62분), 안용우(72분,도움-이근호), 박한빈(90분,도움-정치인), 정치인(90+5분,PK)]

◇ 대구 FC 선수들
FW : 세징야, 에드가(58분↔정치인), 이근호(80분↔오후성)
AMF : 황순민(58분↔안용우), 이용래(46분↔이진용), 츠바사(69분↔박한빈), 장성원
DF : 박병현, 홍정운, 김진혁
GK : 최영은

I조 현재 순위
1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6점 2승 10득점 2실점 +8
2 대구 FC (한국) 3점 1승 1패 9득점 3실점 +6

3 베이징 궈안(중국) 1점 1무 1패 1득점 8실점 -7
3 유나이티드 시티 FC(필리핀) 1점 1무 1패 1득점 8실점 -7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세징야 대구 FC 챔피언스리그 이근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