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는 1997년, 내란 목적 살인,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과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24년이 지난 현재 전두환씨에게는 아직도 970억 원의 추징금이 남아 있다. 추징금을 완납한 노태우씨와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씨는 연희동 자택을 국가에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씨의 장남 재국씨는 2013년 국민들 앞에서 추징금을 완납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과연 추징금 환수는 가능한 걸까. 

지난 6월 22일 MBC < PD수첩 >이 <뉴스타파>와 공동 기획한 '각하의 빚 970억 원, 전두환 일가 세습의 비밀'편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전두환씨 아들 재국씨가 임원으로 재직하는 한 법인의 4년 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확보, 분석했다. 또한 전씨 일가의 재산을 추적하던 중, 수상한 부동산을 발견해 이 건물을 추적하기도 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달 23일 '각하의 빚 970억 원, 전두환 일가 세습의 비밀'편을 취재·연출한 김경희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 2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각하의 빚 970억 원, 전두환 일가 세습의 비밀'편을 취재하셨어요. 이번엔 <뉴스타파>와 공동 기획하셨는데.
"<뉴스타파>가 전두환 일가와 관련된 취재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어요. 그 프로젝트 내용을 보면서 같이 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같이 취재를 하게 되면 심층취재가 될 것 같아서 제안드렸어요."

- <뉴스타파>에 제안했을 때 반응은 어땠어요?
"사람들이 전두환씨 관련해서 이야기할때 '법적으로 해결은 됐으나 역사적으로 그 책임을 다시 판단하고 (죗값을)물어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님 같은 경우는 생각이 좀 달랐어요. '법적으로 판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역사적 재판은 이미 끝났다, 추징금 관련해서는 970억 원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건 무조건 전두환씨가 책임져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안드렸을때 한 기자님도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하셨어요?
"일단 전두환 일가 하면 연희동 자택 얘기가 제일 먼저 나올 텐데요. 당시 이분들이 '집을 환수하는 건 위법이다, 대통령 재직 시절도 아니고 그 전에 내 돈으로 산 것인데 어떻게 비자금이 연루돼 있다고 판단하냐'면서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고, 올해 4월까지 법정다툼을 이어왔어요. 지난 4월 대법원 판결이 났어요(별채는 비자금으로 사들인 불법재산이라고 판단했지만 본채는 부인 이순자씨 명의라 몰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기자주). 방송 보면 전두환씨가 '재산에 무슨 미련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잖아요. 말과는 다르게 법정싸움을 하는 거죠. 환수하겠다는 얘기 때문에 전두환씨가 연희동 자택에 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근데 실상 법적으로는 다퉈서 이순자씨(전두환 아내) 명의로 된 부분에서 그들이 승소했고요. 그래서 집을 압류처분하거나 그런 상황이 아닌거죠."
 
 지난달 22일 MBC < PD수첩 >이 <뉴스타파>와 공동 기획한 '각하의 빚 970억 원, 전두환 일가 세습의 비밀'편이 전파를 탔다.

지난달 22일 MBC < PD수첩 >이 <뉴스타파>와 공동 기획한 '각하의 빚 970억 원, 전두환 일가 세습의 비밀'편이 전파를 탔다. ⓒ MBC

 
- 버츄얼 스튜디오에서 전두환씨 연희동 자택을 재현해서 보여준 이유가 있을까요?
"말씀드린대로 연희동 사저가 150억 원 가까이 되는 시세라고 하는데 앞에서는 이를 환수하겠다 하고 뒤로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거잖아요. 얼마나 큰 가치를 지녔길래 그러는지, 그리고 전 재산 28만 원이라는 전두환씨가 갖고 있는 부동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싶었죠. 그리고 저희가 취재한 바로는 2012년도에 예일대학교 학생들을 연희동 자택에 초대한 적 있었어요. 거기서 이순자씨가 '우리 집은 북으로부터 폭탄이 떨어져도 안전해요'라고 했거든요. 그때 이후 취재진한테 공개된 적이 없어요. 이곳은 사실 그 비자금에 연루된 곳이고 환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곳이라 저희가 자택을 제작해서 들어가 보고 싶었죠."

- 추징금 환수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대통령 재임시절) 뇌물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 추징하는 거예요. 모든 재산을 환수하는 건 아니죠. 검찰을 통해 추징자료를 확보해 보니, 1997년도 이후에 검찰이 해마다 추징을 했는데 금액이 다 달라요. 4만7000원 추징된 경우도 있어요. 근데 전재국씨 회사에서 미술품 같은 것도 나오고 조세피난처가 있다고 밝혀져 논란도 일었잖아요. 하지만 다 몰수할 수는 없죠. 그 자금이 뇌물과 연결된 자산인지 법적으로 따지더라고요. 그게 증명이 안 되면 추징할 수 없는 거예요."

- 전씨 측은 자택 압류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했는데요. 자택을 내놓겠다고 했다가 왜 부당하다고 이야기하는 건가요?
"그때는 국민적 여론이 있어서 내놓겠다고 했는데, 지금와서 뇌물죄와 연희동 주택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쉽게 이해하시면 말이 바뀐 겁니다."

- 국민 앞에서 약속하고 뒤에서 말을 바꾼 거군요.
"저희가 전재국씨와 통화할 적에 '어쨌든 추징금은 제 것이 아니고 아버지 것이지 저와는 관련 없지 않습니까'라고 얘기를 하는데, 좀 놀랐어요. 일단은 전재국씨 만나려고 회사 통해 수차례 연락을 드렸었고요. 공문도 보냈었는데 답이 없었어요. 그래서 집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는데 만날 수 없어서 전화드렸어요. '검토해 보셨냐' 물으니 '내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2013년 당시와 너무 다른 태도였어요. 또 추징금 이야기할 적엔 다소 흥분한 상태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국민께 약속하셨잖아요'라고 얘기를 했는데 '더 이상 드릴 말이 없다'고 하고는 끊었죠."

- 전재국씨는 150억 원이 넘는 부동산뿐 아니라 여러 회사 지분도 소유하고 있는데요. 사업을 할 순 있지만 초기 자본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에 따라 이 부분도 추징 대상이 될 수 있지 않나요?
"전두환씨가 서초동 땅을 1991년에 전재국씨에게 증여하거든요. 그리고 몇달 뒤 전재국씨가 그 땅에 시공사라는 출판사를 세웁니다. 당시 출판업계에서 시공사가 잘나갔거든요. 전재국씨는 '나는 5천만 원으로 내가 알아서 시작했다'고 하는데, 유학생활 하다가 한국에 와서 사업을 시작하고 법인을 여러 개로 늘리는 게 쉽지는 않았을텐데 전두환씨 자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 전재국씨가 북플러스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쓴 법인카드도 분석하셨는데요. 4년간 1억이 넘는 돈이 사적으로 쓰인 것으로 보여져요. 법인카드를 업무와 무관하게 쓰는 건 문제 아닌가요(전재국씨는 리브로 등 여러 회사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으며 도서유통업체 북플러스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기자주).
"회계사·세무사·변호사분들 많이 만났는데 배임 횡령 얘기를 하셨어요. 왜냐하면 업무와 무관한 게 너무 명확하게 보이잖아요. 가라오케·클럽 등에서도 (카드를) 썼고요. 전재국씨가 2019년도에 북플러스에 대표이사로 온 건데 그전까지는 기타 비상무이사라고 경영권에 참여하는 임원이긴 하지만 대표 격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도 법인카드를 쓴거죠. 그건 배임 횡령 여지가 있는 거라고 전문가분들이 이야기했죠.(PD수첩 측은 법인카드 사용과 추징금 납무 관련해 전재국씨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러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기자주)."

- 전재국씨가 대표로 있는 성강문화재단은 공익법인이라 추징대상이 아닌가요(성강문화재단은 전재국씨가 대주주로 있는 '리브로'에 30억 원을 대출해준 바 있다).
"성강문화재단은 공익법인이라 추징이 안 되는 게 아니에요. 여기 같은 경우는 비영리재단 사업을 하기 때문에 그 재단 사업 목적에 맞게 비용을 쓰면 문제삼을 게 없는 거고요. 문제는 성강문화재단이 대부업을 한다는 거예요. 이자로 수익이 발생하면 증여세 관련해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처음 목적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법인이 취소될 수 있는 거예요. 이 부분은 검찰 수사도 받을 수 있는 거라 그쪽에서 문제를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 전두환씨 추징금을 다 추징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만났던 천정배 전 국회의원도 '전두환 끝장 환수3법(2019년)' 이야기하시면서 끝까지 추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시잖아요. 이건 나라의 돈인 거예요. 문제가 있고 추징되어야 할 돈은 추징돼야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씁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청년층에서는 상대적 박탈감도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고요. 추징의 대상이 있으면 빨리 법적으로 책임 물어야 될 것이고, 지금 전두환씨 같은 경우는 사자 명예훼손도 걸려 있잖아요. 지난 6월 14일 광주지방법원에 나타나지 않았지만요. 그동안 부당하게 쌓은 권력과 돈으로 누리고 있는데 추징할 것이 있으면 응하고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김경희 PD수첩 전두환 전재국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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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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