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23시 30분 SBS를 통해 방영된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컴눈명 콘서트’는 6월 22일 CJ ENM이 발표한 6월 2주 콘텐츠 (CPI powered by RACOI) 영향력 지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1일 23시 30분 SBS를 통해 방영된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컴눈명 콘서트’는 6월 22일 CJ ENM이 발표한 6월 2주 콘텐츠 (CPI powered by RACOI) 영향력 지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 SBS 문명특급 유튜브 채널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에 이어 '컴눈명(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의 시대가 왔다. 지난 달 11일 23시 30분, SBS를 통해 방영된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컴눈명 콘서트'의 여운이 여전하다. 지난 달 22일 CJ ENM이 발표한 6월 2주 콘텐츠 (CPI powered by RACOI) 영향력 지표에서 <문명특급> '컴눈명'이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4일 유튜브가 발표한 '월간 유튜브 트렌드 6월호'에서도 '컴눈명'은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화제를 입증했다.

SBS <문명특급> '컴눈명(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 특집을 본 많은 1990년대생들이 6년 전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의 열풍을 이제야 이해하겠다는 반응이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중반까지 케이팝 마니아들 사이에서 (또는 대중적 영역에서) 소비되던 케이팝 스타들이 다시 현역으로 무대에 오른 광경 자체가 감격이다. '컴눈명 보고 울었습니다' 같은 반응이 낯설지 않다. 

한 구독자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

'컴눈명'은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한 구독자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했다. 2000년대 중후반 케이팝 음악을 추억하며 유튜브를 통해 무대 영상을 돌려 보던 구독자가 과거 활약했던 아이돌 그룹의 기획을 <문명특급> 제작진에 요청했다. 애프터스쿨, 2PM, 나인뮤지스, 샤이니, 가인, 빅스, 오마이걸의 노래가 선정되었고, 가인과 빅스를 제외한 그룹들이 직접 참여해 과거 본인들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특히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무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컴눈명 콘서트'를 위해 멤버 가희와 베카는 인도네시아 발리와 하와이에서 귀국해 2주 간 자가 격리를 마치고 10년 전 히트곡을 다시 소화했다. 6월 28일 현재 애프터스쿨의 컴눈명 콘서트 '뱅(Bang!)'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687만 회에 달한다. 

<문명특급>과 진행자 재재가 주목받은 것은 2018년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 콘텐츠 때였다. 파이브돌스, 나르샤, SS501 등 컬트적인 가사와 난해한 콘셉트로 당대 미묘한 평을 받았던 노래들을 다시 발굴하는 내용이었다. 반면 '컴눈명' 열풍은 무한도전 '토토가'와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MBC <복면가왕>, JTBC <히든싱어> 및 <슈가맨> 등 가요계 전반의 복고 열풍과 일맥상통한다. 키치한 결과물 혹은 B급 감성 노래들은 '숨듣명'이고, 세련되고 멋진 노래였지만 성과가 못내 아쉬운 곡들은 '컴눈명'이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그룹은 복기 대상에서 차순위다. 소녀시대, 투애니원, 에프엑스, 빅뱅, 슈퍼주니어 등이 해당된다. '컴눈명 콘서트'의 선곡에서도 기획 성향을 읽을 수 있다. 2PM은 '10점 만점에 10점'이 아니라 '우리집', 샤이니는 'Ring Ding Dong'이 아니라 'View', 애프터스쿨도 음악방송 1위 곡 '너 때문에'가 아니라 '뱅(Bang!)'을 무대에 올렸다. 

당대에도 어느 정도 반향은 있었으나 한 해를 휘어잡았다 수준의 히트곡은 아니고, 커리어 초기 곡이거나 (오마이걸 'Closer', 애프터스쿨 'Diva') 전환기의 곡이며 (샤이니 'View', 2PM '우리집'), 아티스트 이름값과 노래의 퀄리티에 비해 어떤 요인에서인지 아쉬운 성적을 거둔 노래들이다.

'컴눈명'과 케이팝 세계에서 이 노래들은 작사가, 작곡가, 멤버 모두가 최선을 다했으나 생각만큼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희미한 잔향이나 자료화면으로 남아있는 세대의 기록처럼 멀리 있지 않아 사실 아직까지도 곳곳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지만 언제나 일말의 아쉬움을 품고 듣게 되는 노래들이다. 나의 세대와 과거를 채워준 노래이기에 '더 잘 됐어야 한다'는 동료의식이 발동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기강을 잡는다'는 표현이다. '컴눈명' 특집을 본 팬들은 애프터스쿨, 2PM 등 10년 전 그룹들의 무대에 감탄하며 '기강'이라는 일종의 집단적 정수를 공유한다. 칼 같은 군무와 독기 어린 퍼포먼스, 힘차게 랩을 뱉고 '고음 셔틀' 파트처럼 혼신의 힘을 내뱉는 것이 케이팝의 핵심이라는 믿음이다. 팀과 소속사 단위의 전략 아래 멤버 각자에게 고유의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역할을 수행시키는 오늘날 케이팝 시스템과 비교하면 과거 그룹들의 퍼포먼스나 열정은 한 수 위처럼 보인다. 

이 점에서 '컴듣명'은 '토토가'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명실상부한 1990년대 유행가를 다시 가져왔던 '토토가'와 달리 케이팝의 리바이벌은 당대 인정받지 못하거나 짧은 전성기를 누린 가수들의 결여된 점을 채워주는 의미에서의 재소환, 재구성, 재해석이다. 이런 노래들도 명곡으로서 지위를 회복시켜달라는 무언의 주장이다. 

또한 '컴눈명'은 '숨듣명' 열풍과도 다르다. 이 복고 열풍에 열광하는 이들에게서 호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개인적인 이유와 더불어 가치 회복 및 역사 다시 쓰기의 철학이 강하게 묻어난다는 것이다. 제목처럼 '숨듣명'은 당시 숨어서 들어야 할 이유가 있는 곡들이었고 당사자들도 그 패배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반면 '컴눈명'은 권위와 존중을 요구한다. 현역으로도 손색없는 무대를 펼쳐 보이는 이들에게 컴백의 당위를 부여한다. 
 
 케이팝 팬들은 컴눈명 콘서트의 여운을 길게 가져가며 다양한 2차 창작 콘텐츠를 통해 과거 케이팝을 즐기며 향유하고 있다. 유튜버 '한라봉'은 2000년대 중후반 문화 코드를 적극 도입한 '방구석 컴눈명 뒷풀이' 라이브로 케이팝 팬들의 화제를 모았다.

케이팝 팬들은 컴눈명 콘서트의 여운을 길게 가져가며 다양한 2차 창작 콘텐츠를 통해 과거 케이팝을 즐기며 향유하고 있다. 유튜버 '한라봉'은 2000년대 중후반 문화 코드를 적극 도입한 '방구석 컴눈명 뒷풀이' 라이브로 케이팝 팬들의 화제를 모았다. ⓒ 유튜브 '한라봉' 채널 캡쳐

 
가요계 복고 열풍 속에도 2000년대 중후반 십 대 시기를 보낸 케이팝 마니아들을 위한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 '컴눈명 콘서트'는 학창 시절을 관통하며 당대 음악 방송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던 가수들, 케이팝이 지금과 같은 글로벌 인기를 누리기 전 어딘가 어설플지라도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춤을 추던 가수들을 다시금 전시했다. '컴눈명' 열풍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수련회, 장기자랑, 학예회 등 1990년 대생들이 기억하는 추억의 매개체다. 

<문명특급>은 케이팝에 허락되지 않았던 인간적 면모와 인간적 배려를 통해 가장 공감할 수 있고 영향력 있는 케이팝 채널이 되었다. 그리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10~20대 팬들에 주목해 '컴눈명'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지금의 케이팝을 일군 선배 그룹들의 사료로도, 근심 없는 학창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매개체로도 '컴눈명' 열풍은 2021년 하반기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할 현상임에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뉴스레터 제너레이트 (https://zenerate.glivery.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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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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