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부끄러웠던 첫 게임 내용과 결과였다. 상대 수비수 자책골 덕분에 유효 슛 기록 하나도 없이 이길 수도 있다는 것을 전 대회 챔피언 클럽이 멋쩍게 알려준 셈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터진 극장 결승골을 후반전 교체 선수 셋이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그나마 의미를 둘 수 있는 게임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26일 오후 11시(한국 시각) 태국 방콕에 있는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비엣텔 FC(베트남)와의 첫 게임에서 종료 직전에 들어간 상대 선수의 자책골에 힘입어 1-0으로 겨우 이겼다.

울산의 무딘 호랑이 발톱

베트남 클럽 비엣텔 FC는 공-수의 핵심 멤버 '응옥 하이, 부이티엔 중'이 이번 게임에 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전현직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울산 현대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펼쳤다. 

2020년 이 대회 챔피언 울산 현대는 이번에 참가한 K리그 네 클럽 중에서 가장 조별리그 대진표가 좋다고 볼 수 있다. 중국 프로축구 강팀 중 하나인 상하이 포트 FC가 필리핀 대표로 플레이오프에 나선 카야 FC에게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조별리그 상대 팀 모두가 동남아시아 클럽들(태국, 베트남, 필리핀)로 구성된 것이다.

이 소식은 울산 선수들 마음 속에 헛바람을 들게 한 것으로 보였다. 게임 내내 일방적인 공격을 펼치며 모두 10개의 슛을 날렸지만 실속은 하나도 없었다. 상대 골문 안으로 날아가는 유효 슛 기록이 0으로 찍힌 것이 허무하게 보일 정도였다.

원 톱으로 먼저 뛴 골잡이 김지현이 전반전에만 왼발 돌려차기로 위력을 뽐내고 곧이어 감각적인 가슴 트래핑 기술로 오른발 발리슛까지 시도했지만 헛발질로 끝나고 말았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양쪽 날개(김인성, 김민준)를 빼고 바코와 이청용을 들여보냈고, 74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던 김성준을 빼고 김천 상무에서 최근 전역한 골잡이 오세훈까지 들여보내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래도 울산 현대를 상징하는 호랑이 발톱은 좀처럼 날카로움을 드러내지 못했다. 반면에 비엣텔 FC는 65분에 얻은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수비수 반 티에트의 헤더 슛이 울산 골키퍼 조현우 정면으로 날아들어 이 게임 유일한 유효 슛 기록을 남겼다.

비엣텔 FC 필드 플레이어들의 수비 전환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을 감안하더라도 울산 현대의 슛 정확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시작되자마자 비엣텔 FC 수비수의 자책골이 나온 것이다.

90+1분,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이청용이 감아올린 공을 오세훈이 이마로 떨어뜨렸고, 이 공을 받은 힌터제어를 마크하던 응우옌 탄 빈의 몸에 맞고 들어갔다. 멋쩍게 들어간 결승골이지만 후반전 교체 선수 셋이 합작한 골이었기에 과정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셈이다.

이제 울산 현대는 오는 29일(화)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BG 빠툼 유나이티드(태국)를 만나 조 1위 가능성을 점치게 된다.

2021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26일 오후 11시, 빠툼타니 스타디음-방콕)

울산 현대 1-0 비엣텔 FC [득점 : 응우옌 탄 빈(90+1분,자책골)]

울산 현대 선수들
FW : 김지현(58분↔힌터제어)
AMF : 김인성(46분↔바코), 윤빛가람(89분↔신형민), 김민준(46분↔이청용)
DMF : 김성준(74분↔오세훈), 고명진
DF : 홍철, 불투이스, 김기희, 김태환
GK : 조현우

F조 현재 순위
1 BG 빠툼 유나이티드(태국) 3점 1승 4득점 1실점 +3
2 울산 현대(한국) 3점 1승 1득점 0실점 +1
3 비엣텔 FC(베트남) 0점 1패 0득점 1실점 -1
4 카야 FC(필리핀) 0점 1패 1득점 4실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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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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