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싸움을 하는 삼성과 탈꼴찌 경쟁을 하는 한화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의 내야수 오선진이 삼성으로 이적하고 삼성의 외야수 이성곤이 한화 유니폼을 입는 1: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8년부터 한화에서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약하던 오선진은 올해 박정현, 조한민 등 젊은 내야수들에 밀려 한 번도 1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다가 삼성으로 이적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게 됐다.

오선진의 반대급부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이성곤은 해태 타이거즈의 왕조시대를 이끌었던 이순철(SBS 스포츠 해설위원)의 아들로 널리 알려진 선수다. 작년 62경기에서 타율 .281 5홈런18타점을 기록하며 1군에서 자리를 잡는 듯 했던 이성곤은 올해 경쟁에서 밀려 1군에서 단 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과연 거포로써의 가능성을 보였던 이성곤은 한화에서 재능을 꽃 피울 수 있을까.

아버지 이어 KBO리그 누비는 2세 선수들

'미스터 인천'으로 불리며 현역 시절 타율 .275 138홈런598타점을 기록했던 김경기(SPOTV해설위원)는 '인천야구의 대부'로 불리는 김진영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아들이다. 과거엔 김경기 같은 '야구인 2세'가 특별한 케이스였지만 어느덧 KBO리그의 역사가 40년에 접어들면서 KBO리그 초창기 스타들의 2세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KBO리그의 그라운드를 누비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세 선수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다. 고교 시절까지 아버지 이종범(LG트윈스 2군 타격코치)을 따라 유격수로 활약하던 이정후는 프로 입단 후 외야수로 변신해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아버지 못지 않은 스타로 도약했다. 이정후는 프로 5년 차에 불과하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과 2019년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차례로 선발되며 한국야구의 기둥으로 활약하고 있다.

2세 선수의 성공 사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선수는 박철우 두산 베어스 2군 감독의 아들인 박세혁이다. 현역 시절 주로 지명타자로 활약했던 아버지와 달리 발 빠른 포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박세혁은 양의지(NC 다이노스)가 떠난 2019 시즌 타율 .279 4홈런63타점58득점8도루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우승포수로 등극했다. 주전 포수 3년 차 박세혁은 이제 두산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 선수가 됐다.

작년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309 12홈런70타점을 기록하며 NC의 '깜짝스타'로 떠올랐던 강진성은 지난 2018년 20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 강광회 심판의 아들이다. 1995년부터 심판으로 활동하면서 야구팬들에게는 심판으로만 널리 알려졌지만 강광회 심판 역시 1990년부터 1994년까지 태평양 돌핀스와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다(물론 현재는 강진성이 아버지의 기록들을 모두 갈아 치웠다).

해태 타이거즈 왕조시대의 포수 정회열의 아들인 정해영도 작년 KIA 타이거즈에 1차지명을 받으며 대를 이어 프로 무대를 밟았다. 작년 47경기에 등판해 5승4패11홀드 평균자책점3.29를 기록했던 정해영은 올해 KIA의 마무리로 활약하며 26경기에서 4승3패12세이브2.57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 밖에 두산의 포수 장승현은 태평양 돌핀스와 현대 유니콘스에서 활약했던 장광호의 아들이다.

'리빌딩 구단' 한화에서 주전 기회 잡을까

이성곤의 아버지 이순철은 현역 시절 7개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와 함께 세 번의 도루왕을 차지했던 공수주를 겸비한 최고의 외야수였다. 이순철은 지난 2011년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선정한 'KBO리그 30주년 올스타 BEST10'에서도 고 장효조, 양준혁과 함께 당당히 최고의 외야수로 이름을 올렸다. 많은 야구인 2세 선수들이 그렇듯 이성곤 역시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언제나 스타였던 아버지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이성곤은 2014년 두산에 입단할 때부터 장타 잠재력을 갖춘 거포 유망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왕조시대를 연 두산에서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이성곤은 두산에서 4년 동안 8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하다가 2017 시즌이 끝난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성곤은 삼성 이적 후에도 2018년 9경기,2019년13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아까운 재능을 낭비했다.

그러던 작년 시즌 허리부상을 당한 외국인 선수 타일러 살라디노 대신 1군에 올라온 이성곤은 6월2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홈런을 터트렸다. 이성곤은 작년 시즌 62경기에서 5홈런을 기록하며 거포로서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듯 했지만 올해 오재일과 호세 피렐라의 가세로 다시 1군에서 자리를 잃었다. 결국 올해도 퓨처스리그를 전전하던 이성곤은 25일 오선진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한화는 올해 임종찬, 유장혁, 장운호 등 젊은 외야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팀 내 2홈런을 때린 외야수조차 없을 정도로 외야수들의 장타부재는 팀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작년 154타석에서 5홈런을 때렸던 이성곤의 장타력이 살아난다면 한화 타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이성곤과 스타일이 비슷한 노장 이성열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뛰어난 투타의 조화로 꾸준히 선두권에서 순위 경쟁하고 있는 삼성은 주전 선수의 부상 같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앞으로도 주전 선수 위주로 시즌을 풀어갈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순위경쟁에서 자유로운 한화는 여러 선수에게 기회를 주면서 팀의 미래를 이끌 주역들을 찾고 있는 과정이다. 물론 정든 팀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은 크겠지만 이번 트레이드는 이성곤에게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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