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현재 어수선한 분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이지만 올시즌에는 주전급 선수들의 연이은 이적과 부상 공백 속에 7위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선수단 관리 방식과 기강 문제를 놓고 잡음까지 일고 있다.

박건우의 2군행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박건우는 두산은 물론 현재 KBO리그를 대표하는 간판 외야수 중 한명이다. 올시즌도 타율 .333 2홈런 32타점으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 명단에도 승선한 상태였다.

그런데 박건우가 지난 21일 돌연 2군으로 내려갔다. 특별히 부진도 부상도 아니었기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인터뷰에서 박건우의 2군행에 대하여 이렇게 언급했다. "박건우가 피곤해하고 쉬고 싶어해서 그럴거면 2군에 가서 푹 쉬고 오라고 했다"며 "야구는 팀 스포츠이 고 한 선수로 분위기가 잘못된다면 결단을 내려야한다. 그게 감독의 역할이다"라고 말이다.

요약하면 박건우의 2군행이 '문책성' 성격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또한 김 감독은 "주전들이라고 해서 경기를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감독과 두산 구단은 그 이상의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2군행의 책임이 오롯이 박건우에게 있다는 뉘앙스만큼은 분명히 하고 있다. 박건우가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있다는 점과 올시즌 이후 FA자격을 얻는다는 점도 재조명받았다. 만일 박건우가 뭔가 팀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을 했거나 야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나태한 모습을 보였다면, 감독이 팀의 기강을 잡는 차원에서라도 조치를 내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할수 있다.

문제는 문책을 하더라도 그 사유와 방식의 공감대에 있다. '그렇다면 박건우가 과연 무엇을 잘못했는가?'에 대하여 김태형 감독이 밝힌 내용이라고는 '선수가 피곤해 하고 쉬고 싶어해서'라는게 언급의 전부였다.

이것이 박건우의 태업이나 불성실을 우회적으로 함축한 표현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선수가 순수하게 피로를 드러낸 것을 감독이 못마땅하게 받아들인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전자라면 당연히 박건우가 팀에 피해를 끼쳤다고 할수 있지만, 만에 하나 후자라면 좀 억울할 수도 있다. 선수가 정말 아프고 힘든데도 주전이라고 불편한 티도 내지말라고 한다면, 지극히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 아닐수 없다.

가장 아쉬운 점은 김태형 감독이 문제를 오히려 더 키우는듯 한 모양새가 되었다는 것이다. 보통은 선수가 부진이나 부상이 아닌 다른 이유로 엔트리에서 말소될 경우, 어쨌든 대외적으로는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는 등 나름의 명분으로 포장하고 절제된 내용을 언론에 전달하는게 일반적이다. 팀 분위기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고 향후 선수의 사기와 이미지도 보호해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김 감독의 언행은 이례적이었다. 대놓고 공개적으로 자기 선수를 비난했고, 불편한 감정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만큼 박건우를 향한 기대와 실망이 컸다고도 볼수 있지만, 감독의 대응도 사령탑으로서 성숙하거나 현명한 대처였다고는 보기 힘들다.

사실 김 감독이 선수들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투수 김강률이 KT전에서 1이닝 8실점을 허용하며 부진하자 이튿날 바로 문책성 2군행을 지시했다. 김 감독은 김강률이 난타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하지 않고 일부러 놔뒀음을 시인하며 '벌투'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나이가 몇인데 자기 공을 못 던진다"며 성인 선수에게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않았다. 심지어 김 감독은 경기 중 상대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도 거친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의 '권위'는 절대적인 경우가 많다. 감독의 선택, 감독의 평가 한마디로 선수의 이미지와 커리어까지 큰 영향을 미칠수 있다. 김 감독의 비난으로 박건우는 '주전이라고 경기출장을 당연히 여기는 선수', '팀보다 자기 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선수' 취급을 받게 됐다. 김  감독은 "박건우가 선수단에 미안함을 느껴야한다"며 공개적인 사과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정작 선수 본인이 이에 직접 반박하거나 항변하는 이야기는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팬들은 그저 김태형 감독의 일방적인 평가로만 이 사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박건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납득할만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던지, 혹은 처음부터 팀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했어야 했다. 이런 방식으로 선수를 망신주기 식으로 길들이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날 가능성이 더 높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던 시절, 자신의 실책성 플레이를 대놓고 지적하던 소속팀 감독에게 "글러브를 줄테니 직접 뛰어보라"고 맞선 일화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감독의 권위는 물론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권위주의'가 되어서는 안된다. 김태형 감독은 박건우를 다루는 태도에서는 여전히 옛날 야구 문화에서 흔히 볼수 있었던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관행이 강하게 묻어난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박건우를 2군에 내려보낸뒤 3연패 수렁에 빠지며 5할 승률조차 무너졌다. 같은날 박건우는 퓨처스리그에서도 2안타 3출루의 활약을 선보이며 자신이 2군에 있을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팀이 하나로 뭉쳐서 단합해도 모자랄 시점에 두산은 엉뚱한 해프닝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두산으로서는 박건우 사태가 더 이상 불필요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현명한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 박건우의 반성을 요구하는 것 만큼이나 김태형 감독으로서도 성숙한 자기 성찰과 포용력을 보여줘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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