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가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전날의 대패 수모를 만회했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SSG랜더스는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6안타를 때려내며 7-4로 역전승을 거뒀다. 5회 초까지 0-4로 끌려가던 SSG는 5회 말에만 대거 6점을 뽑아내는 빅이닝을 통해 역전에 성공하며 kt 위즈와 공동 3위로 뛰어 올랐다(36승27패).

SSG는 5이닝 동안 4피안타4실점2자책으로 마운드를 지킨 선발 오원석이 시즌5번째 승리를 챙겼고 4명의 불펜투수가 1이닝씩 책임지며 승리를 지켰다. SSG는 아티 르위키(샘 가빌리오로 교체)와 문승원, 박종훈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면서 선발진에 큰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하지만 이 선수의 분발 덕분에 불펜은 그럭저럭 운영이 되고 있다. 6월 들어 10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가며 SSG불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택형이 그 주인공이다.
 
  SSG불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택형 선수.

SSG불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택형 선수. ⓒ SSG랜더스

 
제구 문제 때문에 고전하는 좌완 강속구 투수들

야구에서는 좀처럼 갖추기 힘든 투수의 3대 조건이 있다. 바로 좌완, 강속구, 그리고 제구력이다. 물론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이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이들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도 대부분의 좌완 강속구 투수들은 제구 문제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KBO리그에서도 제구에 약점을 가진 좌완투수들은 적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했던 좌완 이혜천이다. 쓰리쿼터의 독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불 같은 강속구의 소유자인 이혜천은 통산 706경기에 등판해 58승48패7세이브72홀드 평균자책점4.42의 성적을 기록했다. 55승은 유희관(99승) 등장 전까지 베어스 역대 좌완 최다승 기록이었다.

이혜천은 현역 시절 이승엽과 장성호(KBS N스포츠 해설위원) 등 KBO리그의 전설적인 좌타자들이 가장 상대하기 싫어하는 투수였다. 하지만 이는 이혜천의 구위 때문이 아닌 그가 가진 불안한 제구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혜천은 통산 1019.1이닝을 던지면서 525개의 볼넷과 84개의 몸 맞는 공으로 무려 609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다. 9이닝당 사사구는 5.38개로 이혜천은 제구력이 좋지 않은 대표적인 좌완투수였다.

올해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슈퍼루키' 이의리(KIA 타이거즈) 역시 제구 이슈에선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이의리는 올 시즌 60.2이닝 동안 35개의 볼넷을 기록하며 이닝당 0.58개의 볼넷을 내주고 있다. 물론 지금은 겁 없이 던지는 강속구가 타자들에게 먹히고 있지만 이의리가 앞으로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좌완으로 성장하기 위해 제구력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숙제다.

이처럼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투수들은 구속과 제구력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투수로서 성장해야 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각 구단에는 제구와 구속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좌완 유망주들이 적지 않게 포진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선수들은 6월 들어 10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가며 '환골탈태'한 SSG 좌완 김택형의 사례를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정면 승부'로 답을 찾은 SSG의 김택형

류현진의 모교 동산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2라운드 전체18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지명된 김택형은 입단 당시만 해도 강속구 투수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로 변신한 김택형은 일약 히어로즈 불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많은 좌완 강속구 유망주들이 그런 것처럼 김택형 역시 제구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김택형은 루키 시즌부터 많은 기회를 얻어 37경기에 등판해 4승4패2홀드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7.91에 그치고 말았다. 김택형은 이듬 해에도 32경기에서 2승2패7홀드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7.62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히어로즈는 김택형이 입단 3년 차가 되던 2017년 5월 김성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김택형을 SK 와이번스로 보냈다. 김택형으로서는 고향팀으로 이적한 셈이다.

하지만 고향의 편안함도 김택형의 고질적인 제구약점을 해결해주진 못했다. 김택형은 SK 이적 후에도 매년 이닝 수와 비슷한 볼넷 개수를 기록하며 '제구가 안 되는 좌완 강속구 투수'의 이미지를 씻지 못했다. 올해도 4월 4경기에서 7이닝7실점(6자책) 평균자책점7.71로 헤매던 김택형은 5월부터 조금씩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을 찾으며 자신이 가진 위력적인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5월 6번의 등판에서 5.2이닝2실점(평균자책점3.18)을 기록한 김택형은 6월 들어 10경기에서 12이닝 동안 단 한 점의 자책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유일한 실점이었던 6월 9일 kt 위즈전 1실점도 김택형의 책임이 없는 비자책이었다. 4월이 끝났을 때 7.71이었던 김택형의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2.92까지 내려갔다. 김택형은 23일 LG전에서도 7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다.

김택형은 6월에도 12이닝을 던지며 6개의 볼넷을 내줬다. 어느 날 갑자기 제구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면서 성적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김택형은 도망가는 투구 대신 자신이 가진 구위로 타자들과 정면승부를 하기 시작했고 이는 마운드 위에서의 자신감으로 연결됐다. 그리고 김택형이 마운드 위에서 자신 있는 투구를 하기 시작하면서 김원형 감독도 필승조가 들어가야 할 시기에 김택형을 투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SSG 랜더스 김택형 좌완 스페셜리스트 제구 트라우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