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배우들이 올림픽 경기 종목 픽토그램을 표현하고 있다. 2021.7.23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배우들이 올림픽 경기 종목 픽토그램을 표현하고 있다. 2021.7.23 ⓒ 연합뉴스

 
지난 23일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이 진행됐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올림픽 개회식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이들에게 재미있었던 공연이 있었다.

개회식 후반 펼쳐진 '픽토그램 쇼'(문자 없이 그림 만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쇼)에서는 세 명의 '픽토그램 맨'이 나타나 도쿄 올림픽 50가지 세부 종목의 픽토그램을 몸으로 직접 재현해, 보는 이들을 박장대소 하게 만들었다. 일본 특유의 마임을 가감없이 보여줬던 이들은 지루했던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최고의 5분'을 만든 일등 공신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픽토그램 마임을 선보인 '배우'는 세 명. 2인조 코미디 마임 그룹 가말쵸바(GAMARHOBAT)의 히로폰(HIRO-PON)과 마임 코미디 듀오 가베즈(GABEZ)의 히토시, 마사. 특히 이날 '픽토그램 마임'을 펼쳤던 3인방은 여러 번 한국을 찾아 공연을 벌인 바 있다.

2005년부터 한국 찾고, 춘천 마임축제 찾기도

가말쵸바는 조지아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의 단어다. 1999년 결성된 가말쵸바는 한국에서 단독 공연은 물론, 여러 축제도 찾아 마임을 펼쳤던 듀오이기도 하다. 2005년 춘천마임축제를 시작으로 한국을 찾은 가말쵸바는 2009년 한국에서 한 달 가까이의 단독 내한공연을 가지면서 팬터마임의 매력을 알리기도 했다.

2017년에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때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아 마임 페스티벌을 펼치고, 2018년에도 단독 내한공연을 위해 한국에 왔다. 특히 2018년 내한공연에서는 윤형빈, 옹알스와 함께 대사 없이 마임을 벌이는 합동 공연을 펼쳐 웃음을 주기도 했다.

가베즈 역시 한국을 찾았던 이력이 있다. 2012년 춘천마임축제 등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던 가베즈는 2013년 장애아동과 가족이 함께하는 치유 페스티벌에도 참가해 마임을 아낌없이 펼쳤다. 한국과 꽤나 인연이 깊은 마임 맨들이 펼친 공연인 셈이다.

가말쵸바의 경우 2009년 내한공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에서의 이야기를 풀기도 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가말쵸바는 "한국 관객 분들의 에너지가 넘치고, 반응 역시 좋아서 공연 내용이 길어지거나 분위기를 타게 된다"면서 한국 관객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녹화할 수도 있었는데... 라이브를 중시했어요"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픽토그램 맨' 연기를 했던 히로폰 씨가 개회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픽토그램 맨' 연기를 했던 히로폰 씨가 개회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2020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올림픽 개회식이 끝난 후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픽토그램 맨'들이 웃음을 주었다. 픽토그램 인형 옷을 입은 채 회견장에 나온 가말쵸바의 히로폰씨는 마이크 버튼을 찾지 못해 장갑을 벗고서야 말을 하는 등 현장을 웃음 가득하게 만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올림픽 개회식에 대한 소감은 어땠을까. 히로폰씨는 "나를 포함한 3명이 픽토그램 퍼포먼스에 참가했다"면서, "녹화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라이브로 (공연을) 펼치는 것을 중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히로폰씨는 "평소에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팬터마임 공연을 하기에 언어와 무관하게 세계 다른 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 점을 이번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코미디적인 요소를 살리고 싶었는데, 상당히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픽토그램 쇼'의 원안은 지금보다 짧았다고 한다. 히로폰씨는 "처음 50개의 픽토그램을 4분 안에 해달라고 했었다. 4분으로는 할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조직위원회에서) 1분을 늘려주신 덕분에 5분 안에 50종목의 픽토그램을 따라할 수 있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히로폰씨의 바람에 맞게 일부 사전녹화를 제외하면 실시간으로 사람들과 함께 호흡했던 픽토그램 마임. 올림픽 개회식 전체에 대한 아쉬움 섞인 말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마임 3인방'의 픽토그램 쇼만큼은 도쿄 올림픽 하면 기억에 남을 재미있는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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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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