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조상현호'가 첫 출항을 절반의 성공으로 마감했다. 농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각) 필리핀 클라크 팜판가 엔젤레스 유니버시티 체육관에서 열린 2021 FIBA 남자 아시아컵 예선 A조 최종전서 홈팀 필리핀에 77-82로 석패했다.

이로써 대회 일정을 4승2패로 마감한 대표팀은 조 2위를 기록하며 8월 17일부터 29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아시아컵 본선에 참가하게 됐다. 한국은 21일 곧바로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이 열리는 리투아니아 카우나스로 이동하여 베네수엘라(1일), 리투아니아(2일)와 격돌한다.

이번 대회는 조상현 감독이 농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 맞이하는 무대였다. 아시아컵 예선은 본래 홈앤드 어웨이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몇차례나 개최지와 대회 일정이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필리핀에서 잔여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김선형, 김종규, 최준용, 양희종 등 오랜 시간 대표팀을 이끌어온 주축 멤버들이 대거 제외됐다. 당초 최종명단에 포함되었던 이정현, 송교창, 허훈 등 MVP 출신 선수들도 한꺼번에 부상으로 낙마했다. 귀화선수 라건아를 제외하면 전원 90년대생 이하로 구성되었고, 이현중, 여준석, 하윤기 등 대학에서 고교생까지 아직 비프로 소속인 유망주들이 대거 가세하며 과감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사실상 1.8군 정도에 가까운 전력이었다.

한국은 필리핀에 두 번 모두 패했지만 약팀인 인도네시아(104-81)와 태국(120-53)를 상대로 무난하게 승리를 챙기며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필리핀도 패하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은 두 번 모두 접전이었고 노골적으로 심판 판정에서 핸디캡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선전했다. 경기 내용면에서는 오히려 1군 전력이 정상적으로 나서고도 약팀들에게 고전했던 김상식호 시절보다 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이스 라건아의 건재와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다. 라건아는 올시즌 소속팀 전주 KCC에서 챔피언결정전까지 소화하느라 대표 선수들중 가장 늦게 시즌을 마감하며 체력적 부담이 컸다. 대회 기간중에는 무릎상태가 좋지 않아 고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전에서 40분 풀타임을 소화하는 등 투혼을 보이며 이승현과 함께 한국대표팀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장신선수가 부족한 대표팀이 대회내내 전반적으로 리바운드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감안할 때 라건아마저 버텨주지 못했더라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놓였을수도 있다.

2000년생 '밀레니엄 보이' 이현중은 성인대표팀 데뷔전에서 단숨에 에이스로 거듭났다. NCAA 데이비슨대에 재학하며 미국 대학무대에서 손꼽히는 유망주로 평가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실력으로 증명했다. 지난 16일 필리핀과의 첫 경기부터 15점(3점 3개) 4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이현중은, 인도네시아전에서는 21점 9리바운드, 2어시스트, 2블록슛을, 태국전에서는 20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 필리핀과의 리턴매치에서 13점 8리바운드를 올리며 매경기 일정 수준 이상의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다.

이현중은 전 경기 두 자릿수 득점과 팀내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키며 라건아와 함께 공격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허재-문경은-조성민-문태종-이정현 등으로 이어지는 대표팀의 외곽 슈터와 해결사 계보를 이을만한 유력한 대안임을 보여줬다.

또한 이현중은 슛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빅맨으로도 손색없는 높은 신장을 활용하여 리바운드에서도 위력적이었고, 속공에 가담할수 있는 기동력과 활동량, 아군들을 활용할 줄 아는 넓은 시야와 공간 패스 능력까지 갖추며 다방면에서 전술적인 활용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윤기와 여준석도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윤기는 태국 전에서 불과 28분 16초을 뛰면서 동34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1블록을 기록했고 유일한 고교생이었던 여준석도 23점 6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이현중의 20점까지 포함하면 영건 3인방이 무려 77점을 합작했다.

물론 상대가 최약체 태국이기는 했지만, 경기 초반에는 꽤 고전했던 것을 감안하면 영건들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는 것과 체력소모가 큰 라건아 등 주전들의 휴식을 벌어줬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조상현 감독도 젊은 선수들의 적극성과 성실함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조상현호의 경기력은 냉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많았다. 김종규와 장재석 같은 장신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한국은 높이와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대회에서 상대한 팀들이 아시아에서도 제공권에 강점이 있는 팀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필리핀전 2연패는 심판 판정에서 불리했던 부분도 있지만, 가장 큰 패인은 승부처에서 리바운드와 수비 싸움에 밀렸다는 것이다. 1차전에(78-81)서는 경기 종료직전 버저비터에 무너졌고, 2차전에서는 공격 리바운드 허용이 치명타였다. 한국은 리바운드 숫자에서 45-42로 앞섰으나 공격 리바운드를 무려 20개나 내줬다.

가드진의 경기운영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주전 가드 역할을 해줘야 했던 김낙현은 경기마다 기복이 심했고 이대성은 이타적인 플레이에 치중하느라 오히려 본연의 장점인 공격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가 안풀릴 때마다 팀전체적으로 라건아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습관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조상현호 출범 이후 첫 대회이고 국제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상당수였다는 점, 손발을 맞춘 지 한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발전할 여지는 충분하다. 7월 올림픽 예선에서 만나는 리투아니아, 베네수엘라 등 한국보다 확실히 한수위의 상대들이다.

도만타스 사보니스(인디애나), 요나스 발란슈나스(멤피스) 등 NBA(미국프로농구) 선수들을 상대하는 경험은 승패를 떠나 조상현호의 진정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값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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