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 [기자말]
<뮬란> 영화 포스터

▲ <뮬란> 영화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산유(미겔 페레 목소리)가 이끄는 훈족의 침략을 받자 황제(팻 모리타 목소리)는 한 집안에서 한 명씩을 황군으로 징집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파씨 가문의 외동딸 뮬란(밍나 웬 목소리)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오순택 목소리)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부모 몰래 입대한다. 유령이 된 파씨 가문의 조상들은 뮬란 문제로 회의를 열어 용을 수호신으로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용을 깨우려던 무슈(에디 머피 목소리)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일이 틀어진다. 

무슈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조상들을 속이고 행운을 부르는 귀뚜라미와 함께 뮬란을 도우러 간다. 용맹한 대장 리샹(B.D.웡 목소리)의 휘하에 들어간 뮬란은 자신의 이름을 '핑'이라 속이고 동료 링(게드 와타나베 목소리), 치엔-포(제리 톤도 목소리), 야오(하비 피어스타인 목소리) 등과 훈련을 시작한다.

1966년 월트 디즈니가 사망한 후 침체기에 들어갔던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1989년 <인어공주>가 대성공을 거두며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인어공주>(1989),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2), <라이온 킹>(1994), <포카혼타스>(1995), <노틀담의 꼽추>(1996), <헤라클레스>(1997), <뮬란>(1998), <타잔>(1999)까지 다양한 소재와 문화를 다루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거머쥔 장편 애니메이션을 쏟아내던 이 시기를 흔히들 '디즈니 르네상스'라 부른다. 이 중에서도 <뮬란>은 디즈니가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들과 다른 주제와 스타일을 선보인 획기적인 작품이다.
 
<뮬란> 영화의 한 장면

▲ <뮬란>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토니 밴크로프트 감독과 베리 쿡 감독이 공동 연출한 디즈니의 3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뮬란>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작자 미상의 '화목란'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았다. 영화는 남자로 변장하고 전쟁에 나간 여성 뮬란의 이야기는 그대로 가져오되 디즈니의 익숙한 요소(여주인공, 왕자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 사악한 악당, 뮤지컬적인 연출, 귀여운 동물 조수들)와 디즈니에겐 새로운 요소(억압과 편견에 맞서는 여성, 전쟁물, 전통적인 동화와 결이 다른 전개)를 결합하는 각색을 했다. 디즈니의 전통적인 공주를 버리고 여성 영웅의 성장을 그리는 과감한 도전을 한 것이다.

뮬란의 주위엔 억압과 편견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여자가 가문을 빛내는 길은 좋은 신랑을 만나는 것", "예쁘고 얌전하며 순종적이고 일 잘하며 아이 잘 낳는 여자를 남자가 좋아한다"라며 과거부터 내려온 '여성다움'을 뮬란에게 강요한다. 그러나 뮬란은 "아무리 노력해도 내 자신을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늙고 병든 아버지를 대신하여 남장을 하고 전쟁터에 나가는 설정은 충효 사상에 입각한 동양적인 가치에 우선하지만, 한편으로는 전통이 강요한 딸, 아내, 어머니로서 살아가길 당당히 거부하고 운명에 맞서는 투쟁이기도 하다.

뮬란은 자기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여정 속에서 개인에 대한 억압과 남성 중심의 성 차별을 하나씩 극복한다. 그녀는 다른 디즈니 공주처럼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낭만적인 로맨스도 없다. 영화는 주인공의 두 얼굴인 '뮬란'과 '핑'을 통해 남녀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탐구하고 리샹을 비롯한 링, 치엔-포, 야오 등 동료들과 위기를 극복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묘사할 따름이다. 
 
<뮬란> 영화의 한 장면

▲ <뮬란>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도니 오즈몬드가 부른 'I'll make a man out of you(내가 너희를 대장부로 만들 것이다)'가 울리는 가운데 뮬란이 자신의 지혜와 의지로 한계를 극복하고 한 명의 전사로 거듭나는 훈련 장면은 영화에서 울림이 가장 큰 순간이다. 1990년대 페미니즘 영화를 대표하는 <피아노>(1993)의 물속에 빠진 에이다(홀리 헌터 분)가 피아노에 묶인 끈을 풀고 나오는 장면과 <델마와 루이스>(1993)에서 투항을 권고하는 경찰을 무시하고 델마(지나 데이비스 분)와 루이스(수잔 서랜든 분)가 손을 맞잡고 절벽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찬이 아닐 정도로 훌륭하다.

<뮬란>은 재미있는 이야기, 근사한 캐릭터, 멋진 액션 시퀀스, 매혹적인 음악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보기에 안성맞춤인 가족 영화다. 또한, 1998년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바림직한 주제 의식과 롤모델을 제공하는 페미니즘 애니메이션이다. <뮬란>이 놓은 초석이 있었기에 지금의 <라푼젤>(2010), <겨울왕국>(2013), <모아나>(2016) 등 진화한 진취적 디즈니 공주 캐릭터들이 나올 수 있었다. <뮬란>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그 유산과 영향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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