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시청자 기만 논란에 휩싸였다. 이른바 '가짜 아이유'를 등장시켜 보는 이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지난 18일 방영된 <나 혼자 산다>의 전반부에선 쌈디(사이먼 도미닉)의 일상을 평소와 다름없이 소개해줬다. 늦은 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감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 쌈디는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방송을 통해선 그와 대화한 목소리가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는데, 다름아닌 아이유의 목소리였다. 이에 스튜디오에 함께한 박나래, 전현무, 기안84 등은 물론이거니와 시청자들 또한 감탄하면서 이들의 대화 장면을 감정이입해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1부가 마감되고 광고 후 2부로 진행되면서 이 대화의 실체가 드러났다. 

진짜 아이유? '클럽하우스' 어플 속 가짜 아이유
     
알고보니 방송 속 아이유의 음성은 사실 인기 SNS '클럽하우스'에서 아이유 성대 모사로 유명한 인물이 낸 것이었다. 즉 쌈디는 아이유와 전화 통화를 한 것이 아니라 성대모사 중인 일반인과 음성 SNS 서비스 대화방에서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문제는 제작진이 낚시성 홍보에 치중해 시청자들을 속였다는 점이다. 방송 하루 전날 <나 혼자 산다> 측은 "드라마를 보며 퍽퍽한 삶을 위로 받은 쌈디는 곧바로 드라마 속 주인공인 아이유에게 전화 연결(?)을 해 감상평을 전했다는 전언이다"라는 문장이 담긴 홍보 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에 기반한 각종 기사가 일찌감치 쏟아졌고 "아이유가 전화 목소리로 출연하는구나
"라고 생각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방송에는 아이유가 아닌, 성대 모사 인물의 목소리가 소개되다보니 "낚였다"를 넘어 "누굴 우롱하나"식의 반응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뒤늦게 19일 방영된 재방송 및 OTT 다시보기 등에선 해당 부분을 삭제처리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분노와 냉소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화를 부른 제작진의 안이한 자세

<나 혼자 산다>의 이번 논란은 몇 가지 점에서 제작진의 사과 및 철저한 반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양 포장해서 과장 홍보에 열을 올렸다는 점은 충분히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해당 보도자료 속 문장에 '(?)'를 넣어 두긴 했지만 이는 결코 가짜 인물을 방송에 활용한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특히 해당 성대 모사 인물은 아이유 팬덤 사이에서 일찌감치 비판의 대상이 된 사람이다. 클럽하우스 프로필에 아이유의 사진과 이름을 내걸곤 성대모사라는 내용조차 표기하지 않으면서 '아이유 사칭'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SNS 상에선 일찌감치 논란을 야기한 인물을 굳이 왜 방송에 활용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최근 몇 달 사이 해외 셀럽 들을 중심으로 클럽하우스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클럽하우스가 어디에요?"라고 되묻는 화사의 말처럼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대다수다. 해당 SNS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선 충분히 실제 아이유와의 통화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다분했다. 

사과 표명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지난 18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나 혼자 산다> 측을 향한 비판이 쉽게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제작진이 사과 없이 문제 장면 삭제만으로 은근슬쩍 상황을 넘어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수에 가까운 낚시성 홍보 및 방송 내용은 시청자 기만이라는 질책을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해당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 내지 해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20일 오전까지 그런 움직임을 발견할 수 없었다.

정체기인 예능이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선 내용적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데 <나 혼자 산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간과한 채 방송 제작에 임했고 이는 큰 화를 부르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나 혼자 산다> 후반부에는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전현무의 코믹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 부진을 거듭하는 프로그램 반등의 수단으로 400회 특집을 맞아 전현무 복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오히려 시청률이 내려가다보니 당사자가 사과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전현무의 사과 직전 '가짜 아이유'가 등장하다보니, 되려 "무릎 꿇어야 하는 건 전현무가 아니라 제작진"이라는 비아냥이 몇몇 시청자 사이에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문제 방송분 편집이 아니라, "잘못했습니다"라는 사과의 말 한 마디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나혼자산다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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