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클리퍼스가 창단 51년 만에 처음으로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타이론 루 감독이 이끄는 LA 클리퍼스는 19일(아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20-2021 NBA 유타 재즈와의 서부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 6차전 경기에서 131-119로 승리했다. 전반을 50-72로 뒤지며 경기의 주도권을 유타에게 빼앗겼던 클리퍼스는 후반에만 81-47이라는 일방적인 스코어로 역전에 성공, 창단 후 처음으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다.

반면에 이번 시즌 52승20패로 NBA 30개 구단 가운데 승률 1위를 기록했던 유타는 포인트가드 마이크 콘리가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서 6경기 출전에 그친 것이 치명적이었다. 에이스 도노반 미첼이 6차전에서 39득점9리바운드9어시스트로 고군분투했지만 루디 고베어는 42분을 뛰면서 0블록슛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로써 창단 후 한 번도 파이널 우승이 없었던 유타는 '우승 도전의 적기'로 불리던 이번 시즌에도 '빈 손'으로 시즌을 마쳤다.

'농구황제'에게 두 번이나 당했던 최강 콤비

1974년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를 연고로 창단한 유타 재즈는 창단 후 5시즌 동안 한 번도 5할 승률에 가까이 가지 못하다가 1979년 연고지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로 옮겼다. 유타가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것은 리그 참가 10년째가 되던 1983-1984 시즌이었는데 유타는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룬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곤자가 출신의 포인트가드 존 스탁턴을 지명했다.

유타는 198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3순위로 루이지아나 주립대 출신의 파워포워드 칼 말론을 지명하며 NBA 역사상 가장 뛰어난 콤비를 결성했다. 스탁턴과 말론은 생김새도, 체격도, 나이도 달랐지만 눈빛만 봐도 통하는 명콤비로 활약하며 유타를 매 시즌 플레이오프로 견인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나란히 드림팀1의 멤버로 발탁됐고 영혼의 콤비답게 유타에서 열린 1993년 올스타전에서는 '공동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타는 스탁턴과 말론 콤비의 기량이 절정에 다다르고 팀에 제프 호너섹과 브라이언 러셀 같은 또 다른 재능들이 합류하면서 드디어 파이널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유타가 최전성기를 맞게 된 90년대 중·후반에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가 있었다. 유타는 1996-1997시즌과 1197-1998 시즌 연속으로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시카고의 벽을 넘지 못하고 두 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만40세까지 유타에서 뛰었던 스탁턴은 2002-2003 시즌 후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고 2003-2004 시즌 LA레이커스로 이적한 말론도 끝내 반지를 얻지 못하고 은퇴를 선택했다. 그렇게 화려했던 첫 번째 전성기가 끝나고 유타는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며 암흑기를 보냈다. 그렇게 힘들었던 2006-2007 시즌 유타를 부활시킨 두 번째 콤비가 바로 대런 윌리엄스와 카를로스 부저였다.

윌리엄스와 부저는 유타를 9시즌 만에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에 데려 가며 유타의 미래를 이끌 콤비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윌리엄스가 2010-2011 시즌에 뉴저지 네츠(현 브루클린), 부저 역시 2010-2011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불스로 이적하면서 '제2의 스탁턴-말론 콤비'가 될 거라 기대했던 젊은 콤비는 생각보다 일찍 해체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23년 간 유타를 이끌었던 고 제리 슬로언 감독마저 팀을 떠났다.

정규리그 1위 유타, 주전 둘 빠진 팀에게 덜미

유타가 맞은 두 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슬로언 감독이 물러난 후 유타는 다시 네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수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유타의 새로운 농구에 핵심 역할을 해줄 '에펠탑' 고베어가 입단했기 때문이다. 포인트가드를 중심으로 한 빠른 농구 스타일을 벗어나 장신 센터를 컨트롤 타워로 세우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농구로 팀 색깔이 변한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유타가 센터 중심의 빅볼을 추구하던 시기부터 NBA는 스테판 커리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대표되는 외곽슛 중심의 빠르고 역동적인 스몰볼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유타도 2010년대 후반부터 얼마든지 역동적인 농구가 가능했다. 2017년 유타의 또 다른 기둥이 된 미첼이 합류한 것이다. 루키 시즌부터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앞세워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미첼은 현재 NBA를 대표하는 엘리트 슈팅가드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덴버 너기츠에게 3승4패로 패한 유타는 2010년대 중반 고베어와 함께 유타의 트윈타워를 형성했던 데릭 페이버스를 영입하며 정규리그를 52승20패로 마쳤다. 유타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도 자 모란트가 이끄는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4승1패로 가볍게 꺾었고 반대편 블록에서는 르브론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가 버틴 '디펜딩 챔피언' 레이커스가 조기 탈락하는 행운(?)도 있었다.

하지만 유타는 플레이오프 두 번째 관문이었던 서부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에서 4번 시드 클리퍼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실 클리퍼스는 주전 빅맨 서지 이바카가 부상으로 시리즈 전체를 결장했고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마저 무릎부상으로 5,6차전을 뛰지 못했다. 하지만 유타는 유리한 상황을 승리로 가져가지 못한 채 컨퍼런스 파이널을 목전에 두고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클리퍼스는 6차전에서 유타 수비의 자랑인 고베어 쪽으로 돌파를 시도하다가 코너 쪽으로 패스를 보내 외곽슛을 노리는 작전을 들고 나왔다. 이는 유타에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작전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퀸 스나이더 감독은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렇게 유타는 이바카도, 레너드도 없는 클리퍼스에게 역대급 역전패를 당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이제 이번 시즌 NBA 최고 승률을 기록한 팀은 더 이상 우승에 도전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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