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을 확정 발표하고 있다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을 확정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영광 재현을 꿈꾸는 김경문호가 도쿄올림픽에 나설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확정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6일 24명의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올림픽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더불어 한국 야구가 최정예 1진으로 나설 수 있는 가장 큰 무대다. 그리고 이 대회에 나설 국가대표팀 명단은 이른바 한국야구의 전력과 장단점 등 현 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거울과도 같다.

김경문호는 투수 10명, 포수 2명, 내야수 8명, 외야수 4명으로 구성됐다. 24명 중 17명이 1990년 이후 출생으로 겉보기에는 '세대교체'를 표방했지만 정작 평균 연령은 28.5세로 생각보다 젊은 편은 아니다. 13년 전 베이징올림픽 당시 김경문호의 평균 연령은 26.5세였다. 30대 선수가 절반이 넘는 12명으로 2008년의 6명보다 오히려 두 배나 되는 셈이다. 베이징에 함께했던 멤버 중에서는 당시 막내급이었던 강민호와 김현수가 이제는 어엿한 최고참급 베테랑이 되어 도쿄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2008년에는 마운드에 류현진-김광현-윤석민, 타선과 수비에는 이대호-김현수-정근우-이용규-강민호 등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이승엽-진갑용- 박진만-김동주-정대현 등의 경험 많은 30대 선수들이 포진하며 신구조화가 돋보였다. 각 포지션마다 젊음의 패기와 경험의 노련미가 균형을 이뤘다.

류현진-김광현이 원투펀치로서 일본-쿠바 등의 강팀들을 상대로 이닝이터 역할을 확실하게 해줬고, 윤석민이 전천후 롱릴리프로 투입되어 중간에서 맹활약했다. 득점력 자체는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안정된 수비와 벌떼야구를 바탕으로 이승엽-이대호 등과 같은 중심타자들이 중요한 순간에 한 방을 터뜨리는 결정력으로 수많은 위기를 이겨냈고, 결국 정상에 올랐다.

13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의 김경문호는 아직 확실한 에이스와 4번타자, 마무리가 보이지 않는다. 베이징에서 우승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류현진(혹은 김광현), 이승엽(혹은 이대호), 정대현의 역할을 담당해줄 수 있는 후계자가 불투명하다. 포수진은 양의지(NC)와 강민호(삼성) 2명 모두 30대 중반의 선수들로 구성됐다. 그리고 이는 현재 한국야구의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이번 대표팀 최종명단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마운드의 우편향과 타선의 좌편향을 꼽을 수 있다. 투수 10명 중 우완이 8명이고 좌투수는 2명 뿐이었다. 반면 야수는 9명이 좌타자이고 우타자는 5명뿐이다.

한국야구는 전통적으로 우수한 좌완투수들을 대거 배출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필두로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KBO리그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모두 메이저리그 무대에 있어서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그리고 한국야구는 벌써 30대 중반에 접어든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좌완 에이스들을 더 이상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우완들이 강세를 보였다. 원태인(삼성), 최원준(두산), 고영표(kt 위즈) 등 투수 지표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 대부분이 우투수였기에 김경문 감독도 이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국제무대 경험이 많지 않다. 역대 대표팀에서 우완 에이스로 맹활약한 사례는 박찬호나 윤석민(이상 은퇴)이 있지만 이들은 대표팀에서는 선발이라기보다는 전천후 계투로 활용한 경우에 가까웠고 대표팀에서의 전성기도 짧았다. KBO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친 우완 선발들이 국제무대에서는 그리 빛나지 못했다는 징크스를 올해 김경문호에서는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좌투수 기근은 심각하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맹활약한 구창모(NC)의 복귀를 마지막까지 기대했으나 부상회복이 더뎌 결국 선택을 포기해야했다. 반면 부상에서 돌아와 현재까지 단 2경기만을 던진 차우찬(LG)은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부진에 허덕이던 신인 이의리(KIA)도 예상을 깨고 최종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의 발탁을 두고 일부 팬들은 선수선발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만큼 대표팀에 믿고 기용할 좌투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씁쓸한 장면이기도 하다.

또한 투수엔트리 10명 중 전문 불펜투수는 조상우(키움)와 고우석(LG), 단 2명밖에 뽑지 않았다. 베이징 대회 당시 오승환, 정대현, 한기주, 권혁까지 불펜 요원들을 적극활용한 것과 대조된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구위와 경험을 갖춘 오승환(삼성)을 뽑지 않은 김경문 감독의 결정에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김 감독의 구상은 확실한 이닝이터들이 없는 상황에서 여러 투수들이 이닝을 나눠 분담하는 벌떼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 한현희(키움), 최원준(두산), 고영표(kt) 등은 국제무대에서 희소성이 있는 사이드암 투수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선발 혹은 전천후 스윙맨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마운드 운용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타선은 좌편향과 거포 부재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나마 이번에 선발된 우타자들도 포지션상 좌타가 드물 수밖에 없는 포수와 3루수 포지션에 집중되어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팀에 따른 맞춤형 좌우타선 구성이나 경기 후반 대타 운용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박병호(키움)와 최정(SSG)의 탈락으로 대표팀의 우타 거포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했다. 김경문 감독은 야수 명단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수비력'에 무게를 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선수발탁 기준과 말바꾸기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중심타선에서 경험 많은 거포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표팀과 리그에서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박병호는 그렇다쳐도, 김재환과 최정, 추신수(SSG)까지 한꺼번에 제외한 것은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2018 아시안게임에서 병역논란에 휘말렸던 오지환(LG)과 박해민(삼성)을 발탁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 취임하면서 "앞으로 논란이 될만한 선수는 뽑지 않겠다"고 강조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입장이 바뀌었다. 김경문 감독은 오지환의 수비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발탁 명분을 밝혔다.

추신수는 그동안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혜택을 얻은 이후 대표팀 차출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아 '병역 먹튀'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KBO리그로 복귀한 올시즌은 올림픽에서 그간 대표팀에게 진 빚에 속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추신수는 그동안 언론을 통하여 불러준다면 대표팀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추신수가 팔꿈치가 좋지 않아서 대표팀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추신수의 나이를 감안할 때 대표팀과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게 된 셈이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돌이켜보면 13년전 베이징에서도 시작부터 모든 전망이 밝았던 것은 아니다. 논란과 의구심을 기대와 확신으로 바꾸는 것은 김경문호 스스로의 몫이다. 이제 김경문호는 도쿄올림픽에서 성과로서 자신의 선택을 증명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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