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하는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결정됐다.

한국야구위원회는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야구 대표팀(감독 김경문) 최종 엔트리 24명을 확정·발표했다. 이번에 선발된 24명은 투수가 10명, 포수 2명, 내야수 8명, 외야수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와 외야수 김현수(LG트윈스)는 13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했던 선수로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이번 대표팀은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했다"는 김경문 감독의 말처럼 과거 아시안게임에서 암암리에 행하던 '구단 별 미필 선수 배려'가 사라졌다. 실제로 이번 대표팀 최종 엔트리 중에서 군 미필 선수는 6명에 불과하다.

선수 선발의 최종권한은 김경문 감독에게 있고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김경문 감독이 지게 될 것이다. 다만 모든 대회가 그런 것처럼 이번에도 한끗 차이로 선발되지 못한 선수들의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을 확정 발표하고 있다.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을 확정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0점대 ERA 자랑하는 리그 최고 불펜도 탈락?

KBO리그에서는 중간계투 투수들의 공헌을 치하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홀드 타이틀을 신설했다. 하지만 홀드순위가 꼭 리그 최고의 중간계투 선수를 가리는 절대적인 척도로 쓰이진 않는다. 홀드숫자 외에도 평균자책점과 투구이닝, 이닝당 출루 허용수 등 고려해야 할 기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타공인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꼽히는 강재민(한화 이글스)의 탈락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미 작년 시즌 1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2.57의 뛰어난 성적으로 신인왕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강재민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2승3세이브7홀드0.55라는 완전무결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33이닝을 던지면서 단 3점(자책점 2점)만을 허용했고 30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사사구는 13개 뿐이었다. 16일까지 단 하나의 홈런도 맞지 않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올 시즌 강재민의 유일한 아쉬움은 9위로 처져 있는 팀 성적 뿐이다.

이번 최종엔트리에는 최원준(두산 베어스)과 고영표(kt 위즈), 한현희(키움 히어로즈)까지 3명의 잠수함 투수가 포함됐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 잠수함 투수가 '여왕벌' 정대현(대표팀 불펜코치) 한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대표팀은 잠수함 투수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특히 메달의 고비에서 반드시 만나게 될 미국이나 중남미 타자들이 잠수함 투수를 낯설어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잠수함 투수들의 활약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3명의 잠수함 투수 중 불펜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선수는 한현희 한 명 뿐이다. 최원준은 작년 시즌 초까지 상대적으로 편안한 상황에서 여러 이닝을 던지는 중간계투로 활약하다가 시즌 중반부터 선발로 전향했다. 고영표는 프로 3년 차 시즌부터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대표팀에서 불펜 경험이 풍부한 잠수함 한현희 역시 가을야구처럼 큰 경기에서는 불펜에서 썩 좋은 기억이 없다.

15일 경기에서 2이닝 동안 39개의 공을 던진 강재민은 도쿄 올림픽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16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더블헤더 2경기에서 등판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물론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강재민 없이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구위가 좋은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 강재민을 외면한 것은 앞으로 대표팀 운영과 선수선발에서 적지 않은 잡음을 불러올 수도 있다.

만 24세 유틸리티 탈락하고 31세 전문 외야수 발탁

28명의 엔트리를 정해 경기당 26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는 KBO리그와 달리 올림픽 엔트리는 24명에 불과하다. 물론 리그에 비하면 일정도 그만큼 짧지만 리그를 할 때처럼 각 포지션 별로 여유 있게 선수단을 꾸릴 수 없다. 이번에 외야수가 고작 4명 밖에 뽑히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내야수로 선발된 강백호(kt)나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은 유사시 코너 외야 수비로 투입될 확률이 있다.

정규리그 성적이나 대표팀 경험 등으로 볼 때 올림픽에서 대표팀의 주전 외야는 좌익수 김현수, 중견수 이정후(키움), 우익수 박건우(두산)로 꾸려질 확률이 높다. 여기에 발 빠르고 수비가 좋은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이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대주자나 대수비로 출전하게 될 전망이다. 대표팀 선발 여부를 놓고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추추트레인' 추신수(SSG랜더스)는 팔꿈치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경문 감독은 원태인(삼성), 고우석(LG),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이의리, 김혜성 등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을 대거 선발했다. 하지만 이제 막 잠재력이 폭발한 KIA의 '돌격대장' 최원준은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016년 프로에 입단한 최원준은 4년 동안 '만년 유망주'로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맷 윌리엄스 감독이 부임한 작년 시즌부터 KIA의 붙박이 1번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올해도 최원준은 팀 득점 최하위 KIA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몇 안 되는 선수다.

물론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던 박해민은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자원이다. 하지만 1990년생 박해민보다 무려 7살이나 어린 최원준 역시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겸비하고 있어 대표팀에서 제4의 외야수로 활약하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한 경험이 있어 유사시에는 내야 백업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원준 탈락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한편 뉴욕 양키스 산하 트리플A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효준은 예비엔트리에 포함되며 올림픽 출전에 대한 희망을 가졌지만 끝내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사실 역대 대표팀에서는 추신수를 시작으로 최지만 등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검증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경우가 많았다. 박효준 역시 김경문 감독에게 직접 어필할 기회가 거의 없어 국내파 오지환(LG)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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