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한국농구연맹(KBL) 재정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재정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KBL은 위원회에서 지난 2013년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강동희 전 감독에 대한 재심의를 진행했다.

조승연 한국농구연맹(KBL) 재정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재정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KBL은 위원회에서 지난 2013년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강동희 전 감독에 대한 재심의를 진행했다. ⓒ 연합뉴스

 
최근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된 강동희 전 프로농구 원주 동부(현 DB) 감독의 깜짝 복권 가능성이 거론되어 많은 스포츠 팬들을 놀라게 했다. 결과적으로 제명 해제는 기각되었지만 하마터면 '승부조작에 면죄부를 주는 최초이자 최악의 사례'로 남을뻔 했다는 점에서 여론의 시각이 곱지 않다.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은 15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강 전 감독의 제명 조치에 대해 재심의했다. 하지만 재정위는 "강 전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로서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해 국위선양에 기여한 점과 징계 후에도 지속해서 기부 및 부정방지 강사로 활동하며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현시점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스포츠 환경 조성을 위해 본안건을 기각하기로 했다"고 결정했다. 재정위에서는 강동희의 복권에 대하여 찬반 격론이 상당히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희는 80~90년대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포인트가드로 꼽힌다. 선수 시절에는 프로농구 원년(97년) 초대 정규리그 MVP로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주 동부 감독 시절이던 2011년 2~3월 프로농구 정규리그 일부 경기에서 브로커들에게 4700만 원을 받고 후보 선수들을 경기에 기용하는 수법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며 농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승부조작의 어두훈 광풍이 대한민국 각 스포츠계를 뒤덮고 있었지만 현직 감독이 직접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난 것은 프로농구, 그리고 강동희가 최초였다.

강동희는 2013년 8월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4700만 원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9월 KBL에서 제명됐다. 강동희는 형을 마친 뒤 프로스포츠협회 부정방지 교육 강사, 각종 봉사활동, 강동희 장학금 수여 등의 활동을 하며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강동희가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를 위하여 노력해온 모습은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가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과도한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고 합법적으로 규명되어 그에 걸맞은 처분을 받은 엄연한 '승부조작범'이다. 역시 승부조작 혐의로 한때 제명당했던 전창진 전주 KCC 감독은 법적으로 무혐의가 인정되며 농구계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강동희는 엄연히 유죄가 인정된 것이라 사정이 전혀 다르다.

한국농구가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의혹 등으로 팬들의 신뢰를 잃으며 존폐까지 거론될 정도로 위기를 맞이했던 건 그리 오래된 과거도 아니다. 최근 구속된 전 야구선수 윤성환의 사례처럼 지금도 관련된 사건들이 스포츠계에서 잊을만 하면 터져나올 만큼 현재진형행의 문제인 것이다.

강동희를 바라보는 농구계의 온정주의적인 시각은 이미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을 당시부터 감지된 바 있다. 사실 강동희는 농구계에서 사람 좋기로 소문난 인물이었고 선후배들의 인망도 높았다. 강동희가 벼랑 끝에 몰린 것을 안타까워한 것은 인간적인 의리 차원에서는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고 혐의가 점점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강동희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심지어 그를 구제하기 위한 집단 탄원까지 거론된 것은 다른 문제였다. 농구계가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승부조작에 대한 경각심보다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쯤되면 승부조작 이후 강동희의 속죄 행적도 순수하게만 바라보기는 힘들다. 강동희는 2020년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인터뷰게임>에 출연하여 과거 자신의 승부조작 행위에 대하여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강동희의 인간적인 모습과 개인적 고통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지며 승부조작에 대한 경각심보다 출연자 미화에만 치우쳤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강동희는 개인의 이름을 내건 농구장학회와 농구교실을 운영하며 제명당한 이후에도 프로에서만 사라졌을뿐 사실상 농구계에서는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많은 국내 농구 유망주들이 강동희가 주는 장학금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어야했고 유명 스포츠 언론에서는 빠짐없이 이를 홍보까지 해주곤 했다. 야구나 축구 등에서 승부조작에 연루된 인물들을 아예 해당 분야에 발도 못 붙이게 하는  것과 달리, 강동희는 오히려 당당하게 대외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갔다.

승부조작 문제는 특정 개인이나 농구계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스포츠계 전체에 선례로 남을 수 있는 사안이다. 다행히 최종단계에서 무산되기는 했지만, 적지 않은 농구인들이 대중 정서에 대한 공감 능력 없이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아직도 강동희의 복권에 찬성하는 농구인들이 있다면 집단의 익명성 뒤에 숨지 말고 지금이라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당당하게 앞에 나서야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과 대가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한다. 과연 승부조작에 공식적인 면죄부를 주는 것이 한국농구의 발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강동희의 사면 요구가 과연 농구인으로서 '공과 사'를 구분하여 내린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지 공개적으로 대답해야할 의무가 있다.

KBL은 여론의 반응이 험악해지자 부랴부랴 강동희의 사면을 불허하고 재논의는 없을 것이라 밝혔지만, 이미 이런 전례를 만들어버린 이상 언제든 같은 해프닝은 되풀이될 수 있다.

차라리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해야할 필요가 있다. 강동희만 아니라 앞으로 승부조작이나 그에 준하는 혐의에 연루된 이들은 사면복권의 논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세워야한다. 강동희의 사면 파동이 남긴 교훈이 있다면, 바로 한국 농구계의 원칙 부재와 시대착오적인 집단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에 대한 준엄한 경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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