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기념 촬영하는 파울루 벤투(왼쪽) A대표팀 감독과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

김학범 감독(오른쪽) ⓒ 연합뉴스

 
경기는 이겼어도 갈길이 첩첩산중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도쿄올림픽 본선을 대비한 모의고사에서 수많은 숙제들을 확인했다.

12일 오후 7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김학범호는 아프리카와 가나와 평가전을 치러 3-1로 이겼다. 김학범호는 전반전 39분 김진야가 상대 선수 애비아시 사무엘의 발목을 밟아 비디오판독(VAR) 끝에 다이렉트 퇴장당하면서 위기를 맞이했지만 수적 열세속에서도 후반에 오히려 2골을 추가하며 승리를 따낼수 있었다. 이상민-이승모- 조규성이 각각 득점에 성공했다.

가나와의 이번 두 차례 평가전(12일, 15일)은 결과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다. 김학범 감독도 가나와의 평가전을 통하여 도쿄행을 대비한 최대한의 실험과 경쟁이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올림픽에서 벌어질수 있는 다양한 돌발 상황들을 가정하여 시뮬레이션을 통한 경쟁력을 점검한다는 의미였다.

김진야의 갑작스러운 다이렉트 조기 퇴장은 김학범 감독이 구상했던 가나전 플랜을 꼬이게 만들었고 팀에 위기를 가져왔다는 점에서는 악재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부분도 있다.

첫째로 이 역시 선수들에게 올림픽 본선에서 얼마든지 벌어질수 있는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예방주사'가 되었다는 점, 둘째로는 의도한건 아니지만 수적 열세라는 극한 조건 속에서 현재 김학범호 선수들의 실전 체력상태를 좀더 타이트하게 점검할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팀에 가장 부족한 포지션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확인할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역설적으로 평가전다운 소득이 되었다고도 볼수 있다.

김진야는 올림픽 최종엔트리에 승선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분류된다. 가나전에서도 퇴장 당하기 전까지는 측면에서 공격 재능을 보여주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퇴장 장면에서 대표팀의 수비 상황을 살펴봐도 굳이 김진야가 무리한 플레이를 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메이저대회같은 큰 무대에서 오히려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의욕이 앞서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가 팀을 위기에 몰아넣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선수들의 냉철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김학범 감독의 기민한 대처는 돋보였다. 김진야의 퇴장 직후 미드필더로 뛰던 정승원이 풀백 자리로 이동시켜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을 점검하는가 하면, 후반전에는 다시 전문 풀백 자원인 윤종규와 설영우를 한꺼번에 투입하여 변화를 줬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비 라인을 내리지않고 오히려 선수들을 전진시켜 강한 전방압박과 공간 장악이라는 특유의 기조를 유지한 것이 오히려 후반 추가득점에 이어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선수들이 대체로 김학범 감독의 기대대로 좋은 전술소화능력과 조직력을 보여준 점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한국은 김진야가 퇴장을 당한 이후에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낼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비진에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수비 리더였던 이상민이 교체되고 얼마되지않아 중앙수비수 김재우의 패스 실책으로 가나에게 역습을 내주며 뼈아픈 한골을 허용했다. 최후방 센터백의 순간적인 실수 하나는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MVP급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이상민이었다. 주장 겸 센터백으로 출전한 이상민은 수비수임에도 전반 18분 이유현의 패스를 이어받아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선제 득점까지 기록했다. 김진야가 거친 태클로 퇴장 당한 이후에도 이상민은 침착하게 수비를 조율하며 그가 뛰고있는 동안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이상민은 후반 29분 이지솔과 교체됐는데 현재로서는 1차전에 출전하지 않은 정태욱과 함께 중앙수비로 올림픽에 승선할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하지만 이상민의 활약상과는 별개로 수비진에는 전력보강이 필요하다는 것도 분명하게 확인했다. 현재 대표팀의 약점은 최전방 공격수와 왼쪽 풀백, 그리고 빌드업에 능한 커맨더형 중앙수비수 역할이 꼽힌다. 다시 말해 와일드카드의 발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포지션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A대표팀 수비수인 김민재나 박지수의 와카 발탁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김학범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공격에서는 세트피스의 완성도가 돋보였다. 3골중 2골이 사실상 세트피스에서 시작된 후속플레이에서 나왔다. 이상민의 선제골은 코너킥 이후 반대편으로 이어진 공을 두 번째로 올린 크로스를 통하여 연결됐다. 후반 14분에는 교체로 투입된 맹성웅의 프리킥에 이어 문전으로 쇄도한 이승모가 연이은 두 번에 걸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이밖에도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김학범호는 정우영-맹성웅 등이 연이어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킥과 크로스를 선보이며 가나의 문전을 위협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짧고 빠른 크로스로 정확성을 높이고 선수들이 빠르게 배후를 침투해들어가는 약속된 움직임이 돋보였다.

다만 선수들의 경기감각과 체력은 아쉬움을 남겼다. 수비와 중원보다 공격수들의 컨디션은 다소 물음표를 남겼다. 유럽파 이승우는 김학범호에서 몇안되는 '크랙'으로 꼽히며 가나전에서 왼쪽 윙어로 선발출전하여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초반에만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을뿐 이후로는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못했고 결국 후반 12분 정우영과 교체됐다. 지난 시즌 벨기에와 포르투갈리그에서 실전에 거의 나서지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보였다.

올림픽팀은 다른 포지션에 비하면 2선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여기에 권창훈이나 손흥민같은 와일드카드 후보들까지 감안하면 이승우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이강인은 2차전에 나서서 점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도 2차전에서 김학범호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받을지 지켜봐야한다.

한편 이날 평가전 상대였던 가나의 전력은 우려한대로 여러 면에서 기대에 못미쳤다. 가나대표팀은 앞서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도 연패를 당하며 '4군도 안된다.'는 혹평을 받을만큼 선수단 전력에 물음표를 드러낸바 있다. 20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이 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전에서는 김진야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라는 행운까지 얻었음에도 그리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강팀과의 대결을 통하여 평가전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했던 김학범호로서는 어려운 승리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경기 내용이었다. 양팀의 두 번째 평가전은 오는 15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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