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MBC <놀면 뭐하니?>가 야심 차게 준비한 보컬 그룹 프로젝트 'MSG워너비'편이 이번엔 색다른 내용을 마련했다. 지난 12일 <놀면 뭐하니?>는 오디션, 멤버 최종 선택, 신곡 물색 등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잠시 숨 고르는 의도로 MSG워너비 멤버 김정수(가수 김정민의 본명), 아니 1990년대 인기 가수 김정민을 위한 헌정 무대를 마련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정민은 1990년대 중후반에 걸쳐 '슬픈 언약식', '마지막 약속', '무한지애' 등 탁월한 가창력을 바탕에 둔 록 발라드 노래로 가요계를 평정했던 대표적인 스타 가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음악계에 새로운 장르와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점차 중심에서 벗어나게 된 그는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 <히트>, <가족끼리 왜 이래> 등의 작품을 통해 배우로 활동하는 등 활동 영역에 변화를 줬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들에게 김정민은 배우 또는 예능에 종종 나오는 연예인 정도로만 인식되기도 했다.  

"올드한 게 아니라 클래식 한 거다"​
 
 지난 12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놀면 뭐하니?> MSG워너비 편은 배우 및 래퍼들의 대반전, SG워너비의 재소환뿐만 아니라 '록 발라드 명인'을 재조명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가죽 재킷에 날카롭게 세운 짧은 머리로 대표되던 김정민은 거친 질감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인물이다. 반면 요즘 팬들의 취향과는 다소 동떨어진 성향의 가수라는 인식 때문에 본인 스스로 위축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김정민이 이번 오디션 과정에서 기성 세대 음악인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단숨에 깨뜨렸다. 그리고 그 결과, 예능 프로그램의 일환이지만 신인 보컬 그룹의 멤버로 당당히 발탁되어 다시 한번 대중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됐다.

​김정민은 "요즘 트렌디한 목소리에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라며 겸손한 목소리를 냈지만 한 네티즌의 말처럼 그의 보컬은 "올드한 게 아니라 클래식 한 거다"라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질 만큼 연륜에 걸맞은 숙성된 소리를 담고 있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제작자 유야호(유재석)은 12일 방송을 통해 후배들과 함께 김정민을 위한 소박한 헌정 무대를 준비해, 그가 남긴 음악 행보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다시 들어보는 그 시절 명곡의 대향연
 
 지난 12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1990년대 왕성한 활약을 펼친 김정민의 그 시절 영상이 소개되자 당사자는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서정적인 발라드를 소화했던 1994년 데뷔 시절을 시작으로 각종 순위 프로그램 1위를 휩쓰는 영광의 시절이 차례로 등장하자 이 순간 만큼은 세 아이를 둔 평범한 아버지가 아니라 '레전드 가수' 김정민으로 변신했다.

이어진 순서는 김정민의 '무한지애', '마지막 약속' 등 명곡 라이브 무대였다. 여전히 원키 그대로 소화하는 박력있는 목소리는 그 시절 김정민의 음악을 사랑했던 시청자들에게 무한 감동의 시간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에 뒤질세라 MSG워너비 멤버들은 자신만의 창법으로 '슬픈 언약식', '붐붐붐'을 열창하며 선배 가수를 위한 예우를 아끼지 않았다. 

"김정민이란 가수가 우리 곁에 늘 있었는데 놓치고 있었구나"라고 말한 동료 지석진의 표현처럼 <놀면 뭐하니?>는 김정민이 여전히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역 음악인이었음을 상기시켜줬다. 애써 눈물을 참으며 후배들과 포옹하는 그를 뭉클하게 바라본 시청자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놀면 뭐하니?>가 레전드 가수에게 경의를 표하는 방법​
 
 지난 12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물론 이날 방송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여타 음악 프로젝트 마냥 MSG워너비 또한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방송 흐름이 늘어지는 느낌을 안겨줬고 분량 확보를 위해 김정민 무대를 살짝 끼워 넣은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12일 짧은 헌정 공연은 앞서 <놀면 뭐하니?>가 보여준 음악계 레전드를 위한 배려와 예우가 결코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상기시켜줬다.

지난 '환불원정대' 편에선 1990년대를 풍미했던 가요계의 디바, 엄정화를 위해 유재석의 부캐 지미유가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 그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보여줬다. 이번 김정민을 위한 시간 또한 이러한 의도의 연장선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놀면 뭐하니?>는 수많은 가수들이 등장해 우리를 즐겁게 만들어준 1990년대 음악계에 김정민이 당당하게 존재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놀면뭐하니 MSG워너비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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