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몰리션맨' 알리스타 오브레임(41·네덜란드)이 세계 최고 킥복싱 단체 글로리(Glory)로 향한다. 글로리 측은 지난 8일 오브레임과 다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으며 단체 수장 피에르 앙두랑 회장 역시 "최고의 헤비급 파이터 중 한명인 오브레임을 데려올 수 있어 기쁘고, 팬들이 원할만한 경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종합격투기 파이터로 활약하던 오브레임은 지난 2월 UFC 파이트 나이트 184 대회서 알렉산더 볼코프(32‧러시아)에게 TKO로 패한 이후 UFC와 계약 해지됐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는 파이터였지만 40살을 넘긴 시점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UFC측에서도 체급내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손을 놓은 것으로 판단된다.

오브레임 또한 차후 행선지로 글로리를 향하게 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UFC보다 레벨이 낮은 MMA 무대를 전전하며 커리어를 마감하는 것보다 입식 쪽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자국단체서 대우 받으며 활약하는 쪽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오브레임은 파이터생활 초창기 킥복서로 활동한 것을 비롯 기량에 물이 오른 전성기 시절에도 K-1 무대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바 있다.

현재 글로리에는 오브레임과 1승씩 주고받은 '악동' 바다 하리(36‧네덜란드)가 뛰고 있다. 둘 다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상품성 하나 만큼은 확실한 선수들인지라 3차전이 펼쳐질 경우 올드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래저래 단체와 선수간 윈윈이 될 것으로 예상 되는 오브레임의 글로리행이다.
 
 
 ‘데몰리션맨’ 알리스타 오브레임

‘데몰리션맨’ 알리스타 오브레임 ⓒ 스트라이크포스

 
오랜 시간 꾸준하게 불타올랐던 종합 파이터
 
오브레임은 비록 프라이드, UFC 챔피언에 등극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스트라이크포스, 드림, K-1 등에서 정상에 오르며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종합격투가로 이름이 남게 됐다. MMA, 입식에서 모두 타이틀을 가져가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올라운드 파이터로서의 행보는 역대 어떤 선수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 국내 팬들에게는 씨름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을 넉아웃으로 무너뜨린 파이터로도 기억되고 있다.

육체 개조 이후 한창 때의 오브레임은 근육질 거구(195cm·115kg)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와 테크닉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기민하게 스텝을 밟으며 날카로운 동체 시력으로 카운터를 노리는 움직임은 역대 헤비급 파이터를 통틀어도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다.

오브레임은 ´사우스포(southpaw)´와 ´오소독스(orthodox)´를 자유롭게 오가며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이른바 ´스위치히터(switch hitter)´다. 여기에 특별한 예비 동작 없이 벼락같은 킥을 구사하는지라 상대 입장에서는 방어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펀치면 펀치, 킥이면 킥 모두 최고 수준이다.

오브레임은 거리싸움에 능하다. 근접전에 강한 선수에게는 거리를 두고 타격전을 펼치다가 상대의 집중력이 흐려졌다 싶으면, 날렵하게 파고들어 클린치를 시도한다.
우람한 체구에서 알 수 있듯이 어지간해서는 힘에서 밀리지 않아 클린치 싸움에서도 우세를 점하기 일쑤다. 상대가 타격가일 경우 레슬링 실력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킨다. 

반면 그래플링 능력을 갖춘 선수에게는 묵직한 니킥으로 먼저 충격을 준 후 두꺼운 팔로 육체개조 이전부터 주특기였던 전가의 보도 ´길로틴 초크(Guillotine Choke)´를 걸거나 그라운드로 끌고 들어간다.

일단 이런 식으로 그래플링 공방전이 펼쳐진다면 십중팔구 오브레임이 탑 포지션을 장악한다. 이어 상대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폭탄 같은 파운딩을 퍼붓기 일쑤다. 파괴력은 물론 정확성까지 갖춘 만큼, 상황이 이 정도까지 가면 대부분 경기는 그대로 끝이난다.

프라이드 시절부터 오브레임은 기술적 수준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 체력, 맷집이 발목을 잡아 중요한 순간마다 미끄러졌다. 이후 육체개조를 통해 파워를 보강하면서 이같은 약점이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기량은 물론 내구력까지 좋은 파이터가 넘치는 UFC에서는 다소 고전했던 것도 사실이다.

챔피언 타이틀 전까지 치르는 등 상위권에서 활약하기는 했으나 UFC 입성 전처럼 압도적인 괴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단 높게 평가할 것은 그러한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파괴력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오브레임은 아웃파이팅 전략을 들고나와 슬럼프를 이겨내고 UFC에 적응한 바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오브레임은 지든 이기든 굉장히 화끈했던(?) 선수라는 사실이다. 그는 47승 중 넉아웃 승리가 25회(53%)이며 서브미션으로 끝낸 경기 역시 17회(36%)나 된다. 판정승은 불과 5번에 불과하다. 이같은 오브레임의 경기 스타일은 패배에도 비슷하게 적용됐다. 19번의 패배 중 넉아웃으로 무너진 경기가 무려 15회나 되며 판정패는 3회에 그치고 있다.
 
 
 2016년 당시 한국을 방문해 정통무예 택견을 직접 체험중인 오브레임

2016년 당시 한국을 방문해 정통무예 택견을 직접 체험중인 오브레임 ⓒ UFC 아시아 제공

 
K-1 당시의 돌풍, 글로리에서도 이어질까?
 
앞서도 언급했듯이 오브레임의 최고 훈장 중 하나는 종합 격투가이면서도 당시 세계 최고 입식 무대인 K-1에서 정상급 파이터로 활약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잘한 정도를 넘어 K-1 월드 그랑프리 우승까지 차지했다. K-1 낭만의 시대를 대표하는 레이 세포, 마이크 베르나르도, 미르코 크로캅, 프란시스코 필리오, 제롬 르 밴너, 바다 하리, 글라우베 페이토자 등도 해보지 못한 우승을 MMA 파이터 오브레임이 이뤄냈던 것이다.

짧은 K-1 활동 기간 동안 맞붙은 상대의 면면도 대단하다. 바다 하리, 피터 아츠, 에베르톤 테세이라, 제바드 포투락, 벤 에드워즈, 타이론 스퐁, 구칸 사키, 레미 본야스키 등 입식 대가들과 진검 승부를 벌였다.

카운터의 대가로 악명을 떨치던 하리를 역카운터로 잠재워버리며 지켜보던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을 비롯 전설 아츠와의 2번의 대결도 승리로 이끌었다. 당시 아츠는 전성기가 꺾이기는 했지만 특유의 노련미를 바탕으로 베테랑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었으나 오브레임의 압도적 화력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비록 판정패하기는 했지만 운영의 달인 본야스키와도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하며 입식 팬들을 긴장시켰다.

'극진탱크' 테세이라, '더 킹 오브 더 링(The King of the Ring)´ 스퐁, ´투르크 전사´ 사키 전 승리는 특히 의미가 깊다. 당시 이들은 한창 때의 젊은 나이로 기량에 물이 올라 있었다. 아츠 등 쟁쟁한 레전드들의 뒤를 이어 다니엘 기타, 교타로 등과 함께 K-1을 이끌 차세대 주자들로 불렸다.

오브레임은 이들을 화력으로 박살내 버렸다. 더블 니킥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탄탄한 내구력을 자랑하던 테세이라를 무릎 공격으로 실신시켜버렸으며 스퐁과 사키의 테크닉도 오브레임의 압도적 파워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했다. 상황이 그쯤 되자 당시 오브레임의 등장을 '종합의 자객'정도로 생각하던 팬들도 K-1의 강자로 서서히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K-1 시절 오브레임은 몸 상태와 기량이 절정에 달해있었다. 반면 현재는 당시보다 육체 능력이 현저히 다운그레이드 되어있다. UFC에서 생존하기 위해 근육량도 많이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오브레임은 영리한 파이터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해당 무대 생존을 위한 파이팅 스타일 변화에 능하다.

UFC에서처럼 아웃파이팅 위주로 나설 수도 있겠으나 반대로 다시금 근육을 잔뜩 키워 파워로 승부를 보는 그림도 충분히 그려진다. 전문 입식파이터는 아니라는 점에서 포인트 위주의 경기보다는 K-1 시절처럼 탄탄한 가드와 한방을 노릴 공산도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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