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지표가 인상적인 두산 최용제

두산 최용제 ⓒ 두산 베어스

 
두산이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잠실라이벌' LG의 발목을 붙잡았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장단 10안타를 때려내며 8-3으로 승리했다. 전날 단독 1위로 올랐던 LG를 공동 3위로 끌어내린 두산은 이날 삼성 라이온즈에게 1-4로 패한 NC다이노스와 함께 공동 5위로 올라섰다(29승26패).

두산은 선발 아리엘 미란다가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7.1이닝5피안타7탈삼진2실점으로 호투했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홍건희는 10회를 잘 막으며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허경민과 박건우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강승호와 박세혁은 연장 10회 나란히 쐐기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이날 두산을 승리로 이끈 결승타의 주인공은 무사 만루에서 대타로 출전해 깨끗한 우전안타를 기록한 두산의 3번째 포수 최용제였다.

'왕조'라 불리는 팀은 3명의 1군급 포수 있었다

야구에서는 한 팀에서 특정 포지션에 좋은 선수가 많이 몰려 있는 것도 썩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많을수록 좋은 투수는 제외). 따라서 특정 포지션에 좋은 선수가 많이 몰려 있으면 트레이드나 FA 보상선수, 2차 드래프트 같은 여러 경로를 통해 선수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면서 반대급부로 팀의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하곤 한다. 각 포지션의 원활한 순환이야말로 강 팀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포수의 경우엔 예외다. 아무리 뛰어난 주전포수가 있고 주전을 받쳐줄 수 있는 든든한 백업포수가 있다 해도 지도자들은 안심할 수 없다. 포수는 다른 필드플레이어가 대신할 수 없는 특수한 포지션인 데다가 체력소모도 크고 부상도 잦기 때문에 모든 구단들은 최소 3명의 1군급 포수들을 거느리고 싶어 한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리그를 호령했던 팀들은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포수를 최소 3명씩 보유하고 있었다.

역대 최고의 포수 박경완을 거느리고 있던 2000년대 후반의 SK 와이번스는 백업포수로 정상호에 이어 타격재능이 뛰어난 이재원(이상 SSG랜더스)을 제3의 포수로 데리고 있었다. 2010년대 통합 4연패에 빛나는 삼성 역시 노련한 진갑용(KIA타이거즈 과 패기의 이지영(키움 히어로즈) 외에도 이흥련(SSG)을 준비시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실제로 2014년 이지영과 진갑용이 동시에 부상을 당했을 땐 이흥련이 시즌 초반 주전포수로 활약했다).

포수출신 김태형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는 전통적인 포수왕국 두산도 마찬가지. 양의지(NC)라는 현역 최고의 포수를 보유하고 있던 두산은 백업 포수로 발이 빠르고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박세혁과 이토 쓰토무 코치(주니치 드래곤즈 수석코치)의 1:1 과외를 받은 최재훈(한화 이글스)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백업포수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2016년 겨울에는 FA 이원석(삼성)의 보상선수로 또 한 명의 포수 이흥련을 지명하기도 했다.

작년 창단 후 처음으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NC 역시 탄탄한 포수진이 팀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19 시즌을 앞두고 무려 4년125억 원을 투자해 영입한 양의지는 작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들었다. 입대 전까지 5년 연속 NC의 주전포수로 활약했던 김태군도 백업 포수로 든든하게 활약했다. 여기에 1999년생 유망주 김형준(상무)이 3번째 포수로 활약한 NC는 10개 구단 최강의 안방을 자랑했다.

육성선수 출신 8년 차 백업포수의 대타 결승타

2014년 홍익대를 졸업하고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최용제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을 정도로 주목 받는 유망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두산 유니폼을 입었을 때 이미 양의지라는 거대한 산이 존재했고 박세혁과 최재훈이 지키고 있는 백업 자리를 넘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실제로 최용제는 2016 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입대할 때까지 3년 동안 1군 무대에서 단 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최용제는 2018 시즌이 끝나고 양의지가 NC로 떠나면서 1군 출전의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박세혁이 2019 시즌 128경기에서 주전 마스크를 쓰면서 최용제는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작년 시즌에는 이흥련의 트레이드와 정상호의 부진으로 기회가 생겼고 8월2일 NC전에서 양의지를 상대로 서커스 주루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용제는 프로 7년 차 시즌에도 여전히 1군에서 28경기 출전에 그쳤다.

한국 나이로 어느덧 31세에 프로 8년 차가 됐음에도 최용제의 올 시즌 연봉은 3800만원에 불과했다. 시즌 개막 후 5일 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최용제는 시즌 초반 박세혁과 장승현에 가려 1군 엔트리에 살아남기도 쉽지 않았다. 지난 4월16일 주전포수 박세혁이 헤드샷을 맞고 안와골절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으며 공백이 생겼을 때도 김태형 감독은 공격 지향적인 최용제보다는 수비가 뛰어난 장승현을 주전포수로 중용했다.

김태형 감독은 12일 LG전에서 장승현을 선발포수로 기용했고 두산은 3-2로 앞선 9회말 수비에서 조수행과 권민석을 대수비로 내보냈다.9회말 수비에서 동점을 허용한 두산은 연장 10회초 공격에서 다시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권민석 타석에서 김태형 감독이 선택한 대타 카드는 바로 최용제였다. 최용제는 LG의 필승조 정우영의 3구째를 밀어 쳐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두산의 승리를 이끌었다.

최용제는 박세혁과 장승현에 비해 투수리드와 도루 저지 등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30경기에서 타율 .313 8타점을 기록하며 출전경기 대비 쏠쏠한 타격 성적을 올리고 있다. 주전포수 박세혁이 복귀했음에도 여전히 최용제가 1군에서 생존한 이유다. 그리고 12일 경기에서 대타 결승타를 쳤을 때처럼 자신이 가진 장점을 김태형 감독과 두산 팬들에게 꾸준히 어필한다면 앞으로 1군 경기에서 최용제를 볼 날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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