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1년이나 연기됐던 유로2020이 12일(이하 한국시각) 막을 올렸다(2021년에 열리지만 대회명칭은 '유로2020'을 유지한다). 유로 2020은 종전과 달리 개최국 없이 유럽 12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되고 4강과 결승전은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월드컵에 비하면 세계적인 주목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전력이 엇비슷한 유럽의 24개국이 자웅을 겨루는 대회이기 때문에 유럽 내 열기는 결코 월드컵 못지 않다.

대부분의 대형 국제대회에서 '죽음의 조'가 있는 것처럼 이번 유로2020에도 죽음의 조가 존재한다. 바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와 유로 2016 우승팀 포르투갈, 그리고 영원한 우승후보 독일이 한 조에 속한 F조다. 월드컵 4강이나 결승에서 만나도 이상하지 않을 세계적인 축구강국 3팀이 유로2020의 조별리그에서 격돌하게 된 것이다. 플레이오프를 통해 힘들게 본선티켓을 따낸 헝가리가 불쌍해 보일 정도.

12일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시작된 유로 2020 개막전에서는 이탈리아가 터키를 3-0으로 제압하면서 서전을 장식했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최근 A매치 무패 행진을 28경기(23승5무)로 늘렸다. 프랑스,포르투갈,독일,잉글랜드,벨기에 등에 밀려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 받지 못하고 있지만 개막전에서 보여준 이탈리아의 전력은 역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만치니 감독 부임 후 27경기 연속 무패 행진
 
로베르토 만치니  이탈리아가 만치니 감독 선임 후 A매치 26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다.

▲ 로베르토 만치니 ⓒ 이탈리아 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편성을 보고 전 세계 축구팬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월드컵 역대 통산 4회 우승에 빛나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의 이름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유럽예선에서 스페인에 밀려 조2위에 머문 후 플레이오프에서 '복병' 스웨덴에게 1무1패로 패하며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이탈리아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지난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무려 60년 만이었다.

월드컵 본선 탈락 후 충격을 받은 이탈리아는 FC인터밀란과 맨체스터시티FC를 이끌었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만치니 감독은 대표팀을 지도했던 경험은 없지만 인터밀란 시절 세리에A 3연패를 이끌었고 맨시티에서도 2011-2012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견인한 명장이다. 다비드 실바,야야 투레,세르히오 아구에로 등 맨시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모두 만치니 감독이 영입한 선수들이다.

만치니 감독은 수비와 중원은 철저히 좋은 피지컬을 가진 선수들을 중용하고 공격엔 기술이 좋은 선수들을 선호한다. 163cm의 작은 신장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다고 평가 받았던 로렌초 인시녜(SSC나폴리)가 만치니 감독 부임 후 꾸준히 주전 윙어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실제로 인시녜와 세리에A 득점왕 3회에 빛나는 치로 임모빌레(SS라치오)는 '만치니호'에서 공격을 이끌며 뛰어난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2018년 말부터 연승행진을 시작한 이탈리아 대표팀은 유로 2020 예선 10경기에서 10전 전승에 37득점4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면서 본선에 진출했다. 특히 2019년11월19일에는 아르메니아를 상대로 무려 9-1이라는 엄청난 스코어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물론 아르메이나가 약체였다곤 하지만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한 경기에 9골을 넣는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하는 팀이 아니었다.

작년 11월에는 만치니 감독이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이탈리아 축구팬들을 걱정시켰지만 무탈하게 복귀해 다시 월드컵 예선을 지휘했다. 이탈리아는 올해 재개된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도 북아일랜드와 불가리아,리투아니아를 나란히 2-0으로 제압하며 3전 전승 6득점0실점으로 순항하고 있다. 이렇게 이탈리아는 A매치 27경기 무패 기록을 가지고 유로 2020을 맞게 됐다.

터키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며 개막전 대승 

사실 월드컵 4회우승이라는 타이틀과 달리 이탈리아는 유로대회에서 우승1회와 준우승 2회로 명성에 비해 그리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예선에서 탈락한 대회도 5번이나 있었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유로대회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성적과 지난 러시아 월드컵 본선진출 실패로 구겨졌던 이탈리아 축구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기회로 삼기에 더없이 좋은 무대가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가 개막전에서 만난 상대는 터키였다. FC서울을 이끌었던 셰놀 귀네슈 감독이 지휘하는 터키 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꺾고 3위에 오른 후 4회 연속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유로2020 예선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1승1무를 기록하는 등 최근 뛰어난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찰라르 쇠윈쥐(레스터시티FC)와 메리흐 데미랄(유벤투스FC)로 구성된 센터백 콤비는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수비진이다.

하지만 터키가 자랑하는 센터백 콤비가 이탈리아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이탈리아의 엄청난 파상공세를 몸으로 막아내는 것 밖에 없었다. 이탈리아는 90분 내내 터키를 수비진영에 가둬 놓고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다. 61%의 공격 점유율과 87%의 패스 성공률, 24개의 슈팅 중 8개를 터키 골문으로 날린 이탈리아는 3-0으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용으로만 보면 그 이상의 스코어 차이가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후반8분 데미랄의 자책골로 한 점을 앞서 간 이탈리아는 13분 후 임모빌레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공격수 필리포 인자기를 연상케 하는 환상적인 위치선정으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후반 34분 임모빌레와 인시녜로 연결되는 빅&스몰 조합의 콤비플레이로 쐐기골을 만들었다. 임모빌레는 충분히 멀티골을 욕심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더 좋은 위치로 파고 드는 인시녜를 놓치지 않고 대회 첫 도움을 기록했다.

터키를 압도적으로 꺾었다고 해서 이탈리아가 우승후보 자리를 되찾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앞으로 이탈리아가 상대하게 될 A조의 스위스와 웨일스를 비롯해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분류되는 쟁쟁한 팀들과 스타들이 아직 선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쉽지 않은 상대로 꼽히던 터키에게 완승을 거둔 이탈리아 축구가 다시 예전의 강한 면모를 되찾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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