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전국대회 8강전에서 경남고등학교가 세광고등학교를 4-2의 스코어로 누르고 3년 만의 4강에 진출했다. 경남고는 세광고의 선취점을 지워내는 역전타로 승리의 교두보를 세웠고, 안민성의 홈런과 노운현의 막판 방어로 경기를 지켜냈다.

'언더독의 대결'로 꼽히는 서울컨벤션고등학교와 대구고등학교의 대결은 대구고등학교의 승리로 끝났다. 대구고등학교는 2학년 이로운 선수의 호투, 타선의 활약를 바탕으로 앞선 경기에서 3연속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었던 파죽지세의 서울컨벤션고를 누르고 4강에 올랐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 경남고와 대구고, 두 학교는 12일 12시 30분부터 준결승전에 돌입한다. 결승행 티켓을 가져가는 팀은 어디가 될지 주목된다.

때려내고 막고... 역전승 거둬냈다
 
 경남고의 승리를 지켜낸 노운현 선수.

경남고의 승리를 지켜낸 노운현 선수. ⓒ 박장식

 
경남고등학교는 세광고등학교를 만나 혈전을 벌였다. 첫 번째 득점은 세광고가 올렸다. 낫아웃으로 출루한 뒤 3루까지 이동한 박주원 선수를 박지호가 희생플라이로 불러들인 것. 

경기가 경남고의 방향으로 기운 것은 3회였다. 3회말 경남고가 한 번에 넉 점을 뽑아내며 결승점을 거두낸 것이다. 1사 상황 리드오프로 나선 김정민이 출루, 이어 배터박스에 선 오상택이 상대 실책으로 출루했다. 이 기회를 이세윤이 받았다. 이세윤은 두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역전타를 쳐내며 단숨에 게임을 뒤집었다.

이어 4번타자 안민성이 들어섰다. 안민성은 이세윤을 불러들이는 좌월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3회 넉 점의 빅이닝을 완성했다. 3회 시작까지만 해도 1-0이었던 스코어는 4-1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4회에는 세광고도 추격을 시작했다. 박준성이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스코어를 4-2로 만들어낸 것.
 
세광고는 4회 이후 에이스 박준영이 등판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다. 박준영은 4와 3분의 1이닝동안 무실점, 6개의 탈삼진을 올리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하지만 세광고의 타선이 아쉬웠다. 4회 박준성의 타점 이후 추가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6회와 8회 만루를 만들어내고도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8회 만루 상황에는 역동적인 폼의 잠수함 투수 노운현이 등판해 경기를 책임졌다. 노운현은 상대 타자들을 최대한 틀어막으며 경기 막판 경남고의 기세를 이어갔다. 결국 경기는 경남고의 4-2 승리로 끝나며 경남고가 2018년 이후 3년만의 4강 진출을 이뤄냈다.

2학년 호투에... 스퀴즈 번트 2점 기록까지
 
 황금사자기 8강전 대구고와 서울컨벤션고의 경기가 대구고의 승리로 끝난 뒤 포수 최원대, 투수 전영준이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황금사자기 8강전 대구고와 서울컨벤션고의 경기가 대구고의 승리로 끝난 뒤 포수 최원대, 투수 전영준이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이어 열린 경기는 대구고등학교와 서울컨벤션고가 맞붙었다. 선취점을 올린 팀은 서울컨벤션고였다. 컨벤션고는 1회 초 윤정훈의 안타와 이어 터진 신동준의 적시타로 1점을 먼저 달아났다. 이에 질세라 대구고등학교도 2회 이동민의 낫아웃 출루, 이한서와 박현민의 연속 볼넷을 얻어내며 밥상을 차렸다.

이 때 이승민의 희생번트가 터졌다. 대구고의 주자 역시 작전을 썼다. 2루 주자가 최대한 빨리 홈 방향으로 쇄도하면서 눈 깜짝할 새에 두 점을 따라간 것. 대구고는 2회 총 석점을 올리며 경기 초반 역전에 성공했다. 대구고는 5회에도 연속 출루에 힘입어 두 점을 더 달아났다.

6회초에는 서울컨벤션고도 권준혁, 강산, 오정우의 3연속 안타에 힘입어 대구고가 앞서 세운 두 점을 지워내며 스코어를 5-3으로 만들었지만, 대구고도 6회말 두정민의 적시타에 힘입어 한 점을 더 달아나며 점수를 석 점 차이로 벌렸다. 7회에는 대구고가 1사 2,3루 상황 투수 폭투로 두 점을 더 달아났다.

컨벤션고도 9회 막판 반격 기회를 잡았다. 1사 이후 조원빈과 윤정훈이 연속 볼넷으로 출루하자 신동준이 2타점 2루타를 때려낸 것. 대구고도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1루수로 출전하던 전영준이 투수로 등판한 것. 전영준은 이어 올라온 두 타자를 플라이와 삼진으로 아웃시키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날 승리팀인 대구고에서는 2학년 이로운이 5와 3분의 1이닝동안 호투하며 주목받았다. 매 경기 10점 이상을 뽑아내는 '다이너마이트 타선' 컨벤션고를 상대로 3실점, 넉 개의 삼진을 올리며 상대 타선을 잠재우는 소방수 역할을 했다. 특히 피안타를 맞을지언정 사사구를 내주지 않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향후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날 패배팀이었던 서울컨벤션고등학교에서도 이준혁 선수가 주목받았다. 서울컨벤션고의 선발투수로 나섰던 이준혁은 4.1이닝 동안 105구를 던지며 투혼을 펼쳤다. 내준 사사구가 많았던 탓에 5실점 4자책점으로 경기를 어렵게 끌고간 점은 아쉬웠지만, 긴 경기를 최대한 끌어나가는 모습은 박수받을 만 했다.

"준결승에서도 좋은 경기", "다음 대회에도 태풍 이어가야죠"
 
 선발투수로 등판해 좋은 활약을 펼친 대구고 이로운 선수.

선발투수로 등판해 좋은 활약을 펼친 대구고 이로운 선수. ⓒ 박장식

 
대구고등학교 손경호 감독은 "최근 3년 우승이 많았다. 전국대회 우승만 5번이다. 그러니 어떤 팀과 붙어도 지지 않는 것이 우리 팀의 매리트 같다. 선수들이 모두 작전도 잘 수행했고, 선수들도 고루 잘하는 것이 오늘도 잘 발휘된 것 같다"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대구고는 한편으로 화제가 되었거나, 주목을 받은 선수 등이 없어 '언더독'이라는 반응도 있다. 이에 손 감독은 "오히려 우리 팀은 선수들이 골고루 잘한다. 투수진 모두가 140km/h 이상을 던지고, 야수들도 치우치지 않고 잘 한다. 당장 주전 유격수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다들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다른 메이저 대회 우승은 여러번이지만, 황금사자기는 내가 학생 때도 준우승했고, 감독 때도 준우승만 했기에 올해 우승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며, "선수들도 그럴 것이다.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도 4강까지 올랐으니 좋은 경기를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경기에서 활약한 이로운 선수도 "4강까지 왔으니 우승 노리고 싶다. 팀 분위기도 탔으니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이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로운 선수의 강점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강점을 직구와 너클커브로 꼽았다. 이로운은 "혼자 연마해서 너클커브를 잡았다. 직구 구속도 149km/h가 나왔는데, 제구나 구위를 챙기면서 자연스럽게 구속을 높이고 싶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패배를 거두었지만 서울컨벤션고 유영원 감독은 창단 2년차인 학교를 8강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4강의 목전에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유 감독은 "어떻게 보면 우리 학교가 돌풍이 아니라 '태풍'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는 흐름 싸움에서 우리가 진 것 같다. 특히 기세에 아쉬움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칭찬할 부분은 없을까. 유 감독은 "경험이 많지 않은 이준혁도 잘 던져줬고, 다른 선수들도 모두 최선을 다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음 대회도 더 잘 할 것"이라며 웃었다. 유 감독은 "유승현 이사님 같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이런 성과가 났다. 이제는 만들어낸 '태풍'을 더 몰고 가고 싶다. 앞으로도 최선 다 해서 더 높은 곳 보겠다"며 감사와 향후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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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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