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어느 한적한 마을에 두 명의 은행강도가 출현한다. 그들은 아침 일찍 직원이라고는 단 둘 밖에 없는 은행에서 창구 서랍에 있던 10·20달러짜리 지폐만 챙겨서 달아났다. 이후 그들은 몇 군데 더 은행을 털었다.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텍사스 레인저도 함께 수사에 착수한다. 

텍사스 레인저는 1823년 창단된 텍사스 주 소속의 수사기관이다. 텍사스가 주 연방에 가입하기 전부터 존재했었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전사들이다. 서부개척시대, 멕시코 국경지대였던 텍사스에서 원주민과 멕시코인들로부터 정착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실제로 그들의 역사만큼 텍사스에서는 그들의 위세가 대단하다고 한다. 큰 배지와 앞 뒤로 길게 튀어나온 중절모가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에서는 은행강도를 쫓는 두 레인저가 등장한다. 은퇴를 앞둔 마커스 해밀턴은 자신의 마지막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의 감을 십분 활용하여 그들을 쫓는 데 성공하지만 앞날이 창창한 하프 인디언 동료가 죽임을 당하고 만다. 이 사건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시작되었을까.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 스틸컷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가난한 형제, 되풀이되는 비극

형제는 가난했다. 가난은 가족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만취한 아버지는 아내와 두 아들을 상습적으로 구타했다. 동생은 참고 견디며 훗날을 기다는 것에 익숙했지만 형은 그러지 못했다. 형은 10살이 되자 총 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는 첫 사냥감으로 아버지를 택했다. 사건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사냥을 하던 도중에 일어난 사고로 처리되었다. 동생은 이토록 잔인하고 대책 없는 형이 무섭고 불안했지만, 그를 무척 사랑했다. 이후 형은 엄마와 동생을 두고 집을 떠났고, 이라크 파병을 갔다가 10년 동안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그동안 동생은 말라비틀어진 가축 몇 마리를 겨우 기르면서 허름한 농장을 어머니와 함께 지켰다. 

동생은 결혼을 해 자신의 아버지처럼 두 아들을 뒀다.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기 싫었던 동생은 가족에 최선을 다했지만, 가난은 그의 심장을 쪼아 먹었다. 좋은 남편과 아버지는 마음만으로 충분하지 않았고 쪼그라든 심장과 형편 때문에 결국 아내와 이혼하게 된다. 동생은 양육비를 줄 형편도 못되어서 자신의 아들을 1년이나 보지 못하는 힘든 나날을 이어가던 중에 어머니마저 병으로 여의고 혼자 남게 된다. 

은행은 어머지가 죽자 동생에게 어머니가 농장을 담보로 대출한 돈을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돈을 구할 수 없었던 동생은 농장을 포기할까 생각을 한다. 평생을 살았던 곳이지만, 떠돌이 신세가 되어도 성실하게 살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하지만, 그때, 그의 농장에서 석유가 발견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당장 상환을 앞둔 몇천 만 원 때문에 은행에 채굴권을 뺏길 지경이 된다. 

세습되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

동생은 더 이상 가난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심한다. 결국 그는 얼마 전에 출소한 형과 함께 은행을 털기로 한다. 큰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네다섯 군데 은행에서 금고에 들어가지 않아 추적이 힘든 돈만 챙겨 달아나기로 한다. 아침 일찍 은행을 털고, 밤에 카지노에서 돈을 칩으로 바꿔서 마치 도박으로 많은 돈을 딴 것처럼 돈세탁을 하는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두 형제는 목표한 돈을 모두 채웠다. 하지만, 마지막 목표였던 은행의 폐업(그 정도로 시골마을이었다)으로 인해 점심시간 가깝게 시내에 있는 큰 은행을 털게 되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서 수많은 전쟁과 다툼을 겪고, 카우보이가 활개 치던 도시답게 중무장한 주민들은 두 형제를 쫓기 시작한다. 레인저 마커스 해밀턴과 그의 동료는 경찰과 함께 두 형제를 쫓는다. 형은 동생을 위해 희생을 하기로 결심한 후, 그들을 유인한 뒤 참전 용사답게 레인저 한 명을 죽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는 동료를 잃은 울분에 가득 찬 마커스의 총에 맞아 죽는다. 

동생은 형의 목숨을 대가로 모은 돈을 상환일에 맞춰 은행에 반환한다. 은행은 이 사실이 반갑지가 않았다. 적은 돈으로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얻기 직전에 모든 일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은행가는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이후 동생은 의기양양하게 아내와 두 아들을 농장으로 불러들인다. 
 
 은퇴한 텍사스 레인저와 농장을 되찾은 은행강도의 만남. 시대가 변하자 성공의 의미가 바뀌었다.

은퇴한 텍사스 레인저와 농장을 되찾은 은행강도의 만남. 시대가 변하자 성공의 의미가 바뀌었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흥미진진한 소재와 연출

약육강식의 법칙이 그대로 묻어 나는 영화였다. 정착민은 원주민을, 은행은 정착민을 몰아내 것은 힘의 논리였다. 총구를 앞세워 뺏은 땅에 그들은 자본주의를 심었다. 자본은 그들의 세계를 잠식했고, 말을 타고 소를 몰며 불굴의 의지로 평생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 결국 정착민은 자본가들로부터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영화는 그 힘의 논리에 작은 균열을 만들고 있었다. 두 형제는 은행을 털고 그 돈을 다시 은행에 돌려주면서 자신의 땅을 지켰다. 동생은 빌리고 훔친 돈으로 가난을 몰아내고 자본가가 되었다. 영화에서는 큰 지프 트럭을 모는 텍사스 주민들이 은행 도둑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는 말을 여러 번 한다. 그들에게는 황무지 땅을 맨손을 일구는 개척 정신과 신성한 노동이 삶의 중심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그들이 아이러니했다. 하프 인디언 레인저의 말대로 "그들의 증조부가 우리 조상들로부터 뺏은 땅"으로 부를 축적한 것이 바로 그들이 아니던가. 시대가 변하면서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그 힘의 논리는 여전히 그대로였고 자기합리화는 일종의 위로의 명분으로 구태를 존속하게 할 뿐이었다. 

석유가 나오는 땅처럼 자본 증식을 할 수 없는 자들에게 이 세상은 척박한 사막 같은 곳일 것이다. 그중 또 다른 누군가는 균열을 만들기 위해서 총을 들고 목숨까지 희생하려 할 것이다.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Hell or High Water, 영화 원제) 지옥에서 천국으로 건너가려는 이야기는 단지 영화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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