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표팀 무적함대 스페인이 최근 메이저대회 부진을 털어내고 유로 2020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지 관심을 모은다.

▲ 스페인 대표팀 무적함대 스페인이 최근 메이저대회 부진을 털어내고 유로 2020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지 관심을 모은다. ⓒ 스페인 축구협회 트위터 캡쳐

 
독일과 더불어 유로 최다 우승국(3회)인 스페인은 유로 2020 E조 4개국 가운데 기술적으로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 3경기 모두 자신들의 안방에서 치르는 이점도 스페인의 무난한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을 높인다.

사실상 E조의 관전 포인트는 2위 싸움이다. 스페인과는 상반된 스타일로 피지컬과 파워를 겸비한 북유럽, 동유럽의 강호 스웨덴, 폴란드, 슬로바키아가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 부활 꿈꾸는 무적함대, 라모스 부재 메울까

스페인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티키타카와 점유율 축구를 앞세워 최고의 황금기를 보냈다. 유로 2008에서 사상 첫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 스페인은 2010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2012를 연거푸 제패했다.

하지만 스페인을 대표한 사비 에르난데스, 사비 알론소,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특급 미드필더들의 하향세와 더불어 팀도 급격하게 침몰하기 시작했다. 스페인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후보로 분류됐지만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행보도 순탄치 못했다. 유로 2016 16강,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탈락으로 실망감을 남겼다.

스페인은 러시아 월드컵 이후 루이스 엔리케 감독 체제로 체질개선에 나섰다. 점유율을 중시하는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전방 압박의 강도를 매우 높인 전술로 변화를 꾀했다. 

엔리케 감독의 첫 시험대는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각각 준우승, 4강에 오른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를 상대로 1승 1패를 거두며 가능성을 보인 스페인은 유로 2020 예선에서 노르웨이, 몰타, 페로 아일랜드, 스웨덴, 루마니아 등 껄끄러운 팀들과 한 조에 속해 8승 2무를 기록,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열린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는 한층 진일보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특히 독일전 6-0 대승은 엔리케 감독 체제 이후 가장 완벽한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발표된 유로 2020 최종 명단을 살펴보면 유로 2012 우승 멤버가 조르디 알바, 부스케츠 등 2명에 불과하다. 스페인의 황금기를 보낸 주역들이 대거 떠나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자리를 채웠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 선수가 한 명도 선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는 스페인의 메이저대회 참가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세르히오 라모스를 비롯해 다니 카르바할, 루카스 바스케스 등이 부상 여파로 엔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라모스는 후방에서 수비 리딩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세트피스 상황에서 제공권과 득점력을 보유하고 있다. 수비도 수비지만 공격에서 헤더로 결정지어줄 수 있는 확실한 무기 하나를 버린 셈이다. 

그동안 라모스를 중심으로 수비 조직력을 다져놓은 엔리케 감독으로선 일종의 모험수를 택한 것이다. 이에 파우 토레스, 에릭 가르시아, 디에고 요렌테 등 메이저대회 경험이 일천한 젊은 수비수들의 부담이 크게 가중될 전망이다. 
 
스웨덴 : 흔들리는 수비 조직력, 희망으로 떠오른 클루셉스키-이삭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이 유로 1992 4강에 버금가는 성적을 노리고 있다. 스웨덴은 유로 2000부터 꾸준하게 유로 본선에 오르는 단골 손님 중 한 팀이다.

스웨덴의 수장은 야네 안데르손. 4-4-2 포메이션으로 간격을 좁힌 두 줄 수비를 기반으로 카운터 어택, 세트피스에서의 단조로운 패턴으로 골을 노리는, 매우 단순한 전술을 구사한다. 일각에서는 플랜 A만을 고집하며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지만 안데르손 감독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멕시코, 스위스를 차례로 연파하며, 스웨덴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스웨덴은 유로 2020 예선에서 루마니아, 노르웨이, 몰타, 페로제도, 스페인과 한 조에 속해 6승 3무 1패를 기록, 조2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E조의 경쟁팀인 스페인과는 1무 1패로 열세를 보인 바 있다.

무엇보다 강팀들을 상대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프랑스, 포르투갈,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1승 5패에 그쳤다. 수비의 핵인 그랑비스트가 대표팀에서 물러난 이후 최후방의 단단함이 사라진 게 아쉽다. 

지난 3년 동안 일부 선수진만 바뀌었을 뿐 전술적 특징은 월드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스웨덴에는 라르손, 베리 등 백전 노장들이 중심을 잡고 있다.

여기에 2000년생 클루셉스키, 1999년생 이삭 등과 같은 유망주들이 등장한 것은 고무적이다. 클루셉스키는 유벤투스에서 준주전급의 위치로 성장하며 올 시즌 빼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 있다. 이삭도 주목할 만하다. 라 리가 소시에다드에서 지난 시즌 리그 14골을 터뜨리며 잠재성을 폭발시켰다. 스쿼드에 신선한 바람을 넣어줄 클루셉스키와 이삭이 유로 2020에서 터져준다면 스웨덴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폴란드 : '세계 최고의 No.9' 레반도프스키, 메이저대회 징크스 깨뜨릴까

폴란드는 1974년과 198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동유럽의 전통 강호다. 하지만 이후 폴란드의 행보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21세기 들어 월드컵에서는 2002, 2006, 2018 대회 본선에 올라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유로에서 처음 본선에 등장한 것도 2008년. 지난 유로 2016 8강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폴란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콜롬비아, 세네갈, 일본 등 다소 수월한 조편성에도 불구하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믿었던 레반도프스키가 무득점에 그친 것이 뼈아팠다. 폴란드는 유로 2020 예선에서 오스트리아, 라트비아, 부마케도니아, 이스라엘, 슬로베니아를 제치고 8승 1무 1패로 조1위를 기록, 4대회 연속 유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골키퍼부터 공격까지 비교적 탄탄한 스쿼드를 구성하고 있다. 슈체스니가 골문을 지키고, 베드나레크-밀리크가 이끄는 센터백, 크리호비악과 지엘린스키가 버티는 허리진먼 보더라도 폴란드의 전력을 가늠할 수 있다. 심지어 전방은 세계 최고의 골잡이 레반도프스키가 포진한다.   

언제나 그랬듯 폴란드는 본선에만 올라오면 힘을 쓰지 못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레반도프스키가 메이저대회 본선마다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로 2012 1골, 유로 2016 1골, 2018 월드컵 0골은 레반도프스키의 이름값과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전방에서 레반도프스키의 득점력만 정상적으로 발휘된다면 폴란드의 앞 길도 밝을 전망이다. 

슬로바키아 : 빈약한 공격력 극복이 주요 과제 

슬로바키아는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독립된 나라로 축구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2010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2016 본선 진출이 전부다. 이 두 대회에서 슬로바키아는 각각 16강에 진출하며 성공적인 성과를 남겼다. 

유로 2016에서 수석코치로 지낸 타르코비치 감독은 지난해 12월부터 수장으로 승격했다. 슬로바키아는 헝가리, 웨일스, 아제르바이잔, 크로아티아과 한 조에 속한 유로 2020 예선에서 4승1무 3패를 기록, 조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본선에 오르기까지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아일랜드를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고, 마지막 관문인 북아일랜드전에서는 연장전에서 2-1로 제압, 가까스로 본선행 티켓에 탑승했다. 지난 유로 2016 본선 참가국인 두 팀을 물리칠 만큼 슬로바키아는 그리 얕잡아볼 전력이 아니다. 

비록 내리막이지만 여전히 슬로바키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함식이 미드필드를 이끈다. 나폴리의 로보트카, 파르마의 쿠츠카도 수준급의 중앙 미드필더로 손색이 없다. 최후방은 인터 밀란 소속으로 올 시즌 세리에A 우승에 기여한 슈크리니야르가 책임지며, 뉴캐슬의 수문장 두브라브카 역시 뛰어난 선방 능력을 자랑한다.

고민은 최전방에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4골을 터뜨린 비텍에 버금가는 스트라이커가 보이지 않는다. 슈란츠 혹은 두리스가 원톱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스페인, 스웨덴, 폴란드의 막강한 수비진을 상대로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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