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가 낳은 슈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역시 '캥거루 슈터' 조성원(현 창원 LG 감독)이다. 이상민(현 서울 삼성 감독), 추승균(해설위원)과 함께 KCC 1차 왕조의 주역이었던 그는 신장(180cm)은 작았지만 폭발적 외곽슛을 바탕으로 KCC 외곽을 책임졌다. 워낙 박빙 상황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 '4쿼터의 사나이'로 불리기도 했다.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고 슛 타이밍이 워낙 빨라 공을 잡는 순간 림을 가르기 일쑤였다. 왼발을 앞에 놓고도 슛을 성공시키는 일명 '짝발스텝'은 물론 속공 시에도 쉬운 레이업슛 대신 3점슛으로 마무리 짓는 등 상황을 가리지 않고 외곽을 성공시키는 전천후 슈터였다.

여기에 빠른 발과 높은 탄력으로 조금의 틈만 있으면 골밑으로 파고들어 속공 레이업슛이나 더블 클러치를 성공시켰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조성원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사이즈에서 오는 수비의 한계, 포지션만 2번일 뿐 사실상 포워드라는 여러 약점이 존재했지만 정확한 슛 하나로 모든 것을 커버했다.

전성기 시절 그는 국가대표 주전으로 활약하던 '돌고래 슈터' 문경은 이상가는 저격수로 평가를 받았다. 정규리그 MVP는 물론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차지한 바 있으며 이충희 등 선배 슈터들로부터 '후계자'로 지목받기도 했다.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사이즈를 무시했던 엄청난 공격력의 소유자였다는 점에서 'KBL판 앨런 아이버슨'에 가장 가까운 선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KCC는 조성원 이후 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슈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조성원과 트레이드되었던 양희승은 전성기가 지나 있었으며 윤호성은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김효범 또한 부상과 그로 인한 기량 저하로 하락세를 밟았다. 이동준, 정선규는 슛은 좋은 편이었으나 다른 부분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얼마 전 울산현대모비스로 떠나보낸 김지후(29·187㎝)는 슈터에 목이 말랐던 KCC가 맘먹고 키우려 했던 선수다. 김지후는 이승현, 이종현, 문성곤 등과 함께 고려대 전성시대를 만든 주인공 중 한명이다. 정교한 외곽슛을 무기로 호랑이 군단의 비밀병기로 불렸다.

그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대학 최고 슈터'로 불렸으나 KCC에 와서는 고질적 수비불안 등을 고치지 못한 채 들쭉날쭉한 출장 시간 속에서 성장을 하지 못했다.
 
 전준범이 부활한다면 KCC 모션오펜스는 더욱 탄력을 받게된다.

전준범이 부활한다면 KCC 모션오펜스는 더욱 탄력을 받게된다. ⓒ 울산현대모비스

 
모션오펜스의 마지막 퍼즐, 확실한 슈터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 한방을 갖춘 슈터는 꼭 필요하다. 전창진 감독 역시 여기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그가 자랑하는 모션오펜스에서 '스페이싱(Spacing)'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시즌 KCC는 다수의 볼 핸들러와 기동력 넘치는 선수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외곽 지원이 시원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전감독은 비시즌 슈터 보강에 많은 신경을 썼고 그 결과 전 국가대표 전준범(30·194㎝)을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전준범은 2016~2017시즌 평균 10.4득점, 경기당 3점슛 2.5개, 3점슛 성공률 41.6%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으며 2017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에서 국가대표 슈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후 부상 등 여러 가지 원인이 겹치며 부진을 겪었고 그로 인해 이번 FA 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전준범과 전 소속팀 현대모비스와는 온도차가 서로 달랐고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KCC로 둥지를 옮겼다.

전 감독은 가능성 있는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내 자신이 원하는 농구에 녹아내는 데 능하다. 간절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고 기회를 제공해 날아오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 부산 KT 시절 길러냈던 조성민, 박상오, 송영진 등이 대표적이다.

송영진(198cm)은 중앙대학교 시절 김주성과 함께 '트윈타워'로 명성을 날렸다. 장신이면서 내외곽 공격스킬이 다양하고 궂은일까지 가능한지라 진작부터 동 나이대 1순위로 꼽혔고 지명권을 지닌 LG가 당연하다는 듯 뽑았다. 하지만 무리한 웨이트 등으로 프로 시작 처음부터 맞지 않는 옷을 입게 되었고 그 결과 아마 시절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부진만 거듭한다.

그대로 선수 생활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이후 보상선수로 KT로 간 후 전 감독 밑에서 부활에 성공한다. 아마 시절의 명성을 모두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먹튀'라는 오명은 벗게 된다. 전 감독은 화려한 플레이보다 살림꾼으로서 송영진을 활용했고, 'BQ(바스켓 아이큐)'가 좋은 송영진은 여기에 충실히 따르며 내실 있는 선수로서 활약하며 타팀 지도자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았다.

어디 그뿐인가, 3번을 보기에는 스피드와 활동성이, 4번으로는 빅맨스럽지 않아 활용도가 애매하다는 혹평을 받았던 박상오(196cm) 역시 장점을 살려주며 리그 최우수 선수로 길러낸다.

뭐니뭐니해도 KT 시절 전 감독 최고 작품은 역시 '조선의 슈터'로 불리던 조성민이다. 조성민은 2006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8순위로 지명된 선수다. 아마시절부터 좋은 슈터로 주목을 받기는 했으나 당해년도 가장 주목받던 신인 슈터는 전자랜드에 1순위로 지명된 전정규였다. 순위 차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같은 슈터지만 전정규와 조성민이 받는 기대치는 상당히 달랐다

은퇴 후 각종 인터뷰에서 언급했다시피 조성민은 전 감독을 '큰 스승'으로 생각한다. 끊임없이 본인을 격려해주고, 채찍질해주며 역대급 슈터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전감독 밑에서 조성민은 슈팅은 물론 보조리딩과 수비까지 두루갖춘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나게 된다.

전 감독은 열심히 하는 유형의 선수를 좋아한다. LG에서 노망주로 혹평받았던 정창영(33·193㎝)을 리그 최고 공수겸장 살림꾼 중 한명으로 만들어냈고, 무명이나 다름없던 이진욱(25·180㎝)에게 상당한 기회를 제공하며 올 시즌 다년계약까지 맺게 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KCC팬들이 슈터로서 주목하고 있는 선수는 베테랑 전준범과 '몽골 독수리' 이근휘(히시게 벌드수흐‧23·187cm)다. 전준범은 부활을 꿈꾸고 있으며 이근휘는 프로 2년차로서 생존에 목표를 두고 있다.

둘 다 다음 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입지가 갈릴 수 있어 절실함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여느 선수 못지 않다.

국가대표 슈터로 검증된 전준범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반드시 부활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근휘 또한 약점인 수비를 보강해 대학 최고의 슈터 명성을 프로에서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둘의 간절함이 클수록 전 감독은 많은 기회를 줄 것이 분명하다. 조성원 이후 명맥이 끊긴 슈터계보를 전준범, 이근휘가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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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월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로테이션) / 월간 점프볼에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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