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개최된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모습.

지난 2020년 개최된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모습. ⓒ 박장식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 평창국제평화영화제(PIPFF)가 강원 평창군 일대에서 관객들을 맞이할 채비에 한창이다. 1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2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26개 나라에서 출품된 78편의 영화가 선보일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영화제들이 규모를 줄여나갈 때,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위기를 기회 삼아 지역과 상생하는 영화제로 세를 불려 나갔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코로나 19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많아 방역에 대한 부담도 있을 터. 세 번째 영화제를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지난 11일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영화제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역 밀착 영화제였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멀티플렉스에서의 상영 없음, 상영관이 아닌 곳에서의 영화 상영.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두 가지 면에서 다른 영화제와 궤를 달리한다. 편한 좌석에서 '빵빵한 사운드'로 즐기는 영화제는 아니지만, 대관령면 지역 곳곳의 도서관, 창고, 행사장 등에 마련된 관람의 장은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상징이 됐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방은진 집행위원장. ⓒ 박장식

 
그렇다면 방은진 집행위원장이 생각하는 영화제 성공 포인트는 뭘까. 방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더믹이 터진 후 3개월 동안 영화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개최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이야기했다. 

"도와 협의를 거치면서 가을로 옮기자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방역에 투자를 많이 하기도 했고, 지역의 방역 정책 덕분에 덕을 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강원도가 코로나19에 덜 위험하다는 공감대 덕분에 관람객들이 많이 와 주셨어요. 영화제 기간에 1만 명이 넘게 찾아주셨습니다."

'지역 밀착 영화제'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방 위원장은 "멀티플렉스도 없는 횡계리라는 환경에서 대안 상영관을 구축하는 것이 1회 이후의 계획이었는데, 이 계획이 실현되면서 코로나19 시대 멀티플렉스를 가기 꺼려하는 분들을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읍면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장점은 지역을 걸으며 그 지역의 청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방 위원장은 "영화제가 열리는 횡계가 산책하기도 좋고, 풍경도 예뻐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쾌적한 관람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더욱 신경을 썼어요. 농협 감자창고를 상영관으로 바꾸면서 가벽을 설치하거나 좌석도 쾌적하게 바꾸었고요. 영사시설이나 방음 면에서도 기술팀 인원을 늘려 더욱 나은 관람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멀티플렉스'를 벗어난 새로운 상영관을 통해 집단 체험을 이어가는 것이죠."

'걸으며 관람하기 좋은 영화제'를 만들기 위한 사업도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제문화예술행사 개최도시 시각이미지 개선 공모사업에 평창군과 PIPFF가 선정된 것. 영화제 곳곳의 거리를 걷는 행사인 '워크 온 챌린지'가 더욱 풍성해진다는 의미이다. 방 위원장은 "사업 선정을 계기로 평창에도 '영화제 거리'를 조성하려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산악영화제를 계기로 작은 영화관을 만든 울주군처럼, 횡계에도 영화제와 지역 주민의 편의를 모두 잡는 상설 영화관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방은진 위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현재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영화제가 성장해 나가고 자연스러운 시기가 오면 횡계에도 상설 상영관이 생겨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코로나19 방역, 지난해 노하우 있기에..."
 
 2020년 열렸던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당시 방역요원이 행사장을 소독하고 있다.

2020년 열렸던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당시 방역요원이 행사장을 소독하고 있다. ⓒ 박장식

 
물론 코로나 19에 대한 방역은 여전히 문제다. 지난해 6월 기준 일일 확진자가 100명을 넘지 않은 데 반해 올해는 일일 확진자 수가 수백 명 단위에서 오가는 실정이다. 하지만 방 위원장은 "부담은 크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방 위원장은 "지난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방역 노하우를 쌓았다. 방역 전문업체의 후원도 이루어져 올해에는 더욱 구체적인 매뉴얼로 운영하게 됐다"며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강원도는 거리두기가 비교적 쉽다 보니 확진세도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 위원장은 "물론 영화제를 찾는 관람객 분들이 생활 방역에 익숙해진 측면도 있기에 늘 그랬듯 개인적인 위생을 준수해 주시면, 우리 영화제가 지난해 행사를 거치며 쌓은 방역 매뉴얼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개막작 <무녀도>, 한국의 배경 실험적으로 꾸민 영화"

올해 개막작은 안재훈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무녀도>다. 김동리 작가의 동명의 작품을 영화로 재해석했다. 방은진 원장에게 <무녀도>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방 위원장은 "한국적인 배경에서 실험적이고 뮤지컬적인 영화를 꾸려나가는 것이 <무녀도>의 매력"이라며 "'갈등의 드라마'라는 면을 높이 샀다"며 설명해 주었다.

이외에도 방 위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영화가 개봉했음에도 GV(관객과의 대화)를 하지 못한 영화 두 편도 초청했다. 김종관 감독의 <조제>와 박지완 감독의 <내가 죽던 날>이 그 주인공이다.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당시 대안상영관이 마련되었던 어울마당의 모습.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당시 대안상영관이 마련되었던 어울마당의 모습. ⓒ 박장식

 
방 위원장에게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 마련된 10개의 프로그램 섹션 중 주목할만한 섹션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평양시네마' 섹션에서는 두 편의 장편 영화와 네 편의 단편 영화가 상영됩니다. 가장 신경 쓴 작품은 <모란봉>인데, 1958년 제작된 북한과 프랑스의 합작 영화예요. 지난해 상영하려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무산되었다가 올해 상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영화이니만큼 19일 열리는 영화와 관련된 토크도 '포럼'에 가깝게 준비했습니다. 한상헌 교수님과 이화진 영화학자님이 함께 진행해요.

'시네마틱 강원' 세션도 강원 지역 영화인들이 구심점이 되어 만들어진 영화를 상영합니다. 열 편 정도의 영화가 걸리는데요. 지난해보다 규모가 더 늘었습니다. 강원 영상인들의 현 주소를 함께 만나고, 기술이나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자리도 만들면서 PIPFF가 강원 영상인들의 구심점이 되도록 했습니다."


국내외 영화들이 걸리는 POV(Point Of View) 섹션의 올해 주제는 '온 더 로드'이다. 지난해의 여성, 재작년의 난민과는 색다른 주제이다. 방은진 위원장은 "코로나19 시대 여행에 대한 갈망이 크지 않느냐. 어떤 식으로 여행을 갈 수 있고, 체험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각을 모아보려 했다"고 덧붙였다.

개막식 역시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방 집행위원장은 "국악인 김준수씨와 밴드 두 번째 달, 미얀마 난민 출신의 가수 완이화씨가 함께한다"며 "민주화 항쟁이 치열한 미얀마 출신 소녀와 한국 밴드, 국악인이 함께 공연한다는 것에 '공존'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야외상영, 꼭 찾아서 관람해주세요"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당시 호평을 받았던 야외상영은 올해에도 이어진다.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당시 호평을 받았던 야외상영은 올해에도 이어진다. ⓒ 박장식

 
방은진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세 번째 행사를 맞이하면서 행사에 대한 정체성이 더욱 공고해진다"며 "특히 남북 교류가 재개되면 특히 분단되어 있는 도(道)인 강원도, 그 중에서도 우리 영화제가 남북 영화 교류의 구심점 역할을 해내려 애쓰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방 위원장은 "1회 영화제 때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하고자 했던 일을 하지 못했고, 2회 개최를 며칠 앞두고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면서 남북관계가 정색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우리가 미리 준비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계속 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방은진 집행위원장에게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강점이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다. 방 집행위원장은 "올해도 야외상영을 한다는 것이 최고의 강점이 아니겠냐"고 웃으며 답했다.

특히 방은진 위원장은 "야외 상영 등이 있으니만큼 아이들과 함께 찾기에도 좋은 영화제"라며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방문도 반겼다. 특히 방 위원장은 "19일에는 윤호섭 디자이너가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티셔츠 드로잉 이벤트도 벌이니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진부면과 평창읍, 그리고 올림픽 프라자에서 야외상영을 합니다. 야외상영에 앞서 퀄리티 높은 버스킹 팀의 공연도 준비돼 있어요. 야외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대중적인 영화로 꾸몄으니 공연도 보시고, 영화도 관람하는 일석이조의 즐거음을 느끼시면 좋겠어요.

올해의 또 다른 강점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던 실패하지 않는 것'이에요. 그래서인지 지난해보다 예매하시는 분들도 두 배 이상 많아졌답니다. 영화를 예매하시면서, 그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에서 함께 즐길 수도 있어요. 도시형 영화제가 아닌 '휴식형 영화제'니 만큼, 영화제 방문이라는 경험을 통해 평창과 대관령의 바람을 함께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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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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