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현장에 입장한 학부모들.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현장에 입장한 학부모들. ⓒ 박장식

 
이따금씩 들려오는 선수들의 함성 외에는 고요하기만 했던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오래간만에 관중들의 박수 소리가 나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지난 1일 개막한 제75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전국대회에 관중 입장을 제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스카우트 등 제한된 인원 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했던 목동야구장에 학부모들까지 함께 입장하여 자녀들의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관중들은 3학년 학부모, 그마저도 부모 중 한 명으로 제한된 데다, 육성 응원 역시 할 수 없는 등 제약이 많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학부모들은 '이렇게라도 가까이에서 우리 아들의 경기를 보는 것이 어디냐'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만 2년만의 대회 관람

코로나 이전에도 고교야구 현장엔 관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학부모와 동문, 학생들이 함께 찾아 '일당백' 응원을 펼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줬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범유행하면서 이런 풍경을 보기 어려워졌다. 지난해엔 황금사자기부터의 전국고교야구대회는 물론, 주말리그에서도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날벼락같은 일이었다. 여러 해 동안 꿈을 키워온 자녀들을 눈앞에서 응원하고 힘을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프로야구에서는 방역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했지만, 고교야구는 그렇지 못했다. 협회에서는 방역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무관중 경기 방침을 이어갔다. 학부모들은 유튜브 중계를 보거나, 운동장 바깥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며 자녀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프로야구도 코로나19 상황에서 관중을 받으니, 고교야구 역시 학부모에 한해서라도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선 학부모들이 운동장 바깥 특정 구역에 모여 응원하는 것보다 경기장 안에서 응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코로나19 방역에도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행히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코로나19 대응 규정을 바꾸었다. 올해 고교야구전국대회부터 학부모에 한해 제한적 입장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학부모들의 명단을 미리 제출해야 하고, 입장 시마다 복잡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며 심지어 3학년 선수들의 학부모들만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지만 입장을 기다려온 학부모에게는 이런 불편이 큰 일이 아니었다.

"수능 같은 경기... 앞에서 응원해서 좋죠"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현장에 입장한 학부모들.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현장에 입장한 학부모들. ⓒ 박장식


목동야구장을 찾은 영남권 고교 선수의 부모는 "이 경기는 수능 같은 경기"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 아이들 경기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오랫동안 뒷바라지를 했다. 타석 서고 마운드 설 때마다 사진도 찍어서 자랑하고, 크게 응원도 해주고 해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고생하는 마지막 순간을 못 볼 것 같아 답답했다"며 지난해 무관중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 학부모는 "작년에 목동야구장 바깥에서 아이들 경기를 몰래 보곤 했는데, 올해는 구장 안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면서 "더 많은 부모님이나 학생들도 같이 와서 응원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라도 입장한 것이 어딘가. 아이들도 우리 응원에 힘내서 더 높은 곳까지 올랐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수도권 고교 선수의 학부모 역시 같은 생각을 드러냈다. "무관중 방침이었을 때에는 야구장 바깥에서 옹기종기 모여 경기를 보니 오히려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라면서, "이제는 야구장 안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편안하게 야구를 볼 수 있어 감격스럽다"라며 웃었다. 

같은 학교의 다른 선수 학부모 역시 "물론 크게 응원도 못하고, 같은 학교 친구들도 오지 못하지만 우리가 부모로서 더욱 간절하게 응원하는 것 같다"라며 "오직 박수와 마음의 격려로만 응원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우리 아이들이 더 잘 해줘서 경기장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드러냈다.

'무관중' 고수하던 다른 종목도 바뀔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황금사자기 개막 이전 "학부모들의 절실한 요청과 민원이 많아 내부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라며 학부모 관중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던 바 있다. 실제로 고교야구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자녀들의 경기를 보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운동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대회나 시합에서의 관중석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방문객이 많지 않았기에 지금도 학부모 등의 입장을 허용하면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다"며 종목단체를 설득하고는 있지만, 불안 요인을 줄여야 하는 단체들 입장에선 방역 비용 부담, 확진자 발생 우려 등을 이유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그런 면에서 학생 스포츠 경기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학부모 관중의 입장이 허용된 것이 더욱 뜻깊다. 다른 종목단체에서 개최하는 학생 경기들도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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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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