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흥민 ⓒ AP/연합뉴스

 
한국축구의 자랑 손흥민(토트넘 훗스퍼)이 한국인 해외파 역대 최초로 유럽 빅리그 시즌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5일(이하 한국시각) 발표한 2020-202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올해의 팀' 11인에 손흥민의 이름이 당당히 포함됐다.

손흥민은 팀 동료 해리 케인(토트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격수 3명에 선정됐다. 골키퍼에는 에데르송(맨체스터 시티), 수비수에는 루크 쇼(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후벵 디아스(맨시티), 존 스톤스-주앙 칸셀루(이상 맨시티), 미드필더에는 케빈 더 브라위너-일카이 귄도간(이상 맨시티),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선정됐다. 팀별로 리그 우승팀 맨시티가 절반이 넘는 6명이나 선정됐고, 맨유와 토트넘이 각 2명, 리버풀이 1명을 배출했다.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자리잡았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레버쿠젠을 거치며 꾸준히 성장한 그는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하며 프리미어리거로 데뷔했다. 첫 시즌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하기도 했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이제는 팀의 핵심 선수이자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2020-2021시즌 그다지 좋은 기억을 남기진 못했음에도, 득점왕-도움왕을 동시 석권한 케인과 함께 손흥민까지 올해의 팀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특출난 활약상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손흥민은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7골 10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득점과 도움 부문에서 모두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10-10(득점-도움)을 달성했으며 베스트11 중 공격포인트로는 케인과 페르난데스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인으로선 차범근과 함께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 타이 기록까지 세웠다.

아시아 축구사에 큰 이정표 남긴 손흥민

손흥민은 이번 올해의 팀 선정으로 개인은 물론 아시아 축구사에도 큰 이정표를 남겼다. 그는 그동안 국내 무대나, 아시아- 토트넘 팀내-런던 지역에서 선정하는 각종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지만 소속 리그나 시즌에서 최고 선수임을 인정받은 타이틀을 거머쥔 적은 없었다.

손흥민이 세계 무대에서 받은 상은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이 대표적이지만, 이는 해당 시즌의 가장 멋진 골에 주는 상이라 선수의 전체적인 활약상을 대변하는 타이틀은 아니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번 '올해의 팀' 선정으로 명실상부하게 유럽 최고 빅리그인 EPL에서도 최정상급 선수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을 인정받으며 '월드클래스'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편 아시아 선수가 유럽 빅리그에서 시즌 베스트11에 선정된 것은 손흥민이 사상 최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차범근이 독일의 저명한 축구언론인 키커지가 선정한 올해의 팀에 두 차례 선정된 바 있지만 이는 리그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베스트11과는 다르다.

EPL에서는 그동안 박지성-이영표-기성용 등 수많은 한국 선수가 도전하여 나름의 족적을 남겼지만 올해의 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기존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이 주로 개인 성적보다는 팀플레이와 희생정신으로 평가받는 '도우미'에 가까웠다면,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도 스스로 경기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슈퍼스타'로서 인정받은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남다르다.

사실 올해의 팀이 발표되기 직전 손흥민 입장에선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올해의 선수' 후보 8인에 손흥민의 이름은 빠져있었다. 후반기에 다소 부진했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작 잭 그릴리쉬 등 손흥민보다 기록상으로도 월등히 뒤지는 선수들도 이름을 올리며 공정성에 의문부호를 자아낸 바 있다. 또한 올해의 팀이 발표가 난 후에는 PFA의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수상자 명단에 오직 손흥민의 이름만 누락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지만 손흥민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한 장면은 옥에 티로 남았다.

성공적인 시즌을 마친 손흥민은 현재 대표팀에서 또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가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축구대표팀은 5일 한국은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2승 1무(승점 7)로 조 1위에 올라있으나 2위 레바논(승점 7)에 골득실 차로 앞서 있고, 3위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격차도 승점 1점 차에 불과하다.

2020년 이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대표팀 일정이 파행을 겪으면서 팬들은 손흥민의 활약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지난 3월 열린 한일전(0-3)에서도 손흥민은 소속팀 경기 중 당한 부상으로 아쉽게 결장한 바 있다. 손흥민이 태극마크를 달고 홈경기를 나서는 것과 A매치 득점을 기록한 것은 모두 2019년 10월 열린 스리랑카전(2골)이 마지막이었다.

손흥민도 이제 어느덧 한국 나이로 30대를 바라보는 베테랑이 됐다. 대표팀 경력만 벌써 10년차에 차곡차곡 쌓여온 A매치 기록은 어느새 89경기 출전에 26골이나 된다. 그는 벤투호 내에서 최다 A매치 출전-득점자이기도 하다. 코로나19와 부상으로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손해보지 않았다면 벌써 센츄리클럽(100경기)에 가입했을 것이다.

손흥민의 활약이 필요하다

소속팀에서의 눈부신 커리어에 비하면 대표팀에서의 활약상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는, 손흥민이 극복해야할 또다른 꼬리표이기도 하다. 단지 최근 경기뿐만 아니라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 출범 이후로는 19경기 3골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손흥민의 명성을 감안하면 만족할 수 없는 수치다. 아시아의 독보적인 슈퍼스타로 상대팀의 극단적 밀집수비와 집중견제에 시달려야하는 환경, 골잡이로서의 마무리 역할보다는 공격 작업 전반에 관여하는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요구되는 대표팀의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벤투호는 예선 불참을 선언하고 기록이 삭제된 북한전을 포함하면 앞선 2차 예선 4경기에서 10골을 넣었는데 이중 최약체로 분류된 스리랑카와의 경기에서 8골을 몰아넣은 것을 제외하면 레바논, 북한 원정 경기에선 무득점을 기록하며 3경기 2골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약팀들을 주로 상대하는 2차 예선에서도 공격력이 시원치 않았다는 것은 최종예선에 진출하더라도 불안감을 자아낼 수 있는 대목이다. 벤투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이 도마에 오르는 이유다.

이래저래 부담이 큰 상황 속에서도 손흥민은 언제나 그랬듯 묵묵히 자신이 해야할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3일 진행된 비대면 기자회견에서도 모범적인 인터뷰의 정석을 보여줬다. 득점 욕심에 대한 질문에 "축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골 욕심보다는 팀이 잘 됐으면 하는 생각이 크다"며 성숙하게 대처했다.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적설이나 감독교체, 한일전, 혹사 논란 등 각종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현재 해야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관심을 받는 슈퍼스타로서 경기 외적으로 불필요한 구설수나 논란을 만들지 않는 것도 자기관리 능력이다.

투르크메니스탄전은 지난 한일전 참패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A매치다. 당시에는 손흥민 등 주축 선수들이 빠졌지만 이번에는 모처럼 완전체 전력까지 구축하며 기대감이 크다. 벤투호는 흔들리는 믿음을 되찾기 위해서도 이번 2차 예선에서 축구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한다. 그리고 그 선봉에 설 손흥민의 활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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