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비인기' 스포츠로는 펜싱, 세팍타크로, 럭비, 수구 등이 있다. 일부 종목은 이름조차 생소하게 느껴진다. 인기 스포츠는 매스컴을 타고 더욱 주가를 올리는 반면 비인기 스포츠는 매스컴의 홍보 효과마저 얻지 못해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히기도 한다. 
 
이 중 펜싱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대중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 박상영 선수가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에뻬 결승전까지 올라가 헝가리 임레 게저를 상대로 극적 승리를 거뒀을 때는 온 국민의 관심을 얻기도 했으나, 관심이 지속되지는 않았다. 특히 펜싱의 경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큰 국제대회가 아니고서는 케이블 채털에서조차 송출되지 않는다. 리우 올림픽 때와 비교했을 때 현재 펜싱 종목에 대한 관심과 보도는 현저히 줄었다. 
 
비인기 종목 선수의 속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제59회 전국남녀종별펜싱선수권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부 여자 에뻬 개인전에서 입상한 김태희 선수를 지난달 20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U-23 국가대표 출신 한국체육대학교 소속 김태희 선수

U-23 국가대표 출신 한국체육대학교 소속 김태희 선수 ⓒ 김태희

 
- 펜싱은 어떻게 알고 시작하게 되었나요.
"2014년에 TV를 보는데 인천 아시안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평소에는 펜싱이라는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관심도 없었는데 거기 나온 사브르의 김지연 선수가 너무 예쁘고 운동도 너무 잘 하셔서 그 선수 보고 시작했어요. 펜싱을 안 하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인터넷에서 펜싱을 배울 수 있는 곳을 검색했고 직접 찾아가서 배우게 됐습니다."
 
- 펜싱은 금전적인 뒷받침이 돼야만 가능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어요. 
"귀족스포츠였던 것은 사실이에요. 펜싱 선수를 키우는 학교에 입학해 엘리트 선수로 시작하면 학교나 나라에서 조금은 지원을 해줘요. 근데 취미로 즐기기에는 필요한 장비가 너무 비싸서(칼 1자루 17만 원, 마스크 20만 원, 도복 위아래 100만 원, 신발 3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그런 인식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요.

시합도 주로 해남, 양구, 홍천 같이 먼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 번을 나가면 생활비가 30만 원씩 들어요. 그래도 리우 올림픽에서 박상영 선배님의 '할 수 있다'가 매스컴에서 크게 화제가 된 이후로 전보다 펜싱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늘었어요. 배우는 기간 동안에는 도복이나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 곳도 많아졌습니다."
 
-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 아쉬움이 있다면요. 
"우리나라 펜싱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적을 잘 내고 있어요. 남자 사브르 같은 경우 오상욱 선수가 현재 세계랭킹 1위예요. 여자 에뻬도 최근 열린 세계 대회에서 단체 우승을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도 보도가 많이 안 나오더라고요. 좋은 성적을 내도 사람들이 소식이나 경기를 접할 기회가 적은 게 서러운 것 같아요. 펜싱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방송을 잘 못 타요. 두 대회 말고도 세계선수권이나 월드컵 등 큰 대회가 많이 열리는데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많이 아쉬워요.
 
- 펜싱 대회장의 분위기는 어때요?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관중 입장이 제한된다고 하지만 사실 코로나 전과 후가 큰 차이는 없어요. 코로나 전에는 무료로 개방했어요. 다른 종목 경기장에 가보면 관중이 북적북적하고 돈을 내고도 응원하기 위해 오는 팬들이 많잖아요? 펜싱은 성적도 잘 내는 효자종목인데도 불구하고 응원 오는 사람들이 없어서 경기장이 휑해요. 있다면 팀 동료나 가족 정도? 그럴 때는 좀 서럽죠. 실제로 유튜브에 보면 빙상 곽윤기 선수가 펜싱 사브르 오상욱 선수를 보기 위해서 펜싱장에 놀러 왔었는데 관중이 너무 없어서 당황해하는 영상도 있어요(웃음)."
 
- 펜싱은 규칙이 어렵고 다소 재미가 없다는 의견이 있어요. 
"에뻬 말고 사브르나 플뢰레는 '공격권'이라는게 있어요. 펜싱은 알고 봐야 재미 있는 스포츠인데 사람들이 펜싱을 자주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대부분 펜싱 기본 룰을 잘 모르더라고요. 펜싱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도 적고 왜 득점이 났는지를 모르니 재미없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경기가 너무 빠르고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어려웠는데 경기를 자주 찾아보고 룰을 잘 알게 되니 정말 재미있고 짜릿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눈이 즐거운 사브르를 제일 추천해요. "
 
-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에뻬는 전신을 먼저 찌르면 돼요. 공격권이 있는 사브르나 플뢰레 같은 경우에는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칼을 누가 쳤는지에 따라 공격권이 바뀌어요.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 공격권을 가져가고 칼을 친 사람이 공격권을 가져가는 식이죠. 이 정도 기본 룰만 알아도 펜싱을 즐겁게 보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펜싱을 더 많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이 되게 열심히 훈련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되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 더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많이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대한민국 스포츠 파이팅!"
 
김태희 선수 이력
- 2021 제59회 전국남녀종별펜싱선수권대회 단체 금메달
- 2021 제59회 전국남녀종별펜싱선수권대회 개인 동메달
- 2019 U-23 방콕 아시아 선수권 대회 단체 금메달
- 2018 스페인 부르고스 국제 월드컵 동메달
- 2017 U-23 하노이 아시아 선수권 대회 단체 금메달
- 2017 전국체육대회 금메달
- 2017 대통령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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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사랑하는 이현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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