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구 역사를 논할 때 '슈터'는 빠질 수 없는 단어일 것이다. 원조 국가대표 에이스, 득점머신으로 불리던 김영기, 신동파를 필두로 '슛도사' 이충희, '전자슈터' 김현준, '속사포' 최철권 등 에이스라 불리던 스타급 플레이어의 대다수는 슈터가 차지했다. 이들 에이스급 슈터는 국내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위용을 뽐냈다.

상대적으로 피지컬,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정교한 슈팅으로 커버했다. NBA 레전드 매직 존슨은 은퇴 후 농구 투어를 할 때 한국 선수들의 슛을 보고 "동양의 신비가 느껴진다"고까지 표현했다.

이는 프로농구가 시작되고도 계속 이어졌다. 개인의 실력은 출중하지만 팀이 약해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동 미사일' 김상식과 '사랑의 3점슈터' 정인교가 본격적으로 손끝을 과시했고 '람보슈터' 문경은, '캥거루슈터' 조성원, '플라잉 피터팬' 김병철, '썬더볼' 양희승,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 '스마일슈터' 김훈, '짐 캐리' 김성철, '육각 슈터' 조우현, '양갱' 양경민, '조쌍' 조상현, '빅뱅' 방성윤, '조선의 슈터' 조성민 등 좋은 슈터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에릭 이버츠, 데이비드 잭슨 등 국내 특급 슈터 못지않은 외국인 슈터도 간간이 등장해 존재감을 뽐냈다. 현재 두 번째 한국인 NBA리거를 노리고 있는 미국 데이비슨 대학 이현중(21·202cm)도 슈터 스타일이다. 적어도 슛만큼은 꾸준하게 경쟁력을 유지해온 한국농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리그를 대표할만한 슈터들이 확 줄어들었고 심지어 품귀현상까지 일어났다. 그런 가운데 최근 들어 출중한 슈터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안양 KGC 인삼공사 전성현(30·189㎝), 전주 KCC 전준범(30·194㎝), 대구 가스공사(전 인천 전자랜드) 전현우(25·194㎝) 등 전씨 3인방 슈터가 각각의 개성을 뽐내고 있는지라 각별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조상현 조우현 조성원 등 조씨 슈터들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을 생각하게 한다.
 
 지난시즌 아쉬움이 컸던 전준범은 새로운 팀 전주 KCC에서 부활을 꿈꾼다.

지난시즌 아쉬움이 컸던 전준범은 새로운 팀 전주 KCC에서 부활을 꿈꾼다. ⓒ 울산현대모비스

 
동기 부여는 충분! 다음 시즌 최고 슈터는 누구?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슈터는 단연 전성현이다. 전성현은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대기만성형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정규리그 51경기에서 평균 11.41득점, 1.76리바운드, 0.6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문 슈터답게 3점슛은 경기당 2.61개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성공률 또한 39.47%로 준수했다.

스타는 큰 경기에서 더욱 빛난다는 말이 있다. 전성현의 위상이 한층 올라간 데에는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상이 컸다. 6강과 4강 PO 총 6경기에서 평균 14.0득점을 기록했고, 3점슛은 2.7개로 정규시즌 때보다 상승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활약상은 이어졌는데 2차전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등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4경기 평균 12.5득점에 3점슛 2.0개를 기록하며 빅게임 슈터로 이름을 알렸다. 3차전에서 28득점(3점슛 6개)으로 펄펄 나는 등 KGC가 플레이오프 10전 전승의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오프 더 볼 무브를 기반으로 한 스팟업 슈터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친다. 돌파, 패싱능력, 볼핸들링 등 대부분의 능력치에서 평범 혹은 그 아래로 평가받지만 슈팅 능력 하나만큼은 현역 최고로 꼽힌다. 볼 없는 움직임이 좋은데다 슈팅 타이밍이 빠르고 타점도 높은 편인지라 수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최근에는 다른 능력치까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치가 더욱 올랐다. 현재 폼만 봤을 때 국가대표 주전 슈터 자리는 예약해놓은 상태다.

농구전문 인터넷 방송에서는 전성현을 슈터계의 레전드 문경은과 비교하는 등 간만에 나온 슈터의 맹활약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그런만큼 전성현에게는 다음 시즌이 더더욱 중요하다.

KGC 대부분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들어서 괴물 용병 자레드 설린저(28·206cm)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전성현도 그러한 수혜자 중 한 명이다. 설린저의 재계약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급 외인의 도움 없이도 올 시즌 활약을 이어간다면 KBL 슈터계보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전준범은 경희대 '양김(김종규‧김민구)' 드래프트로 유명한 '2013 KBL 드래프트' 출신으로 전성현과 동기다. 전성현이 7순위로 KGC 지명을 받았으며, 전준범은 현대모비스에 9순위로 뽑혔다.

입단 동기에 둘 다 슈터 스타일인지라 서로간 비교가 안 될 수가 없다. 지난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둘은 극과 극이다. 전준범은 최악의 부진을 겪었으며 전성현은 특급슈터로 거듭났다.

하지만 전체 커리어를 놓고 보면 전준범도 못지않다. 전성현보다 일찍 두각을 나타냈고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6~2017시즌 평균 10.4득점, 경기당 3점슛 2.5개, 3점슛 성공률 41.6%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으며 2017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에서 국가대표 슈터로 활약했다.

그동안의 활약과 달리 지난 시즌 너무 부진했고 그 결과 FA 시장에서도 찬밥 취급을 받았다. 지난달 31일 원소속팀 현대모비스와 계약기간 5년, 보수 1억 5000만원(연봉 1억2000만원·인센티브 3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KCC로 이적하게 됐다. 트레이드 상대는 박지훈, 김지후다. 전준범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아쉬움을 클 것이 분명하다.

아직 한창 나이인 점을 감안했을 때 전준범의 부활 가능성은 충분하다. 본인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한단계 발전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 시즌 KCC가 모션오펜스를 주공격 옵션으로 쓰면서도 외곽에서 한방을 풀어줄 슈터 부재에 시달렸다는 점을 감안 했을 때 전준범의 부활은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성현이 워낙 빛나서 그렇지 전현우 역시 지난 시즌을 통해 슈터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입증한 선수 중 한 명이다. 54경기를 소화하며 평균 8.98득점, 0.43어시스트, 2.1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3점슛은 경기당 2.06개로 전체 4위에 올랐는데 성공률 또한 41.26%(전체 2위)로 매우 좋았다.

성공률 1위 김동욱의 경기당 3점 갯수가 1.20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3점슛 밸런스는 전현우가 가장 좋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현우는 전형적인 저격수형 슈터다.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빈 공간을 찾아다니다가 찬스다 싶으면 망설이지 않고 고감도 외곽슛을 성공시킨다.

돌아 나오는 움직임도 좋고 스크린도 잘 활용한다. 단순히 받아먹는데 그치지 않고 드리블을 치면서 스크린을 타고 슛을 던지는 플레이에도 능하다. 3점슛을 쏠듯하면서 수비수를 속이고 빈틈을 파고들어 살짝 올려놓는 레이업 슛에도 일가견이 있다.

전준범이 그렇듯 전현우 역시 다음 시즌 동기부여가 충분하다. 소속팀 인천 전자랜드가 연고지를 옮겨 대구 가스공사로 바뀌는 만큼 올시즌 이상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새로운 팀에서 김낙현과 함께 간판스타로 올라설 수 있다.

물론 이들 3인방 외에 허웅 등 다른 능력 있는 경쟁자들도 호시탐탐 최고 슈터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같은 성씨 3인방이 슈터로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은 흥미로운 구도임은 분명하다. 다음 시즌 슈터 전국시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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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월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로테이션) /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회원 / 월간 점프볼에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수제빵집전문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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