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방지법'에 항의하는 스티브 유.

'유승준 방지법'에 항의하는 스티브 유. ⓒ Yoo Seung Jun OFFICIAL

 
한국계 미국인 가수 스티브 유(유승준)는 지난 2002년 병역기피 의혹으로 법무부로부터 한국 입국을 거부당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티브 유의 이미지와 커리어는 이 사건 이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스티브 유 사건의 사회적 파급력은 엄청났다. 약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스티브유의 이름은 연예계 병역기피의 대명사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스티브 유는 2021년 현재 여전히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주 LA(로스앤젤레스) 총영사를 상대로 '대한민국 여권·사증 발급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에서는 이 소송에 대한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스티브 유는 병역기피 논란으로 한국 입국이 금지당한 후 재외동포 입국 비자(F-4)를 신청했다가 LA 총영사관으로부터 '국가안보·공공복리·질서유지·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당하자 2015년 행정소송을 냈다.

1·2심은 패소했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고 재상고심에서 결국 스티브 유의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스티브 유 측은 이 대법원 판결을 '비자 발급을 허용'하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했으나, LA 총영사관 측은 '재량권을 행사해 다시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라'는 취지였을 뿐 무조건 비자를 발급하라는 뜻은 아니라며 극명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이에 스티브 유가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스티브 유 측은 첫 변론에서 "미국 시민권은 애초에 병역을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다. 첫 입국 거부 처분부터 과연 20년간이나 이렇게 문제될 사안인지 의문이다. 다른 사람은 이런 처분을 받은 사람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리인을 통한 법적 공방 외에도 개인 유튜브를 통하여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여론전에서도 나서고 있다. 스티브유는 2020년 12월 개인 유투브에서 자신을 "병역기피자가 아니라 합법적인 병역면제자"라고 정의한 바 있다.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연예인이고, 제 팬들과 (병역에 대한) 약속을 했던 것을 지키지 못했을 뿐, 범죄도 범법도 저지르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한 나라가 유승준이라는 연예인 하나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이렇게 막으려고 난리법석인가"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스티브 유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본인은 끝끝내 부정하지만 스티브 유는 국가가 공인한 병역기피자가 맞다. 지난 2월에는 병무청과 국방장관이 나서서 스티브 유의 행위를 명백한 병역기피라고 규정한 바 있다. 당시 병무청장은 국회에서 "국내에서 영리 활동을 하고 입영통지서를 받은 상태에서 미국 시민권을 따서 병역기피한 사례는 스티브 유가 유일하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유무선 임의 결과 자동응답)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스티브 유 입국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입국 반대 64.7%, 입국 찬성 23.5%/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스티브유의 사례와 더불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 바로 축구선수 석현준이다. 축구 국가대표까지 지낸 그가 병무청이 발표한 '2019년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1991년생인 석현준은 현행법상 만 28세를 넘기고도 귀국을 미루며 이미 정상적으로 병역을 이행해야 할 시기를 놓쳤다. 축구선수로서의 경력을 내세워 병무청을 상대로 국외여행기간 연장 신청과 행정심판까지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패소당했다. 

석현준의 부친은 지난 5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아들이 일부러 병역이행을 안 하려는 게 아니라 축구를 중간에 포기하기 어려워서 이렇게 됐다"고 대신 해명하기도 했다. 이어 "구단의 요구에 따라 프랑스 시민권을 따게 된다고 하더라도 차후에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와 병역 의무와 법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석현준 측의 해명에 대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할 경우 국적법 제15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되어 외국인이 되므로 병역의무가 소멸된다"며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사람은 국적법 제9조에 따라 국적회복을 할 수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스티브 유가 지금까지도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낸 결정적인 이유는 자신의 입으로 했던 약속(병역이행)을 한순간에 뒤집은 '거짓말'에 있었다. 반면 석현준은 '무시와 침묵'으로 일관해 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그는 국가대표까지 지낸 유명 선수임에도 아직까지 본인이 직접 해명을 하거나 입장 표명을 한 적이 없다. 

스티브 유와 석현준의 사례는 일부 일탈을 감행한 유명인들이 병역의무를 어떤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티브 유는 2002년 당시 한국에서 아이돌 댄스가수로서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석현준도 20대 후반-30대 초반이 축구선수로서 전성기에 해당하는 시기다. 이들이 잘못된 선택으로 병역기피자로 추락하게 된 것은 결국 병역의무 때문에 공백기를 가질 동안 연예인-해외파 프로선수로서 '경력단절'이 주는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본인의 꿈과 일상을 희생하고 청춘을 바쳐가며 병역의무를 묵묵히 이행하고 있는 수많은 청춘들이 존재한다.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사회적 의무도, 국민에 대한 예의도 지키지 않은 스티브유와 석현준이 개인의 권리나 형평성만 내세우는 건 대한민국 국군장병과 청춘들에 대한 모독일 수밖에 없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한 패키지 법안(국적법·출입국관리법·재외동포법·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세간에서 '유승준 방지법'으로도 불렸는데, 이를 두고 당사자인 스티브유가 유튜브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병역의 의무가 공정하지 못한 현실에 청년들이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군 복무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취지를 해명한 바 있다.

법만큼 중요한 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눈높이와 공감대다. 스티브 유가 2002년 병역기피로 입국을 거부당한 이후 암묵적인 여론에 따라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그의 흔적은 완전히 지워졌다. 그의 히트곡과 방송출연 분량들은 모두 묻혔고 간혹 90년대를 추억하는 기획에서도 스티브 유의 존재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축구계도 이제는 석현준에 대하여 한 번쯤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석현준을 국가대표에서 제명하거나 앞으로 그가 한국에선 축구 관련 공식 활동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조치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석현준이 만일 한국 국적을 상실하고 영원히 국내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직접적인 실효성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스티브유의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도 병역기피를 비롯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처분하는데 있어서 '엄중한 선례'를 남긴다는 차원에서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분명한 것은 연예계이든 체육계이든 제2의 스티브유와 석현준같은 사례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든 공공의식으로든 사회 전반에 합의된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대중의 사랑과 사회적 혜택을 받았던 유명인들이 사회적 의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도 용납된다면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신뢰는 금세 무너져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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