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지난 3일, 비를 피할 수 있는 고척 스카이돔에서만 유일하게 경기가 열렸다. 하위권 탈출을 꿈꾸는 롯데는 스트레일리를,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키움은 요키시를 선발 투수로 기용했다.
 
결과는 키움의 승리였다. 1회부터 7점을 뽑아내며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여준 키움의 타선과 요키시의 호투(5이닝 4K 1자책)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 이날의 승리로 키움은 3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연패 탈출보다 팀을 더 흐뭇하게 한 것은 박병호의 활약이었다. 
 
이날 4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한 박병호는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사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회말 1사 1, 2루의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유격수 앞 땅볼을 기록했다. 마차도의 실책으로 출루하긴 했지만, 득점권 상황에서 친 땅볼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뒤이은 타석에서도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침묵했다.
 
그러나 다음 타석부터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4회말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하며 강한 집중력을 보여준 박병호는, 6회말 1사 1루에서 수비 시프트를 시원하게 깨는 중전 안타를 치며 출루했다. 뒤이은 타석에서는 고척돔 천장을 맞추는 행운의 내야 안타(1타점)로 출루하며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물론 이날 박병호가 시원한 장타를 날리거나 홈런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2경기 만에 안타, 6경기 만에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타격감 회복의 조짐을 보인 박병호는 팬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침묵하고 있는 박병호

침묵하고 있는 박병호 ⓒ 키움 히어로즈

  
침묵하는 거포 박병호
 
가을야구 단골손님이던 키움의 올 시즌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시즌 초반 10위까지 추락했던 키움은 현재 7위에 머물러 있다. 이런 키움의 부진 요인 중 하나는 타선이었다. 4일 현재 키움은 팀 타율 0.260(6위) OPS 0.732(7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장타율은 0.380으로 리그 8위에 해당한다. 타선에선 그 누구보다 박병호의 부진이 가장 아쉬웠다. 

거포 유격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키움의 타선은 무게감이 떨어진 채로 시즌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타를 책임질 타자는 박병호였다. 그러나 그는 4월 한 달 동안 타율 0.200 4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볼넷(9개)에 비해 삼진(26개)의 개수가 굉장히 많았고, 특히 장타율이 0.387에 불과했다.
 
허리 근육통으로 인해 2군에 갔다 온 뒤에도 타격감은 회복되지 않았다. 5월 한 달 타율 0.236 1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여전히 침묵하는 모습만을 보여줬다. 박병호의 침묵으로 팀의 타선은 침체됐고, 결국 하위권을 전전했다.
 
올 시즌 박병호는 3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14(140타수 30안타) 5홈런 23타점 OPS 0.700을 기록 중이다. 아쉬움을 남겼던 지난해에도 21개의 홈런을 때렸던 박병호가 현재까지 기록한 홈런은 5개에 불과하다. 현재 페이스대로면 15홈런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된다. 장타율 또한 0.379로 거포 박병호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특히 중심타자로서 찬스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박병호가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던 주자는 100명이다. 그러나 그 중 그가 불러들인 주자는 23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부진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홍원기 감독의 믿음은 확고하다. 시즌 초반 여러 타순을 거치며 우여곡절을 겪었던 박병호는 다시 4번 타순으로 돌아왔다. 아직까지는 침묵하고 있지만, 다행히 지난 3일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타격 회복의 조짐을 보여줬다.
 
 키움의 4번 타자 박병호는 기다림에 답할 수 있을까

키움의 4번 타자 박병호는 기다림에 답할 수 있을까 ⓒ 키움 히어로즈

  
기다림에 답할까
 
'2005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박병호는 우타 거포로 많은 기대를 받으며 프로에 입성했다. 실제로 2군에서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여주며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1군에 콜업되면 침묵하며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렇게 만년 유망주로만 남을 것 같았던 박병호는 2011시즌 넥센(현 키움)으로 이적하면서 선수 생활이 180도 바뀌게 된다. 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이적 첫해부터 타율 0.265 12홈런 OPS 0.892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박병호는 2012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매년 30홈런-5할대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KBO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거듭났다. 골든글러브는 무려 5번이나 수상했다. 부진했던 2020시즌에도 21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타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모든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에이징 커브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확고하다. 당분간은 계속해서 4번 타자로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일어서야 한다.

개인적인 동기도 충분하다.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팀에게도 박병호에게도 여러모로 부활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연 박병호는 기다림에 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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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gur145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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