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가 이번 유로 2020에서 F조(프랑스, 포르투갈, 독일, 헝가리)를 죽음의 조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 이탈리아, 스위스, 웨일스가 속한 A조는 다른 의미에서 죽음의 조다.

최근 부활에 성공한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가 액면가적인 전력에서 근소하게 앞서있다는 평가지만 세뇰 귀네슈 감독 부임 후 강팀으로 거듭난 '투르크 전사' 터키, 토너먼트 진출 단골손님 스위스, 유로 2016에서 4강에 오른 웨일스 또한 그리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섣불리 조별리그 통과와 탈락 팀을 예측하기 어려운 A조야말로 이번 유로 2020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터키 : 귀네슈 감독, 월드컵 이어 유로에서도 일 낼까 
 
귀네슈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터키를 3위로 이끌며, 터키 역사상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귀네슈 감독이 지휘봉을 놓은 이후 터키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유로에서의 성과도 미비하다. 2008년 대회에서는 파티흐 테림 감독 체제 아래 4강 에 오르며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는데, 2004년과 2012년에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으며, 유로 2016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유럽예선에서 탈락한 터키는 다시 귀네슈 감독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귀네슈 감독 체제 아래 터키는 더욱 단단한 팀으로 변모했다. 터프하고 에너지 넘치는 기동력과 강한 압박, 끈끈한 수비 조직력으로 무장한 투르크 전사들은 유로 2020 예선에서 프랑스에 1승 1무를 거두는 이변을 일으키며 본선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예선 10경기 동안 겨우 3실점만 내준 터키의 수비력은 가장 큰 경쟁력이자 무기다. 찰라르 쇠윈쥐, 오잔 카박, 메리흐 데미랄 등 재능 있는 센터백들을 대거 보유한 터키의 수비진 뎁스는 어느팀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공격력도 상당히 수준급이다. 일마즈는 30대 중반의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리그앙에서 소속팀 릴의 리그 우승을 이끌며 존재감을 뿜어냈다. 지난 3월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네덜란드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최근 절정의 골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2선에서는 유슈프 아즈즈, 젠기즈 윈테들, 하칸 찰하놀루 등 20대 초중반의 젊고 유능한 자원들이 즐비하다.    
 
이탈리아 : 월드컵 탈락 딛고 명예 회복 노린다
 
로베르토 만치니  이탈리아가 만치니 감독 선임 후 A매치 26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다.

이탈리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 이탈리아 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쳐

 
월드컵 4회 우승, 유로 1회 우승.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본선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참사를 맞았다. 1958 스웨덴 월드컵 이후 무려 60년 만에 유럽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변이 연출된 것이다.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벤투라 감독을 경질하고, 로베르토 만치니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만치니 감독의 선임은 신의 한 수였다. 부임 기간 동안 60여명의 선수들을 소집해 직접 눈으로 관찰했고, 매 경기 새로운 라인업과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며 경쟁 체제를 만들었다.

이탈리아는 유로 2020 예선에서 10전 전승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데 이어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는 보스니아, 네덜란드, 폴란드를 따돌리고, 4강에 올랐다. 무엇보다 패배 의식에서 벗어났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2018년 9월 포르투갈전 패배 이후 A매치 2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내달리고 있다.

이탈리아는 만치니 감독 체제 이후 총 31경기를 치르면서 75득점 14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2골 이상을 넣고, 평균 0.5실점이 채 되지 않는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인해 일관성 있는 수비 조직력을 꾸리기 어려운 여건에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더욱 놀랍다.
 
뿐만 아니라 조르지오 키엘리니, 레오나르도 보누치 등 30대 노장들과 페데리코 키에사, 나콜로 바렐라, 프란체스코 아체르비, 로렌초 펠레그리니, 스테파노 센시, 마누엘 로카텔리, 알레산드로 바스토니 등 젊은피들이 적절하게 신구조화를 이루면서 이탈리아는 한층 균형잡힌 팀으로 성장, 이번 유로 2020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웨일스 : 반가운 베일의 부활, 긱스 감독 부재 극복이 열쇠
 
웨일스는 지난 유로 2016에서 56년 만에 메이저대회에 진출, 4강 신화를 일궈내며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비록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연속성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유로 2020 예선을 통과하며, 2번 연속으로 유로 본선무대를 밟았다.
 
아무래도 지난 대회와 비교해 전력은 떨어진다는 평가지만 5년 전 4강 진출의 핵심이었던 가레스 베일, 애런 램지, 조 앨런 등이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데다 조 로든, 벤 데이비스, 네코 윌리암스와 같은 유망주들의 등장은 웨일스를 A조 최약체로 분류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잦은 부상으로 부진을 거듭한 베일이 올 시즌 토트넘에서 임대 생활을 거치며 두 자릿수 골을 기록, 부활의 조짐을 보여준 것이 고무적이다.  
 
웨일스의 불안 요소라면 감독 부재에 있다. 과거에 여자 문제로 골머리를 썩인 라이언 긱스 감독이 이번에는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기소돼 이번 유로 2020에서 감독직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됐다.

이에 로버트 페이지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나서는 리스크를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포트 베일, 노스햄턴 등 하부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게 전부인 페이지 감독대행이 유로 2020과 같은 메이저대회에서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스위스 : 샤키리 활약에 달린 유로 징크스 타파
 
스위스는 소리없이 강하다. 1994, 2006, 2014, 2018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를만큼 꾸준한 성적을 거두는 유럽의 몇 안 되는 팀이다.
 
월드컵에 비해 유로에서는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역대 조별리그 통과는 유로 2016이 유일하다. 16개국 체제로 치러진 유로 1996, 유로 2004, 유로 2008에서는 본선에 올랐지만 8강 토너먼트를 밟지 못했다. 지난 대회에서는 24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토너먼트 첫 단계인 16강에서 폴란드에 패한 바 있다.
 
스위스는 안정적인 수비력, 매끄러운 역습을 통해 결과를 만드는데 능하다. 2014년 여름 블라디미르 페트코비치 감독 부임 후 세 번의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유로 2016,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통과에 이어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는 벨기에를 5-2로 격파하며, 스위스를 4강에 올려놨다.
 
최근 스위스의 가장 큰 변화는 스리백 전환이다. 월드컵에서 주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지만 이후 3-4-1-2로 바꾼 뒤 팀을 좀 더 안정적으로 변모시켰다. 리카드로 로드리게스-마누엘 아칸지-니코 엘베디로 구성된 스리백과 얀 좀머가 지키는 골문은 어느 팀도 뚫기 쉽지 않다.
 
여기에 2선에서는 에이스 제르당 샤키리가 공격을 이끈다. 사실 스위스 성적은 샤키리의 활약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키리는 2018년 여름 리버풀 이적 후 잦은 부상과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며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유로 2020 예선에서도 부상으로 인해 출전 기록이 없는 샤키리는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애국자로 변신한다. 지난 3월 열린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불가리아전 2도움, 리투아니아전 1골로 스위스의 2연승을 견인했다.

브릴 엠볼로, 하리스 세페로비치 역시 최전방에서 좀더 파괴력 있는 골 결정력을 보여준다면 스위스는 16강 이상의 성적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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