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모범택시> 배우 이제훈 인터뷰 이미지

SBS 드라마 <모범택시> 배우 이제훈 인터뷰 이미지 ⓒ 피알제이

 
"'행동은 대나무처럼 하시더라도 마음은 풀처럼 다시 일어나세요'라는 왕민호(이유준 분) 수사관의 대사가 강렬하게 와닿았다. 올곧더라도 부러지지 말라는 그 얘기가 생각난다."
 
5월 29일 종영한 SBS 드라마 <모범택시>는 살인사건 피해자 유가족 김도기(이제훈 분)가 택시회사 무지개운수 대표 장성철(김의성 분)과 손잡고 피해자들을 대리해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사적 복수 서비스를 하는 이야기였다. 최고 시청률 1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묵직했다. 법은 멀고 권력은 가까운 상황에서, 일상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을 구제할 방법은 없을까. 범죄자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한다면, 그건 정의일까.

이제훈은 드라마에 나온 수많은 대사 중 포기하지 말고 "풀처럼 일어나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이는 드라마처럼 복수할 수는 없는 현실의 피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응원의 말이 아닐까. 그러면서도 그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단순히 드라마로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 볼 계기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오후 화상 인터뷰로 이제훈을 만났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 배우 이제훈 인터뷰 이미지

SBS 드라마 <모범택시> 배우 이제훈 인터뷰 이미지 ⓒ 피알제이

 
이제훈은 극 중에서 모범택시 기사가 되어 복수를 대신 해주는 김도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특전사 대위였던 김도기는 휴가를 나왔다가 살해된 어머니를 발견하고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게 된다. 무지개운수에 합류한 그는 잘 웃지도 않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은 채 오로지 복수에만 몰입한다.

이제훈은 "어머니를 안타깝게 여의고 그 트라우마를 안은 채 살아가는 인물이니까, 처절하고 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특히 무지개운수 사람들과 처음 만났을 때도 다가가기 쉽지 않은 사람처럼 시청자분들에게 비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모범택시>는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출신인 박준우 PD가 연출한 드라마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속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룬 조두순 성폭행 사건,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양진호 웹하드 카르텔 등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했다. 이제훈은 그렇기에 더욱 누구와 함께하는 작업인지가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이야기여서, 단순한 재미나 즐거움으로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가가 저한텐 중요했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모든 제작진들이 (이 이야기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진중했다. 우리가 보여주는 이야기가 가볍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다들 있었다. 사적 복수를 소재로 하는 측면은 자칫 자극적이고 도발적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다가가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했다. 박준우 감독님께서 잘 표현해주실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저는 배우로서 연기했다. 박준우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이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상상하기 어렵다."

또한 이번 드라마가 남달랐던 지점은 이제훈이 에피소드별로 새로운 '부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극 중에서 김도기는 작전을 실행할 때마다 직업도, 성격도 바꾸면서 통쾌한 복수를 만들어냈다. 이제훈은 "매번 김도기 캐릭터와 다른 부캐릭터들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이 혼동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면서도 "시청자분들이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다. 배우 이제훈으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측면에서도 좋았지만 후반부에 나온 다양한 캐릭터들을 더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부캐릭터'로는 보이스피싱 에피소드 속 조선족 캐릭터 왕따오지를 꼽았다.

"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시도했던 왕따오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새로운 캐릭터가 짧은 시간에 설득되는 게 쉽지 않은데, 앞선 에피소드들에서 부캐릭터가 설득을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강렬하고 도전적인 캐릭터였는데도 제가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시청자분들이 첫 회부터 김도기를 애정으로 봐주시고 좋아해주셔서가 아닐까 싶다. 왕따오지는 제게도 강렬했던 친구로 남을 것 같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 배우 이제훈 인터뷰 이미지

SBS 드라마 <모범택시> 배우 이제훈 인터뷰 이미지 ⓒ 피알제이

 
한편 <모범택시>는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만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사전 촬영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이나은이 하차했고, 방영 도중에는 작가가 교체되기도 했다. 또 이제훈은 액션 연기 대역 논란으로 구설에 올라야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제훈은 이에 대한 주연배우로서의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대본 11부에서 16부까지 이지현 작가님이 써주셨는데, 제가 11부를 받았을 때 작가님이 바뀌었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작진에서) 그런 정보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대본 첫 장에 연출, 극본 이름이 나오는데 제가 그걸 유심히 보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작가님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연기할 때 크게 다르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액션 대역 논란은) 저는 모든 걸 쏟아부어서 준비했고 무술감독님께서 배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량 만큼 (액션을) 디자인해주시기 때문에 현장에서 마음껏 플레이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혹여나 사고가 생길까봐 감독님의 염려가 크셨던 것 같다. 저도 (논란이 생겼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배우로선 작품에 더 집중해야겠다, 잘해야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제작진과 감독님이 굉장히 미안해하셨다. 제가 배우로서는 또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한다."


또한 드라마에서 김도기와 무지개운수 멤버들이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방식은 현실에선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훈 역시 촬영하면서 이 부분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극악무도한 나쁜놈들이 사회에서 활개치지 않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그들을 가뒀다. 회개나 반성까지도 생각을 하면서 사설 감옥에 가뒀는데, 이게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촬영하면서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 사적복수가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고 용인되어서도 안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이 열광하고 좋아해주셨다는 게 현실의 무기력함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걸 픽션으로 보여준 건 과감한 시도이자 도전이지 않았나. 그런 부분을 (시청자가) 잘 받아들여주시고 의도를 잘 읽어주셔서 배우로서도 감사하다."

이날 이제훈은 <모범택시>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시즌2를 향한 바람을 여러 번 드러냈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다"면서도 "배우들, 스태프들과도 시즌2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저는 몹시 기대하고 있다. 함께했던 제작진, 배우분들 다들 합류해주신다면, 그리고 시청자분들의 응원이 있다면 <모범택시> 두 번째 이야기를 써내려가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저는 앞으로도 (시즌2를) 기다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