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프로농구 에이컨리그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선수 대이동으로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지난달 31일로 마감한 데 이어 각 구단들이 연이어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다음 시즌을 대비한 새판짜기가 본격화됐다. 특히 리그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즉시전력감 선수들이 잇달아 새로운 유니폼을 입으며 주목받고 있다.

FA시장에서 최대어로 거론되었던 송교창과 라건아는 모두 원소속팀인 KCC에 잔류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 최초의 고졸 출신 MVP로 등극한 송교창은 KCC와 계약기간은 5년에 보수 총액은 7억 5천만원(연봉 5억2천5백만 원·인센티브 2억2천5백만 원)의 조건으로 사인했다. 당초 FA 역대 최고액을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 것에 비하면 못미치지만 그래도 올해 FA중에서는 단연 1위다.

올 시즌을 마치고 계약이 종료된 라건아는 특별귀화선수 규정에 따라 드래프트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오직 KCC만이 참가를 선언하면서 드래프트 없이 자동으로 계약이 성사됐다. 이로써 라건아는 2024년까지 KCC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다만 3년뒤에 만 35세가 되는 라건아가 그때도 특별귀화선수로 분류될 지 아니면 일반 국내 선수로 인정받게 될지는 KBL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라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올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CC는 라건아와 송교창의 원투펀치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한 데 이어, 김지후와 박지훈을 현대모비스로 보내고 국가대표 출신 슈터인 전준범을 영입하는 사인앤 트레이드를 성공시켰다. 노장 이정현을 지원할 수 있는 정상급 슈터까지 얻게 된 KCC는 다음 시즌에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올여름 가장 적극적으로 변화를 단행한 팀은 바로 지난 시즌 최하위팀 창원 LG였다. 2020-21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꼴찌 추락의 수모를 당했던 LG는 올여름 그야말로 팀을 갈아엎는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에 돌입했다.

그 시작은 이미 지난 시즌 후반기에 이루어진 이관희와 김시래의 트레이드였다. LG는 에이스이자 국가대표급 포인트가드인 김시래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이관희를 영입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이관희는 LG 유니폼을 입고 14경기에서 평균 34분 06초동안 17.7득점 6.2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눈부신 활약으로 조성원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올 여름 FA 자격을 얻은 LG와 4년 재계약에 합의, 다음 시즌 본격적으로 조성원표 공격농구 2기의 선봉에 서게 됐다.

후속 트레이드도 진행됐다. 지난 2월 이관희와 김시래의 트레이드 당시 시즌이 끝난뒤에 김준일과 김동량을 주고 받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준일은 득점력과 리바운드 능력이 우수한 장신 빅맨으로 지난 시즌 42경기에서 평균 9.3득점 4.1리바운드를 기록한 바 있다. 4개월전만 해도 김시래를 내주고 받은 대가치고는 조금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면, 조성원 농구와는 다소 맞지 않았던 김시래와 김동량을 보내고 이관희와 김준일이라는 국가대표 자원을 영입하면서 팀의 약점인 '공격력과 장신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트레이드 손익계산이 재평가받고 있다.

또한 화룡점정은 이재도의 영입이다. 지난 시즌 안양 KGC 인삼공사의 우승을 이끌며 주전가드로 활약했던 이재도는 화려한 드리블 돌파와 슈팅력은 물론 수비력까지 갖춘 공격형 가드다. 이재도는 올해 FA 시장에서 송교창-라건아와 함께 빅3이자, 가드 포지션에서는 최대어로 거론된 바 있다. LG는 이재도와 계약 기간 3년, 보수 총액 7억 원(연봉 4억 9천, 인센티브 2억1천)의 조건으로 영입했다.

여기에 LG는 서울 SK와도 트레이드를 단행하여 가드 이원대를 내주고 변기훈을 영입하면서 조성민이 은퇴한 슈터진을 보강했다. LG는 이재도-이관희-김준일-변기훈 등으로 국내 선수진이 지난 시즌에 비하여 완전히 물갈이 됐다. 조성원표 공격농구의 색채가 뚜렷해졌다는 점은 기대를 모으지만, 한편으로 이관희나 이재도 모두 이전까지 팀의 에이스 역할로 검증된 경험이 없다는 점과 이 두 선수에게만 샐러리캡이 절반이 넘는 13억을 투자했다는 점에서 '오버페이'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리그 MVP 출신 두경민과 국가대표 강상재의 이동도 눈에 띈다. 원주 DB와 인천 전자랜드는 지난달 28일 두경민과 강상재-박찬희를 맞바꾸는 1대 2 트레이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운영을 정리하는 전자랜드가 현재 인수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아직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인수구단이 확정되면 정상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두경민은 2017-18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 출신이고 7시즌 평균 12점 2.2리바운드 3.1어시스트를 기록한 정상급 공격형 가드다. 하지만 DB에서는 허웅과 역할이 겹쳤다. DB는 어차피 다음 시즌 나란히 FA로 풀리는 두 선수를 모두 잡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좀 더 젊은 허웅을 택한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 강상재를 영입하면서 기존의 김종규와 함께 국가대표 트윈타워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패스와 수비가 뛰어난 베테랑 포인트가인 박찬희는 은퇴한 김태술의 공백을 메우며 백업가드로서 경기운영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새 주인을 기다리는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에이스로 성장한 김낙현이 건재한 가운데 두경민까지 가세하며 리그 최정상급 백코트진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전자랜드는 4번 자리에 이대헌과 정효근이 있는 만큼 포지션 교통정리 차원에서 과감하게 강상재를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노장 선수들이 올해 FA시장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방했다는 것도 돋보인다. 한국나이로 41살인 베테랑 김동욱은 FA로서 친정팀 서울 삼성을 떠나 2년계약에 2억 3천만원의 조건으로 부산 KT에 새 둥지를 틀었다. 프로 데뷔 이후 고양 오리온에서만 활약했던 장신슈터 허일영도 36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팀을 떠나 허일영은 3년, 보수 총액 3억원의 조건으로 서울 SK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또한 지난 시즌 은퇴 기로에서 서울 SK에 입단하며 기사회생했던 양우섭은 계약 기간 2년에 계약 첫 해 보수 총액 7천만 원의 조건으로 계속해서 선수생활을 이어갈수 있게 됐다. 거액을 받는 슈퍼스타들에 비하면 소박해 보이지만 경쟁이 치열한 농구계에서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자신만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살아남은 베테랑들의 존재는 농구계에 귀감이 될만한 사례다.

고인 물은 지루하다. 보상규정을 완화한 FA제도의 변화 흐름, 각 구단들의 적극적인 리빌딩 의지가 맞물리며 올 여름 프로농구는 모처럼 어느 때보다 활발한 선수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물론, 팬들에게도 다음 시즌에 대한 화제성과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흥미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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