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한화는 KIA와의 경기를 앞두고 윤대경을 선발 투수로 기용했다. 데뷔 이후부터 줄곧 불펜 투수로만 활약했던 윤대경이 선발로 등판한다는 소식은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1군 무대에서는 선발 등판의 경험이 없었고, 개인 한 경기 최대 이닝도 2이닝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지난달 28일과 29일에 연속 등판한 뒤 이틀밖에 휴식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용에 대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윤대경은 3이닝 2피안타 2볼넷 2K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우려의 시선을 깨끗하게 씻어냈을 뿐더러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도 증명했다. 시작은 불안했다. 선두 타자 최원준에게 볼넷, 후속 타자 김태진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시작부터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내 집중력을 되찾아 범타와 두 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2회에도 1사 이후 안타와 볼넷으로 득점권의 위기에 처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아웃카운트를 올리며 실점을 면했다. 3회 들어서는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윤대경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던진 49개 공도 스트라이크 30개, 볼19개로 제구도 안정적이었고, 최고 143km의 직구를 뿌리기도 했다. 물론 선발 투수로서 긴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켜내며 팀의 연패 탈출에 큰 공헌을 했고,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깜짝 선발로 등판해 가능성을 증명한 윤대경

깜짝 선발로 등판해 가능성을 증명한 윤대경 ⓒ 한화 이글스

 
'깜짝 선발' 윤대경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한화 불펜의 한 축을 맡았던 윤대경은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팀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었다. 20경기(선발 등판 경기 제외)에 등판해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면서 팀의 뒷문을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 자주 등판해 많은 이닝(23이닝)을 소화하며 팬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필요할 때마다 등판해 팀의 믿을맨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이처럼 윤대경은 필승조로 확실한 활약을 하고 있었기에, 윤대경의 선발 등판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필승조를 오프너로 활용하는 것도 이례적이었고, 접전 상황을 고려해 아끼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선발 등판의 경험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한화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올 시즌 한화의 선발진은 굉장히 불안했다. 승운은 없지만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좌완 카펜터, 다승 1위를 달리며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김민우 외에 확실한 선발 투수가 없는 상황이다.
 
좋은 활약을 펼치던 킹험은 광배근 통증으로 지난달 21일 1군에서 말소된 후로 1군에서 볼 수 없었다. 또한 이승관, 배동현, 장시환 등 많은 투수들이 선발 투수로 기회를 받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불안한 상황만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한 한화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윤대경을 선발 투수로 기용했고, 그는 에이스 브룩스를 상대로 예상외의 호투를 펼치며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당당히 증명했다. 물론 3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하며 승리 투수의 요건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좋은 투구를 보여주며 선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한화에게 큰 힘이 됐다.
 
 윤대경은 한화 선발진에 힘이 될 수 있을까

윤대경은 한화 선발진에 힘이 될 수 있을까 ⓒ 한화 이글스

 
한화 선발진에 힘이 될까
 
동인천중-인천고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65번으로 삼성의 유니폼을 입게 된 윤대경은 투수가 아닌 내야수로 프로에 입성했다. 지금과는 다르게 내야수 윤대경은 크게 주목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때문에 프로에서도 투수 전향 제의를 받았고, 결국 2014시즌부터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투수로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1군 전지훈련에도 참가하는 등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1군 무대에서는 단 한 번의 기회도 받지 못하고 결국 2018시즌이 끝나고 방출됐다. 그럼에도 윤대경은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일본의 독립리그에 진출했다.
 
일본 독립리그 '베이스볼 챌린지' 리그의 니가타 알비렉스에 테스트를 받고 입단한 윤대경은 13경기에 등판해 14이닝 평균자책점 1.29 12K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한화에서 높게 평가했고, 2019년 7월 3일에 한화와 계약하며 못다 이룬 꿈을 다시 펼칠 기회를 받았다.
 
윤대경은 프로 무대를 기다렸다는 듯이 입단하자마자 팀의 필승조로 자리매김해 두각을 나타냈다. 2020시즌 55경기에 등판해 5승 7홀드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며 10위로 추락한 한화의 마운드에서 뒷문을 확실하게 단속했다. 구원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또한 2.19로 높은 축에 속했다. 방출과 일본 독립리그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한화를 대표하는 불펜 투수로 자리 잡은 순간이었다.

이러한 윤대경이 올 시즌에는 팀 사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선발 투수로 등판했지만, 예상외의 호투로 선발로서의 가능성도 뽐내고 있다. 윤대경이 한화 선발진에 큰 힘이 될 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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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gur145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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