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 [기자말]
 
<프리 크라임> 영화 포스터

▲ <프리 크라임> 영화 포스터 ⓒ (주)피터팬픽쳐스

 
누군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사전에 예측해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체포한다는 의미의 '프리 크라임(Pre-Crime)'은 필립 K. 딕이 1956년 발표한 단편 SF 소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비롯된 용어로 알려진다. 필립 K. 딕의 소설을 바탕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서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그리고 범인을 예측하여 체포하는 장면은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먼 미래의 일로만 느껴졌던 '프리 크라임'은 기술의 발전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인해 점차 현실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크라임>은 미국과 영국,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 크라임'의 현주소와 기술의 명암을 추적한다. 연출을 맡은 마티아스 레더, 모니카 힐셔 감독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찾아 경찰, 기자, 교수, 개발자, 인권변호사, 인권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프리 크라임'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그리고 '프리 크라임'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사연도 담았다.
 
<프리 크라임> 영화의 한 장면

▲ <프리 크라임> 영화의 한 장면 ⓒ (주)피터팬픽쳐스

 
소설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선 3명의 예지자가 범죄를 예언했다. 그러나 현실의 '프리 크라임'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수행으로 범죄를 예측한다. 미국의 시카고에서 2012년부터 도입된 'SSL 시스템'은 '전략적 대상 명단'을 활용한다. 폭력 사건에 연루된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분석해 집중적으로 관리할 대상의 우선순위를 알고리즘으로 도출해서 예방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카고 히트 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되어 경찰에 의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당한다.

영국의 켄트주에선 '프레드풀'이란 예측 치안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에서도 사용되는 프레드풀은 경찰의 보고서, 조서, 증언, 도시 곳곳에 설치된 CCTV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지역을 계산해 경찰의 순찰 전략을 짠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의 빅데이터 분석으로 범죄 발생을 예측해 구역별 범죄 위험도를 1~10등급으로 나눈 '프리 카스'을 도입해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프리 크라임은 치솟는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위한 예방책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시카고 히트 리스트'에 오른 로버트 맥다이엘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으나 현장에서 같이 붙잡힌 다른 용의자 때문에 알고리즘은 그를 잠재적으로 누군가에 총을 쏠 수 있는 요주의 인물로 낙인을 찍었다. 그는 알고리즘에 의해 희생되었지만, 경찰 등 누구도 그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시카고 히트 리스트'를 추출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는 베일에 싸여있다.
 
<프리 크라임> 영화의 한 장면

▲ <프리 크라임> 영화의 한 장면 ⓒ (주)피터팬픽쳐스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크라임>은 예측 치안 시스템의 문제점 세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알고리즘이 기능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사용되는가의 문제다. 현재 각국의 프리 크라임 시스템은 경찰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구축되었지만, 민간 기업이 축적한 내비게이션 정보, 신용카드 내역, 인터넷 검색 기록, 소셜 미디어 정보 등 막대한 데이터가 다양한 경로를 빌려 경찰에 제공, 판매되는 상황이다. 기업은 물론 정부의 데이터 공유와 활용에 대한 규범이 필요하다.

둘째, 알고리즘을 사용하더라도 경찰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제도가 작동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알고리즘을 포함한 데이터를 입력하는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오염된' 데이터로 인한 알고리즘의 '더러운' 예측을 막을 대비책도 요구된다. 프리 크라임을 이민자, 유색 인종, 사회적 소수자 등을 합법적으로 옥죄는 수단으로 오용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로 막아야 한다. 

셋째는 알고리즘이 경찰과 시민의 관계를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이본 호프슈테터 테라마크 테크놀로지 CEO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감시당하는 사회일까요?"라며 통제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다. 한 전문가는 "소프트웨어로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해 치안을 유지한다는 것은 특정한 내력의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지 단정 짓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무엇이 뒷받침되고 어떤 결정을 하는가에 따라서 사람을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프리 크라임> 영화의 한 장면

▲ <프리 크라임> 영화의 한 장면 ⓒ (주)피터팬픽쳐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마지막 장면을 보자. 프리 크라임은 존(톰 크루즈 분)이 아들을 살해한 범인을 죽일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존의 자유의지는 프리 크라임이 규정한 미래가 틀릴 수 있음을 입증한다. <프리 크라임>이 만난 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는 잠재적 범죄자 명단에 올랐지만, 자신의 의지로 운명을 바꿀 것임을 다짐한다.

"저는 다르다는 걸 증명해 보일 겁니다. 저들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었지만, 전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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