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5-4로 승리한 롯데 새 사령탑 래리 서튼 감독이 박수를 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5-4로 승리한 롯데 새 사령탑 래리 서튼 감독이 박수를 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초반 감독교체라는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추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는 45경기를 치른 5월 31일 현재 15승 1무 20패 승률 .341로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올시즌 3약으로 분류된 8위 KIA 타이거즈(19승 26패)와 3.5게임차, 9위 한화 이글스(18승 28패)와도 2게임차이다. 올시즌 프로야구가 1위 SSG 랜더스부터 7위 키움 히어로즈까지 불과 4게임 차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전력평준화 현상이 뚜렷한 것을 감안하면 벌써 1위와 11.5게임차까지 벌어진 롯데의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설상가상 롯데는 최근 7경기 연속 무승(1무 6패)의 부진에 빠져있다. 가장 최근 승리가 지난달 21일 두산전(9-1)이었고, 이후로는 벌써 열흘 넘게 승리가 없다. 29일 NC전(10-10)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게 패배를 면한 유일한 경기였다.

롯데는 지난달 11일 감독을 전격 교체하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롯데와 3년 계약으로 첫 사령탑 도전에 나섰던 허 감독은 결국 부임 2년차에 개막 30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에 경질돼 짐을 싸야했다. 허 감독은 2020시즌 7위에 그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올시즌도 경질 시점에 12승 18패(승률 .387)로 부진에 빠져있었다. 프런트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맞지 않은 팀 운영으로 불화설까지 불거졌고 팬들에게도 신뢰를 잃었던 상황이라 감독 교체의 명분은 충분했다.

롯데는 2군에 있던 래리 서튼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2007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에 이어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이었다. 서튼 감독은 이미 이전에도 롯데 사령탑 후보로 여러 차례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영광이 남긴 향수가 있는 데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시절부터 뛴 경험이 있는 서튼 감독이 한국야구와 롯데 구단 사정에 밝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서튼 감독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롯데는 별다른 반등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튼 감독 부임 후 롯데는 15경기에서 3승1무11패 승률은 .214에 그치며 성적이 허문회 시절보다 더 하락했다. 현재 페이스 대로라면 꼴찌를 기록했던 지난 2019시즌(48승 3무 93패, 승률 .340)과 비슷한 흐름이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롯데는 팀타율(.250)과 평균자책(4.83) 꼴찌, 최다실책(114개) 1위 등 주요 공수지표에서도 모두 리그 최하위권을 도맡고 있다. 서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난 이후만 살펴봐도 팀 타율 .249(8위), 평균자책은 5.99(10위)로 오히려 기록은 더 나빠졌다.

고질적인 뒷심 부족이 뼈아프다. 서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그나마 거둔 3승도 내용을 살펴보면 운이 따랐다. 투타가 조화를 이루며 깔끔한 승리를 거둔 경기는 21일 두산전 한 경기 정도였고 나머지 2경기는 아슬아슬한 1점차 승부였다. 13일 SSG전(5-4)은 상대의 불펜진 소모가 심했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간산히 막판 역전에 성공했고, 18일 한화전(4-3)은 정반대로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 위기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승리를 지켜냈다. 감독교체 이후 최근 15경기 중 롯데의 역전승은 단 한 번(5월 13일 SSG전)에 불과했다.

반면 서튼호가 리드를 잡고도 승리를 날린 경기는 벌써 5번이나 된다. 그중 4번은 역전패를 당했고 나머지 한 번이 바로 무승부를 기록했던 29일 NC전이었다. 롯데는 이날 5회까지 9-0으로 앞서다 야금야금 추격을 허용하더니 9회초에서 결국 9-10 역전을 허용했다. 9회 말 2사 후 가까스로 1점을 다시 만회하며 패전은 면했지만 롯데로서는 하마터면 대참사가 될 뻔했던 경기였다.

프로야구에서 보통 9점차 리드 정도면 승리를 보장하는 점수차로 여겨진다. 그런데 올해 롯데에선 9점차 리드를 못지킨 경기가 최근 한 달 사이에만 벌써 두 번이나 발생했다. 바로 5월 6일 사직 KIA전에서 역시나 9-0으로 앞서다가 9-9 동점까지 허용한 바 있다. 그나마 타선이 터져준 덕분에 경기는 결국 17-9로 이겼다. 9점차 리드를 날린 2번의 경기마저 모두 패배로 이어졌다면 롯데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팀의 부진 속에서도 연패를 감기에 비유하는 등 안이한 언행을 이어가던 허문회 감독은 구단과 팬들의 분노를 사며 그로부터 불과 닷새만에 경질당했다. 허문회 시절도 올시즌만 이미 역전패만 7번이나 당했을만큼 뒷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롯데의 허약한 뒷심은 타선과 선발도 문제지만, 시즌 개막 전 구상했던 필승조가 붕괴된 것이 가장 결정타다. 마무리 김원중이 올해 18경기에서 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으로 부진하고 최준용-구승민 등도 부상에 허덕이면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튼 감독이 전임 허문회 감독과 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장기적인 리빌딩과 팀쇄신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다. 허문회 감독이 베테랑과 주전 위주의 경기운영을 고수했다면, 서튼 감독은 정반대로 유망주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엔트리 변동의 폭이 커졌다. 이는 구단이 감독교체를 단행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리빌딩도 어느날 갑자기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감독교체 이후 무려 22명의 선수가 등록됐고 이번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는 선수는 9명이나 됐지만 경기흐름에 큰 변화를 줄 만한 히든카드는 보이지 않는다. 서튼 감독이 1군 사령탑에 취임하기 전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롯데 2군은 퓨처스리그에서도 이미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중이다.

이대호를 비롯해 전준우-민병헌-정훈-손아섭 등 롯데의 주전급 선수들은 대부분 30대를 훌쩍 넘긴 선수들이 다수다. 이들 중 대부분이 고액연봉자이지만 올시즌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하락세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이들을 위협할 만한 경쟁자도 보이지 않는다. 선수 구성상으로는 당장의 성과를 추구해야할 팀인데, 정작 흐름은 점점 리빌딩이 필요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롯데로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롯데는 1992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무려 28년간 다시 정상에 오르지 못하며 KBO리그 최장기간 무관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10년간으로 범위를 좁혀도 롯데보다 성적이 나쁜 팀은 암흑기를 보냈던 한화와 10구단 kt 뿐이다. 롯데보다 훨씬 늦게 프로야구 무대에 뛰어든 낙동강 라이벌 NC는 지난해 통합우승까지 차지했고, kt도 이제 어느덧 가을야구를 진출을 놓고 경쟁하는 팀으로 올라섰다. 한화도 지난해 최악의 시련을 딛고 올시즌에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유망주들의 성장으로 조금씩 팀 재건의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보통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롯데는 강산이 최소한 세 번은 변할 정도의 세월을 겪고도 여전히 혼돈의 미로 속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우승만의 문제는 아니다. 롯데가 이런 야구를 추구한다는 뚜렷한 '색깔'도, 팬들을 감동시킬 '스토리'도 만들지 못하고 그렇게 또 시간은 속절없이 안타깝게 흘러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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