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K리그를 대표하던 명가 FC서울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서울은 지난 3월 수원과 시즌 첫 슈퍼매치(2-1) 이후로 무려 두달동안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서울은 리그 2위였지만 최근 9경기에서 3무6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어느덧 11위(4승 3무 8패 승점 15점)까지 추락했다. 이제 최하위 광주(승점14)와는 승점이 불과 1점차다.

심지어 서울은 지난 29일 19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는 졸전 끝에 0-3으로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한때 '슈퍼매치'로 불리우며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이라던 수식어가 부끄러울 만큼 일방적인 승부는 양팀의 격차가 벌어진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금 당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서울은 올 시즌을 포함 최근 4시즌간 3번이나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2018시즌에는 11위로 강등권까지 떨어지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위기 끝에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2019시즌에는 3위로 잠시 반등했으나 2020시즌에는 다시 9위에 그치며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성적부진과 맞물려 연이은 감독 교체와 이적 논란 등 사건사고, 구단 운영의 난맥상까지 더해지며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한 2016년 이후로는 최근 4년간 무관에 그치며 더 이상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K리그1에서만 6번이나 정상에 올랐고,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북의 대항마로 꼽히며 꾸준히 리그 패권을 두고 경쟁하던 시절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서울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한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12월 박진섭 감독을 구단의 제 13대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새 출발을 선언했다. 박 감독은 현역 시절 리그 정상급 측면수비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도자로서도 광주FC의 K리그2 우승과 1부승격, K리그1 파이널A 진출 등의 성과를 올리며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성남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국가대표 나상호와 포항에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 팔로세비치를 데려오며 공격진을 보강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복귀했던 유럽파 출신 기성용을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하며 리더십에도 변화를 줬다. 서울이 시즌 초반 잠시나마 상위권에 오를수 있었던 데는 미드필더임에도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던 기성용의 활약이 컸다.

하지만 서울의 상승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불안요소로 지적된 얇은 선수층과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금세 서울의 발목을 잡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서울의 가장 큰 고민은 해결사 부재다. 서울은 15라운드까지 15골에 그치며 성남(15경기 14골)-강원(18경기 15골)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극심한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이적생 팔로세비치와 나상호는 좋은 공격 자원이지만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이미 몇 년전부터 전임 감독들도 구단에 공격수 영입을 우선순위로 요청했지만 서울은 데얀(홍콩 킷치)이 떠난 이후 몇 년간 믿음직한 외국인 스트라이커를 단 한 번도 구하지 못했다.

국내 공격수들의 활약도 처참하다. 2선 자원에 가까운 나상호가 4골, 팔로세비치가 3골을 넣으며 분전했으나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줘야 할 박주영과 조영욱은 개막 3개월이 넘도록 나란히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지난 수원전에서 원톱으로 나선 박주영은 2014 브라질월드컵의 데자뷔가 떠오를만큼 슈팅 하나도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공격자원이 없는 서울은 실점 이후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벤치에서 공격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못하는 촌극을 반복중이다. 박주영과 조영욱이 지난 몇 년간 많은 기회에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애초에 공격진 보강에 소홀했던 서울 구단의 판단이 지나치게 안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기 내외적인 악재도 겹치고 있다. 주장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기성용은 올 시즌 개막부터 학폭 의혹-땅투기 논란 등 잇단 사건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렀다. 시즌 초반에는 그래도 경기장안에서 만큼은 뛰어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엔 부상까지 당하며 주춤했다. 또 다른 베테랑 고요한은 복귀전이었던 울산전에서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전치 4개월 진단을 받고 또다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야심차게 등장한 박진섭 감독은 서울 부임 첫해만에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의 리더십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이 지난 몇 년간 팀의 노쇠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은 지난 4년간 황선홍-최용수 전 감독이나 대행 체제까지 포함하면 많은 유명 지도자들이 거쳐갔음에도 하나같이 성과가 없었다. 이것은 단지 감독의 능력 탓만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감독이 영입되면 그 감독이 원하는 방향성에 따라 팀의 선수구성이나 경기스타일도 함께 달라지기 마련이다. 또한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를 연고로 하는 대도시구단 답게 K리그에서는 '빅클럽'으로 분류되는 만큼 선수영입에 있어서도 다른 구단보다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현재의 서울은 투자-비전-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한마디로 어정쩡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황선홍-최용수 감독은 물론이고 박진섭 감독 역시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 광주 시절까지만 해도 활동량과 멀티포지션 소화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중심으로 유연한 전술을 선보였던 박진섭 감독이지만 노장 의존도가 높은 현재 서울의 선수구성과는 상극에 가깝다.

서울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여름이적시장에서 최전방 공격수와 중앙수비수 영입이 시급해 보인다. 만일 이번에도 확실한 전력보강에 실패한다면 강등권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진섭 감독은 과연 황보관이나 황선홍-최용수 감독 같은 전임자들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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