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앞에 앉아 콘텐츠를 소비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손 안의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즐기는 시대가 됐다. 비교적 젊은층들 사이에서 시작돼 이제는 거의 모든 연령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단지 TV에서 휴대폰으로 기기만 바뀐 게 아니라 콘텐츠의 속성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모바일 콘텐츠는 TV방송에 비해 더 짧고 자유롭고 개성 강하다. 또한 통통 튀는 젊은 감각을 보이며 유쾌한 B급 감성을 내뿜는다. 

모바일 혹은 웹 콘텐츠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웹예능, 그 중에서도 토크쇼 형식의 웹예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많은 사랑을 받는 토크쇼 형식의 웹예능 <문명특급>과 <제시의 쇼터뷰>를 살펴보자. 과거와 달라진 토크쇼의 윤곽이 보일 것이다.
 
<문명특급> 재재의 놀라운 끼와 해박한 지식 
 
 <문명특급>

<문명특급> ⓒ 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웹예능 <문명특급>은 구독자 134만 명을 거느린 인기 유튜브 채널로, 어느새 A급 아이돌과 배우들이 앞 다퉈 찾는 곳이 됐다. 넓게 보면 SBS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데, SBS <스브스뉴스>에서 시작했으나 지난 2019년 7월 독립 채널 <문명특급>이 따로 만들어졌다. 지난 181화 샤이니 편의 조회 수는 무려 349만회를 기록했으니, 파급력이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 못지않다.
 
연반인(연예인+일반인)이란 수식어를 내세운 재재(이은재)의 '신문물 전파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이 눈에 띄는 <문명특급>은 희한하고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게스트가 출연해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혹은 인터뷰 형식을 취하는데, 몸을 쓰는 어떤 예능보다 더 소란스럽고 재기발랄하다. 게스트는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한다. 이게 다 진행자인 재재 때문이다. 

재재는 연반인이라지만 연예인보다 더한 끼를 갖고 있는 듯하다. 재재의 발랄하고 위트 넘치는 진행에 게스트들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박장대소 하느라 정신없다. 재재의 활약을 보면, 현재 웹예능에서의 토크쇼와 과거 방송의 토크쇼는 하늘과 땅 차이구나 싶어지는데, 그도 그럴 것이 방송 토크쇼의 MC는 차분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유명 연예인이 대다수였다면, 재재는 유명 연예인이 아닐뿐더러 전혀 차분하지가 않다.
 
 <문명특급>

<문명특급> ⓒ 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문명특급>

<문명특급> ⓒ 문명특급 유튜브 캡처


"재재 저 화려한 옷이 왜 이렇게 찰떡이냐고. 재재가 센터에 앉고, 게스트가 사이드에 앉는 것도 진짜 너무 웃겨. 내가 이래서 문명특급을 사랑함."

한 누리꾼의 이런 댓글처럼, 그러고 보니 정말 재재가 센터에 앉아 토크를 진행한다. 언뜻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재재의 유머 점유율(?)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로 게스트보다 재재가 더 탁월한 예능감으로 더 큰 활약을 펼치는데, 게스트를 돋보이는 데 중점을 뒀던 과거 토크쇼 MC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컴눈명(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은 특히 사랑 받는 <문명특급>의 코너인데 아이돌 팀들이 출연해 한바탕 신나게 놀면서 매력을 발산하고 또한 자신들의 지난 커리어를 되짚어보는 꽤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든다. 재재는 출연하는 아이돌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특히 아이돌과 그들의 노래에 대한 사전조사를 매우 촘촘하게 함으로써 게스트를 감동시키는가 하면, 가요와 영화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식견도 높다. 재재는 진행뿐 아니라 이 채널의 편집과 기획을 맡은 제작진이기도 하다.

"샤이니도 샤이니인데 재재 진짜 대박인 게 '루시퍼' 콘서트버전 가사까지 다 준비해 와서 불러주니까 민호가 흥분해서 TMI까지 다 풀어주네. 진짜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준비하니까 팬들도 '내 가수', '내 배우'가 문특 나온다고 하면 좋아하나보다."

이런 댓글을 보면 <문명특급>이 단지 웃기고 재미있어서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단순 정의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제시의 쇼터뷰>, 제시의 솔직함이 최대무기
 
 모비딕 채널 <제시의 쇼터뷰>

모비딕 채널 <제시의 쇼터뷰> ⓒ 모비딕 채널 캡처


86.9만 명의 구독자수를 보유한 모비딕 채널 중 유독 눈에 띄는 건 <제시의 쇼터뷰>다. '거침없는 제시의 기상천외한 솔직 담백 인터뷰'라는 소개 글이 이 프로그램을 더없이 잘 설명해준다. 정말이지 제시가 '다 하는' 토크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침없고, 기상천외하고, 솔직하고, 담백한 제시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이 채널의 성격이 된다.

샤이니의 민호가 출연한 지난 38화의 조회 수는 무려 430만 회를 기록했고, 영화 <도굴> 홍보 차 배우 이제훈과 조우진이 출연한 지난 23화는 208만 회의 조회 수를 달성했다. 이제훈-조우진 편을 보면 두 게스트는 제시의 진행 스타일에 연신 놀라며 "이렇게 해서도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구나", "질문이 정말 참신하다", "이렇게 재밌는데 이게 편집이 가능하냐" 등의 말을 뱉었다. 평소 차분한 성격의 배우들도 이 인터뷰쇼에 출연하면 다들 '하이 텐션'이 된다. 
   
"찐으로 터진 조우진. 찐으로 터진 이제훈."

이런 네티즌 댓글이 눈에 띌 정도로, 출연하는 게스트들이 '찐'으로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역시 <문명특급>에서 재재가 그랬듯, 제시라는 진행자 한 명의 끼와 개성에 기댄 것이다. 게스트가 주인공이어서 그들을 받쳐주는 보조 역할을 하는 MC의 시대는 재재와 제시를 시작으로 하여 옛말이 돼버린 듯하다. 제시의 털털하고 내숭 없는 성격 그 자체가 MC로서의 제1의 역량이 된 셈이다.

<문명특급>과 <제시의 쇼터뷰>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자유분방한 형태의 웹예능이라는 점에서 출발해, 진행자의 매력이 '다 하는' MC 중심의 콘텐츠라는 점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모비딕 채널 <제시의 쇼터뷰>

모비딕 채널 <제시의 쇼터뷰> ⓒ 모비딕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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