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의 공식 기자회견 거부 논란을 보도하는 BBC 갈무리.

여자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의 공식 기자회견 거부 논란을 보도하는 BBC 갈무리. ⓒ BBC

 
세계적인 여자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일본)가 선수의 공식 의무인 기자회견을 거부했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2위 오사카는 현지시각으로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메이저 테니스대회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세계랭킹 63위 패트리샤 마리아 티그(루마니아)를 세트스코어 2-0으로 제압했다.

오사카는 경기가 끝나고 곧바로 열린 코트 인터뷰에서 "승리해서 기쁘다"라며 "클레이코트에 적응하고 있으며,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나아지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나 앞서 예고한 대로 경기 후 별도의 장소에서 열리는 공식 기자회견에는 불참했다. 오카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디어와 만나는 것은 선수의 정신 건강(mental health)에 좋지 못하다"라며 "대회 기간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패한 뒤 기자회견, 넘어진 사람 발로 차는 것"

그는 "기자회견을 하면 과거에 여러 차례 답했던 질문을 또 받고, 나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도 받게 된다"라며 "나는 그런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경기에 패한 뒤 인터뷰하는 것은 넘어진 사람을 발로 차는 것 같다"라며 "다만 특정 대회나 특정 기자가 싫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며, 기자회견을 거부할 권리를 대회 측이 검토해주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길 때마다 징계를 받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프랑스오픈도 1만5000달러(약 160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오사카는 "내가 낼 벌금이 정신 건강을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되길 바란다"라며 이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지난 2018년 9월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하며 일본 국적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테니스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를 시작으로 통산 4차례나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스포츠의 일부" vs "원하는 대로 해라"

선수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기자회견이 때로는 불쾌할 수 있고, 경기에 패하면 더욱 그렇다"라며 "하지만 이것도 스포츠의 일부이고,선수가 해야 할 의무"라고 주장했다.

라파엘 나달(스페인)도 "만약 미디어가 대회 소식이나 경기 결과를 보도해주지 않는다면 선수들의 인기나 업적도 없을 것"이라며 "오사카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미디어도 스포츠를 구성하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때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는 "오사카는 자신의 인생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라며 두둔했다.

테니스계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날 프랑스오픈을 비롯해 호주오픈, 윔블던, US오픈 등 세계 4대 메이저대회 주최 측은 공동 성명을 내고 "오사카가 공식 기자회견을 계속 거부하면 더 강력한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강력한 대응에는 더 많은 벌금은 물론이고 향후 메이저대회 출전 금지도 포함될 것"이라며 퇴출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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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나오미 프랑스오픈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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