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 [기자말]
<무사: 400 vs 1> 영화 포스터

▲ <무사: 400 vs 1> 영화 포스터 ⓒ (주)콘텐트마인

 
오시오카 가문은 유명한 검호 미야모토 무사시(사카구치 타쿠 분)와 대결에서 당주인 세이주로와 그의 동생 덴시히로를 잃는다. 남은 후계자를 지키기 위해 요시오카 가문의 원로들은 가문 소속의 무사 100명과 용병 무사 300명을 더한 총 400명의 무사들을 매복시킨다. 호위 무사들이 한눈을 판 사이에 미야모토 무사시가 후계자를 죽이자 400명의 무사들이 그를 쫓기 시작한다.

최근 액션 영화는 배우들의 역량보단 카메라, 편집, CG 등 기술적인 면에 의존하는 편이다. 이런 '가짜' 액션에 반대하는 영화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론 '진짜' 액션을 강조한 <레이드> 시리즈, <존 윅>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이런 작품들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이 바로 '원테이크'다. 캐릭터의 움직임과 주변 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 속임수를 사용하기 힘들다.

<무사: 400 vs 1>은 '논스톱, 노컷, 원테이크'를 표방한 사무라이 액션 영화다. 러닝타임 91분 가운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장면을 제외한 77분 분량을 한 덩어리로 찍는 불가능한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40분 분량의 원테이크 좀비물을 보여주었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7)를 빌려 표현한다면 <무사: 400 vs 1>은 액션 장르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인 셈이다.
 
<무사: 400 vs 1> 영화의 한 장면

▲ <무사: 400 vs 1> 영화의 한 장면 ⓒ (주)콘텐트마인

 
<무사: 400 vs 1>은 전설적 검호 미야모토 무사시와 요시오카 가문의 결투란 역사적 사실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전개 자체는 허구의 창작물이다. 프롤로그 장면은 대화, 편집 등 전통적인 극영화 형식에 충실하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어린 후계자를 죽인 후 요시오카 가문의 무사들의 둘러싸여 "시작할까"란 대사를 뱉은 다음부터 영화는 원테이크 형식에 접어든다.

처음엔 <버드맨>(2015), <1917>(2020) 등 원테이크를 강조한 영화들이 실제론 교묘한 이어붙이기를 했던 것처럼 <무사: 400 vs 1>도 트릭이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77분 동안 액션 장면을 찍는다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사: 400 vs 1>는 러닝타임 96분 전체를 원테이크로 찍은 <러시안 방주>(2002), 영화 속 40분 분량의 좀비 영화를 원테이크로 만든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와 마찬가지로 진짜로 77분을 중단 없이 달린다. 그리고 588명(영화 속에선 400명이라 해놓고 총인원이 588명인 이유는 뭘까?)과 싸운다.

<무사: 400 vs 1>의 원테이크 액션은 미학과 완성도를 떠나 도전의 결기로 가득하다. 숲, 집, 길 등 공간을 이동하고 지형과 건축물을 활용하여 액션을 펼친다. 핸드헬드 형식을 취한 카메라는 때론 인물에 가까이 다가갈 때도 있고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미야모토 무사시가 계속 싸우진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스포츠 경기의 휴식 시간이나 비디오 게임의 세이브 포인트처럼 종종 물을 마시고 간단한 음식도 먹는다. 검을 바꾸는 장면도 았고 숨어있는 아이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무사: 400 vs 1> 영화의 한 장면

▲ <무사: 400 vs 1> 영화의 한 장면 ⓒ (주)콘텐트마인

 
<리:본>(2016)으로 친숙한 배우 사카구치 타쿠는 <무사 : 400 vs 1> 원테이크 액션 장면을 찍으면서 손가락 1개, 갈비뼈 1개, 치아 4개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아무리 사전에 합을 맞췄다고 해도 77분 전체가 딱딱 들어맞는 건 무리다. 긴 시간 촬영이 이어지며 사카구치 타쿠의 체력이 저하된 탓도 있을 것이다. 중반 이후엔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큰 사고가 안 난 게 다행일 정도다.

7년 후를 다룬 8분가량 에필로그 장면은 요즘 유행하는 편집, 촬영을 활용하여 과장된 움직임과 속도의 사무라이 결투를 보여준다. 마치 느리고 단조로운 액션을 지루해하는 관객들을 향한 "이런 액션을 원했냐?"란 반문처럼 느껴진다.

<무사: 400 vs 1>는 단점도 뚜렷하다. 칼로 싸우는 사무라이 결투임에도 불구하고 저예산 영화라 신체를 자르는 연출 자체를 하지 못 한다. 피가 분출하는 경우도 드물다. 액션의 안무도 단순하기 짝이 없다. 실제 수백 명을 동원할 수 없어 한정된 배우를 재활용하는 통에 몇 분 전 죽은 인물이 다시 나오기도 한다. 거대 예산을 투입한 < 1917 >과 같은 완성도를 기대해선 안 된다.
 
<무사: 400 vs 1> 영화의 한 장면

▲ <무사: 400 vs 1> 영화의 한 장면 ⓒ (주)콘텐트마인

 
<무사: 400 vs 1>은 천신만고 끝에 나온 영화다. 처음엔 소노 시온 감독의 영화로 기획되었다가 엎어졌던 프로젝트다. 그런데 영화에 들어갈 예정이던 10분 분량의 원테이크 액션 장면을 준비하던 배우 사카구치 타쿠가 이걸 살려 더욱 긴 원테이크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시모무라 유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8개월 훈련을 거쳐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이게 2011년경의 일이다. 

하지만, 사카구치 타쿠가 2013년 배우 은퇴를 하는 바람에 77분 액션 시퀀스 촬영분만 남긴 채 영화는 미완성 상태로 남았다. 이후 그가 배우 복귀를 하고 2018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모아 에필로그 장면, 후반 작업 등을 진행한 결과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

<무사: 400 vs 1>은 호불호가 확연히 구분될 작품이다. 원테이크 액션을 사실적 체험으로 받아들인다면 흥분감을 감추기 어렵다. 반면에 비디오 게임에 불과하다 느낄 사람은 피로감을 호소할 것이다. 전통적인 서사란 게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액션 장인이 혼신을 기울여 만든 결과물이며 존중 받아 마땅한 영화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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