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2020-21시즌이 막을 내리면서 빅리그에서 활약 중이던 한국인 유럽파들에게도 다시 선택의 시간이 돌아왔다. 올여름에는 계약만료가 다가오고 있거나 환경의 변화가 절실한 선수들이 유독 많다. '한국축구의 간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하여 이강인(발렌시아), 황의조(보르도), 이재성(홀슈타인)에게 쏟아지는 해외 구단들의 관심도 뜨겁다.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인 유럽파들의 대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유럽무대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은 역시 손흥민과 황의조-이재성의 '92년생 동갑내기 라인'이었다. 이들은 모두 30대에 접어들며 커리어의 정점을 바라보고 있는 시기인만큼 이번의 진로 결정이 사실상 축구인생 후반기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만 37경기 1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득점과 도움 모두 4위에 올랐다. 2016-2017시즌 본인의 최다골이었던 14골을 훌쩍 넘어섰고 차범근 감독이 85-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세웠던 한국인 유럽파 한시즌 리그 최다골과 타이기록을 이뤘다. 컵대회를 모두 합치면 22골 17도움으로 총 공격포인트가 무려 39개였고, 지난해에 이어 EPL에서 2시즌 연속 10-10(득점-도움)을 작성하며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다만 올해도 팀이 무관에 그치며 다음 시즌 최상위 유럽클럽대항전 진출권(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조차 놓친 것은 옥의 티였다.

황의조는 유럽 진출 두 번째 시즌 만에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측면에서 뛰던 지난 시즌과 달리 주포지션인 최전방으로 위치를 옮기면서 팀 내 최다인 12골(3골)을 뽑아내며 박주영(FC서울)이 2010-11시즌 AS모나코에서 작성한 한국인 리그앙 단일 시즌 최다골과 동률을 이뤘다.

이재성(홀슈타인킬)은 분데스리가 2부에서 5골 4도움을 뽑아냈다. 독일축구협회(DFB)포칼컵과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합치면 총 8골 7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재성의 소속팀 킬은 지난 30일 열린 분데스리가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쾰른에 1-5로 대패하며 1·2차전 합계 2-5로 1부 리그 승격에 실패했다.

황의조와 이재성은 올 여름 이적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재성은 승강플레이오프를 끝으로 킬과의 3년 계약이 끝나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K리그1 전북 현대에서 활약했던 2018년 킬에 입단하여 유럽무대 경력을 시작한 이재성은 비록 2부지만 104경기 출전 23골 25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유럽무대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데다 자유계약으로 이적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벌써 독일과 잉글랜드의 여러 빅리그팀들이 이재성의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의조는 보르도와 아직 계약기간(2023년 6월)이 남아있지만 현지에서는 이적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르도는 시즌 중후반 강등 위기에 놓이기도 했고 모기업인 미국 투자회사 킹스트리트가 재정적 이유로 구단 운영을 포기하며 현재 구단을 인수할 새로운 소유주를 찾아야 하는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황의조를 비롯해 몇몇 팀 내 핵심 선수들이 적절한 제안만 받으면 언제든 이적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축구팬들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손흥민의 거취는 아직 유동적이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3년 6월까지 계약되어 있다. 애초 지난해 겨울부터 토트넘과 재계약 협상을 추진해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구단 재정 악화로 계약이 미뤄졌다. 더구나 토트넘이 이번 시즌 또다시 빅4 진입에 실패하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출전권 획득마저 무산되면서 다음 시즌 재정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이 현재 공개적으로 구단에 이적을 요청한 가운데 케인이 떠난다면 손흥민 등 주요 선수들의 잔류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손흥민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손흥민은 현재 축구인생의 최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만으로도 사실상 토트넘의 '살아있는 레전드'로서의 위상은 확정적이다. 하지만 프로 데뷔 이후 아직까지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손흥민으로서는 다시 리빌딩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토트넘과 앞으로도 미래를 기약해도 될지 불안하다. 손흥민의 나이를 감안할 때 이번이 축구인생에서 대형계약과 우승권 팀으로 이적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이 이적을 선택한다면 유럽 5대 빅리그에서 우승권에 근접한 빅클럽이 기준이 될 것이다. 그동안 손흥민과 이적설이 거론된 빅클럽은 독일 바이에른 뮌헨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정도다. 하지만 소문으로만 그쳤을뿐 구체적인 이적 가능성으로 진전되지는 않았다. 그동안 신중한 행보를 보였던 손흥민의 성향상 케인 등 핵심 동료들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이적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않다.

토트넘에 잔류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영국 '풋볼런던'은 지난 30일 토트넘 구단이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단기 자금난을 해소할 2억5000만 파운드의 새로운 영입 자금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토트넘에게눈 손흥민 등 팀내 핵심 선수들의 재계약은 물론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력보강을 위한 투자를 위하여 유용할수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한편으로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이적을 요구하고 있지만 다니엘 레비 회장이 강경하게 이적불가를 외치며 헐값으로는 보내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손흥민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의 차기 감독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토트넘은 시즌 후반 주제 무리뉴 감독(AS로마)을 경질하고 라이언 메이슨 감독대행체제로 잔여시즌을 소화했다. 현재 손흥민의 은사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파리 생제르맹 감독의 토트넘 '깜짝 유턴설'을 비롯하여, 올 시즌 인터밀란을 세리에A 정상으로 이끌었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토트넘의 차기 감독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증된 능력을 갖춘 명장이 부임하게 된다면 케인처럼 팀을 떠나고 싶은 핵심선수들의 마음을 돌리는데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손흥민이 과연 커리어의 절정기를 좌우하게 될 변곡점에서 토트넘 잔류와 새로운 도전 중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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