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편집자말]
<UFO 스케치> 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studio8


미확인(Unidentified) 비행(Flying) 물체(Object)의 줄임말인 UFO는 식별 가능 비행 물체(Identifide Flying Object)의 반대말이다. 쉽게 풀이하면 날아다니는 '무엇'이나 아직 전문가의 눈이나 전파 탐지 등으로 정체가 식별되지 않은 것들을 통틀어 지칭하는 용어다. 그러나 일상에서 UFO는 외계인이 탄 비행물체라는 뜻으로 흔히 쓰인다.

우석대학교 전기전자학과 재직 중인 맹성렬 교수는 자타공인 국내의 대표적인 UFO 연구자다. 1985년 서울대 물리학과 학생 시절에 한국UFO연구협회에 가입해 과학자로서 UFO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가 과학자의 시각으로 UFO 현상을 해석한 책 < UFO 신드롬 >(1995년 발간)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는 "UFO가 있다고 믿으세요?"란 질문에 단호히 "확실히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러나 말하는 게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라 토로한다.

"주변에서 저를 소개해 줄 때 'UFO 전문가다' 그렇게 소개하잖아요. 그게 썩 좋지 않다. '저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조금 있다."
 
<UFO 스케치>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studio8

 
< UFO 스케치 >는 맹성렬 교수가 UFO를 목격했다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찍은 UFO 사진과 영상을 검증하고, 다른 UFO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연출을 맡은 김진욱 감독은 극영화 연출을 위해 UFO 이야기가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하다가 맹성렬 교수와 만남을 계기로 '다른 세계에서 온 낯선 것들을 만났다고 이야기하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의 기록'인 다큐멘터리 영화 < UFO 스케치 >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한다.

"현실에서 UFO를 연구하는 분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과학과 판타지의 세계를 오가는 맹성렬 교수의 호방한 에너지를 담아내고 싶어졌다. 그 방법은 그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였다."

UFO를 소재로 삼은 방송 다큐멘터리는 흔히 음모론을 중심으로 한 흥미에 우선하거나 UFO 목격자나 연구자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식의 선정성을 보여주곤 했다. 아니면 UFO가 실재하는가에 대한 과학적 검증에 치우쳤다. 이와 달리 < UFO 스케치 >는 편견을 배제하고 어떤 계기로 인해 UFO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과 맹성렬 교수의 만남과 대화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맹성렬 교수는 UFO를 목격했거나 접촉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UFO를 연구하는 학자들, UFO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 각자에겐 사진, 영상 같은 기록이나 또는 마음속에 각자가 남긴 'UFO 스케치'가 존재한다. 맹성렬 교수는 이들의 UFO 스케치를 사려 깊게 보고 들은 후 자신의 견해를 들려주며 과학적 타당성을 함께 검토한다. 그는 왜 일생을 바쳐 UFO 문제에 파고드는 걸까?

"UFO 문제를 잘 접근하면 학문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인류의 살아가는 것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 종교, 철학, 그런 (것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게 UFO 문제다."
 
<UFO 스케치>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studio8

 
< UFO 스케치 >에서 맹성렬 교수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두 사람은 유독 눈길을 모은다. 한 명은 19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UFO 사진을 찍어 주류 언론에 대서특필했던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다. 그가 1995년 가평에서 우연히 촬영한 UFO 사진은 조작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며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사진은 전문 사진 촬영 기사가 찍었고 셔터 속도, 조리개 값 등 촬영 정보가 고스란히 남아 UFO의 거리와 속도 분석이 가능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로 꼽힌다. 맹성렬 교수는 김선규 기자와 만나 촬영 당시의 상황을 차분히 돌아본다.

다른 한 명은 지영해 옥스포드 대학 동양학과 교수다. 맹성렬 교수와 지영해 교수가 대담을 나누는 장면은 < UFO 스케치 >의 백미다. UFO 문제에 대해 맹성렬 교수가 외계의 존재에 대해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는데 반해 지영해 교수는 수많은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경험한 것에 공통점이 너무 많다며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이란 주장을 펼친다.

"예를 들어 바닷속 물고기한테 '너희들이 같은 지구에 살면서 못 보고 있는 존재가 있다'고 말하면 물고기들이 엄청 놀랄 겁니다. 우리가 왜 외계인을 못 보는가. 물고기의 세계에서 우리를 못 보는 것과 같습니다."

< UFO 스케치 >가 담은 맹성렬 교수의 여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더욱 주목할 필요성이 있는 건 맹성렬 교수의 태도다. 그는 비상식적인 설명을 접하더라도 일단은 진지한 태도로 이야기를 경청한다.

맹성렬 교수가 보여준 UFO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향한, 미지의 다른 존재에 대한 '열린 태도'는 분열과 대립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지는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제7회 춘천영화제 한국SF독립영화 경쟁부문,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DMZ오픈시네마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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