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 프로농구에서 대형트레이드가 터졌다. DB는 지난 28일 "두경민을 전자랜드로 보내고 강상재, 박찬희를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전자랜드는 매각 문제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인지라 상황이 마무리되면 KBL에 트레이드 승인 요청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트레이드는 근래 드물었던 블록버스터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팀 간판스타까지는 아니지만 두경민, 강상재는 국가대표를 오가며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선수들이다. 박찬희 또한 나이에 따른 노쇠화로 가치가 뚝 떨어졌으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 가드 중 한명이었다.

두경민, 강상재, 박찬희 모두 신인 드래프트에서 3순위 안에 뽑혔을 정도로 프로 입성 당시부터 대어로 평가받은 바 있다. 각자 입장, 상황 등은 달라졌지만 자신만의 특기가 확실한 선수들이니만큼 새로운 팀에서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서 향후 트레이드 득실이 갈릴 전망이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출신 강상재(27·200㎝)는 군입대 전인 2019~2020시즌까지 4시즌 동안 평균 9.5득점 5.4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현재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데 오는 12월 1일 전역을 앞두고 있다.

강상재와 함께 DB로 유니폼을 바꿔입게 된 박찬희(34·190㎝)는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힌 후 안양 KGC인삼공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후 2016~2017시즌부터 전자랜드에서 뛰었으며 최근에는 기량이 급하락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상태다. 10시즌 통산 성적은 평균 7.4득점 4.5어시스트다.

두경민(30·184㎝)은 '경희대 3인방 드래프트'로 유명했던 201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출신으로 7시즌 동안 12득점 2.2리바운드 3.1 어시스트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2017~2018시즌에는 외국인선수 디온테 버튼(26·192.6cm) 우산 효과를 제대로 누리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다.
 
 
 두경민(사진 오른쪽)은 김낙현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수 있을까?

두경민(사진 오른쪽)은 김낙현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수 있을까? ⓒ 원주 DB

 
전자랜드 '트윈테러' 탄생?
 
사실 전자랜드의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시즌간 꾸준히 나왔던 화두다. 기존 정효근(28·202㎝), 이대헌(29·196㎝)이 있는 상태서 강상재까지 전역하게 되면 4번 포지션 중첩문제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효근은 그나마 3.5번도 가능하지만 이대헌, 강상재는 플레이 스타일만 다를 뿐 전형적인 4번 선수들이었던지라 공존이 쉽지 않아 보였다.

물론 기량이 빼어난 선수는 많을수록 좋다. 포지션 중첩, 주전 싸움 등은 경쟁을 통해 정리하면 된다. 시즌을 운영하다보면 부상, 체력문제 등 변수가 많은 만큼 정효근, 이대헌, 강상재로 이어지는 포워드 라인은 그야말로 믿음직하기 그지없다. 해당 포지션이 약한 팀들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는 포워드 층이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전자랜드의 앞선이었다. 전자랜드는 김낙현(26·184㎝)이라는 걸출한 공격형 가드가 1번으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그의 장점은 강력한 외곽슛이다. 지난 시즌 3점슛 2위를 차지했으며 성공률(40.06%)도 무시무시했다. 1번이자 리그 최고의 슈터중 한명이다.

아쉽게도 전자랜드는 앞선에서 김낙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 공수 활동량이 좋은 차바위(32·192㎝), 떠오르는 슈터 전현우(25·194㎝) 등이 있지만 그들은 김낙현의 가드로서의 부담을 덜어줄만한 타입은 아니다. 김낙현은 게임리딩부터 주포역할까지 할게 너무 많아졌는지라 플레이오프에서는 체력적인 문제까지 드러냈다.

하지만 두경민이 함께한다면 김낙현의 부담은 크게 줄게 된다. 두경민 또한 리그에서 알아주는 공격형 가드다. 자신만만한 성격을 바탕으로 DB에서도 돌격대장 역할을 수행했는데, 풍부한 공수에너지는 물론 3점슛 또한 강력한지라 전자랜드는 앞선에서부터 '쌍포'를 돌리는게 가능해졌다.

두경민은 대학시절까지만해도 '천재'라 불리는 김민구의 그늘에 가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김민구가 음주사건으로 추락한데 반해 두경민은 DB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센스, 패싱게임 등에서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특유의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슛을 쏘고 돌파를 시도하는 강심장이라는 부분이 최대 장점이다.

일단 김낙현, 두경민이 가드로서 좋은 호흡을 보인다면 KBL판 '트윈 테러'도 가능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간 조금씩 양보하면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공격력에 비해 시야, 센스, 패싱게임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지라 마음가짐, 팀내 전술적 움직임에서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만약 두경민이 이대성이 그렇듯 본인이 잘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과시하며 욕심을 부린다면 김낙현 혼자 일 때보다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강상재 영입… DB 산성 부활?
 
김주성 시절부터 DB는 '산성'으로 불렸다. 높이와 스피드에서 국내 최고 수준인 김주성과 파워, 기동력을 겸비한 외국인 빅맨의 '트윈타워'는 DB 포스트를 철옹성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3번, 4번에서 모두 정상급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윤호영까지 가세하면서 본격적으로 'DB 산성'이 명성을 떨쳤다.

김주성 은퇴, 윤호영 노쇠화 이후 DB 산성은 한참 낮아진지 오래다. 이에 구단에서는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30·207㎝)를 FA시장에서 12억 7,900만원에 데려왔다. 윤호영이 아직 버티고 있을 때 높이 농구를 다시 한번 펼쳐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김종규는 김주성의 기량에 다다르지 못했고 윤호영도 전성기가 꺾였다. 더 큰 문제는 두 선수가 자주 부상에 시달리는 것이었다. 결국 기대와 다르게 높이 농구는 잘 구사되지 않았고 지난 시즌에는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플레이오프마저 진출하지 못했다.

이에 DB는 비시즌간 강상재는 물론 김철욱(29·203㎝)까지 데려오며 빅맨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과 질적으로 리그에서 가장 좋은 토종 빅맨진을 완성했다.

전자랜드 김낙현, 두경민이 그랬듯 DB 역시 김종규, 강상재의 공존이 가장 큰 과제다. 김종규는 많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나가고 있다. 운동능력, 스피드를 앞세웠던 과거에 비해 밖에 나가서 슛을 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 반면 강상재는 전형적인 스트레치형 빅맨이다. 대학시절부터 슈팅력을 앞세워 플레이했다.

DB 입장에서는 김종규, 외국인빅맨, 강상재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다. 그러나 김종규, 강상재 둘다 리바운드, 몸싸움 등 빅맨 본연의 역할보다 슈팅위주로 경기를 하게되면 시너지 효과가 적어진다. 그렇다고 선수 생활 내내 4, 5번으로 플레이하던 강상재가 3번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인다.

물론 DB도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강상재를 데려왔을 것이다. 꼭 김종규와 오랜시간 동안 함께 뛰지 못하더라도 그를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빅맨진의 체력부담, 부상 위험 등에서 예전보다 훨씬 든든해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강상재, 김종규로 토종 트윈타워를 돌리고 외국인 스윙맨을 쓸 수도 있다.

DB는 인기와 기량을 겸비한 프랜차이즈 스타 허웅(29·186㎝) 중심으로 앞선을 개편했다. 볼 없는 움직임과 외곽슛에 강점이 있는 허웅인만큼 슛 빼고는 다 잘하던(?) 박찬희가 부담을 덜고 부활에 성공한다면 수준급 앞선 구축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김종규, 강상재가 높이 농구의 축으로 활약할 경우 DB 산성의 부활은 앞당겨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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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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